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에 한 번 내는 상.하수도 요금은, 그동안 집주인이 고지서의
금액을 전체 거주 인원 수로 나누어 1인 사용료를 산출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역을 포스트 잇에 자세히 손수 적은 후, 세입자의 문마다
친절히 붙여 주었다. 당연히 맞겠거니 생각하고 주인이 알려 준
계좌로 매번 계좌이체를 해 왔다.
그런데 이 번 달에는 웬일인지 포스트 잇과 더불어 고지서 복사본을
층 마다 붙여 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니 얼마 전, 요금 문제로
집주인은 한 세입자와 말다툼이 있었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된다.
아마도 그 세입자는 요금에 대한 의혹을 불만삼아 토로했고, 이에
마음이 상한 집주인이 투명성을 주장하기 위해 이와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생각된다.
혹시나 해서 최근까지 입금한 개인당 요금을 살펴보니, 액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집주인이 그동안 잘 해 왔었고,
세입자가 뭔가 다른 일로 시비를 하려다 그리된 것임을 미루어 짐작
할 수 있었다. 결국 세입자 한 사람으로 인해 전체 세입자가 주인을
못 믿는 입장이 되어버린 꼴인 셈이다.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 서로간의 신뢰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본 덕목
이거늘, 진정성을 주장하기 위해 붙여 놓은 요금 고지서 사본이, 되려
불신감을 나타내는 증표로 느껴져 씁쓸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