[마이데일리 2010-06-27]
한밤중 신호위반하고 경찰차 피해 달아나다 다른 차 추돌
경찰차도 들이받고 다시 도망가다 또 사고내자 차 버리고 도주
이틀 뒤에야 '자진 출석', 별것 아닌 사건으로 처리
한국 사회, 언제부터 이렇게 만만한 사회됐나?
어느 날 당신이 한밤중에 차를 몰고 가다 신호를 위반했다고 치자. 이를 본 경찰차가 당신을 뒤쫓아온다. 물론 이는 상식적으로 정지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당신은 그냥 무시한 채 계속 차를 몰다 주차된 다른 차량을 들이받는다.
당신은 경찰차가 뒤쫓고 있고 보는 바로 앞에서 사고를 내고도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내리기는 커녕 이번엔 후진하다가 뒤따르던 경찰차를 들이받는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은(!), 혹은 만취한 당신은, '당황해서' 또는 음주운전 처벌이 두려워서 차를 몰고 도망간다. 그러다 길가의 가로수 (쓰레기통이나 또다른 차라도 상관없다)를 들이받는다. 그러자 이번엔 그냥 차를 버리고 그대로 도망간다.
자, 만약 당신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그 다음엔 어떤 상황에 처했을까? 교통위반 딱지 한번 떼보지 않은 모범시민이든, 교통 사고를 겪어본 경험이 있는 그런 사람이든, 대략 그 다음의 상황은 예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마도 경찰은 당신을 찾느라 곧바로 집중 수사에 나섰을 것이고, 모르긴 해도 한나절이 지나기도 전에 체포돼 음주 측정을 하니마니 채혈을 하니마니 시비가 벌어지고, 경우에 따라 구속 영장이 신청됐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그게 일반인들의 경험에서 나온 상식일 것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위에서 전개된 상황은 인기 스타 권상우가 지난 12일 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인 일이다.
그런데 권상우는 '개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바빠서' 이틀이나 지난 다음에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이런 경우 통상 강하게 의심되는 음주운전 혐의는 '시간이 지나 조사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단순 사고로 처리됐다. 게다가 사건 자체를 왜곡 내지 은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권상우의 매니저는 처음에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하다 뒤늦게야 권상우가 운전자였다고 실토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권상우가 보인 이번 사건의 일련의 처리 과정이 일반인의 상식 혹은 경험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는 점이 지금 시민들의 비난과 의문의 표적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일반인이라면 잡아서 피검사하고 난리났을 듯", "차버리고 도망가서 2일 후에 나타난 놈이 범죄자 아니라구!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음주운전 한사람, 무조건 차버리고 지방으로 도망갔다가 2일후에 경찰서 찾아 가면 된다", "현행범이라도 그 자리만 피하면 더 이상 수사하지 않는 것이 관례인가?", "이틀뒤 자진출두 음주는 아니다 누가믿어"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이것을 악플이라고 일소할 수 있는가?
교통사고를 내고 그냥 도망간 경우 사람이 다쳤든 안다쳤든 '뺑소니'라고 부른다. 사람을 다치게 한 인사사고 뺑소니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는 중죄다. 또 차나 물건만 손상시킨 대물사고의 경우에도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주사고 즉 뺑소니는 일반 교통 사고보다 엄하게 처벌받도록 돼 있다. 5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엄한 처벌을 법은 규정하고 있다.
권상우 역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더라도 대물도주 즉 뺑소니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으며, 검찰 기소 단계에서 뺑소니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경찰은 웬일인지 이 사건을 일관되게 '별것 아닌 단순 사고'로 이야기 하고 있다. 경찰이 언제부터 이렇게 느슨했는지, 우리 사회가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만만한 사회였는지 시민들은 심히 의아해 하고 있다.
아참, 당신이 버리고 간 그 차는 1억2천만원 밖에 안하는 별거 아닌 고급외제 SUV라는 건 사건과 별 상관없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버리고 간 SUV가 당신 소유의 세단 값에 비하면 몇분의 일도 안하는 싼 차라는 것도 뭐…. 아, 그리고 자수로 처리될 경우 면허는 취소되지 않고 벌점만 부과된다는 것은 아주 지엽적인 문제인지도.
〔마이데일리 문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