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1살 평범한 여자다. 아니, 평범하다고는 볼 수 없다. 나는 내 스스로도 이쁘장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키도크고 몸매도 늘씬하다. 꽤나 안정적으로 버는 직종에 종사하고있고, 어릴 때부터
잡다한 것들을 다 배워와서 그런지, 음악이며, 미술 등 잘하는것도 많다.
단점? 딱히 단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큰 흠이라면 눈이높다는거다. 난 친구들한테는
잘해주고 언제나 다정하고 착하게대하지만 남자앞에선 성격이 확 바뀌어버린다. 비싼 명품의류를
요구할 때도 있고 외모나 키는 물론이고, 성격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따진다. 한개라도 내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별을 한다. 또, 남자를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도있다. 뭐 우리집경제사정이 좋은 편이라
남자들의 돈을 보고 마음을 여는 여자는 절대아니다. 언제나 차갑고 도도하기만 한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는 점점 없어져만갔다... 그런 나에게 황홀한 봄이왔다.
어느 날, 친구들과 밥을 먹고 언제나처럼 공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있었다. 그때 저 길건너편에서
4명의 남자들이 지나갔다.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남자가 보였다. 적당한 키에 짧지만 세련된 머리,
조각같은 턱선에 쌍커풀은 없지만 매력적인 눈웃음. 옷은 브이넥에 슬림한 청바지를 입었는데
체격이랑 어찌나 어울리던지...
더 이상 남자에 싫증이 나있던 참이라,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던 찰나. 그 남자가 나를 보았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다가오고있었다. 또 내 미모에반했겠지... 저런 뻔한 남자는 이제 싫어..
내 옆에 앉더니, "여자가 그렇게 공원에서 담배피면 보기안좋아요." 이러면서 자기도 담배를 물었다.
나한테 전혀 관심없는 표정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뭐 어때요. 저기 그쪽은 키가몇이죠?"
사실 키가작아보이지는 않았지만 살짝놀려주려고 민감한 키를 물어봤다.
"178이에요. 2cm만 더크면 180인데 아쉽죠?" 아쉬운표정으로 어설프게 웃어보이는 그 얼굴에
나도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그러더니 휴대폰번호를 물어본다. 난 왠일인지 고민도없이 번호를주었고,
그날부터 그와 나는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완벽하다. 경제수준은 나보다 훨씬 좋았고, 사치스러운 행동은 하지않았다. 무엇보다
이동수단을 가지고있어서 편했고. 옷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입고다녔다. 떡 벌어진 어깨에
우락부락하지않은 잔근육들, 걸음걸이는 항상 내게 맞춰주었고, 나와 얘기할떄는 언제나 웃어주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너무나 잘들어주었고, 어색해지지 않도록 말을 많이 해주었고, 대화주제를 무서울정도로
잘 만들어냈다. 그랬더니 금방 편해질 수 있었다.
그는 나쁜남자다. 때로는 착한남자다. 평소에는 거침없이, 나쁘게 군다. 하지만 그 나쁜행동 속에서도
여자에 대한 매너와, 나에대한 애정표현은 남아있다. 내가 그의 나쁜행동에 지쳐있을 때쯤이면
착한남자가 된다. 비가 내리고 울쩍한날엔 항상 우산을 들고 마중나온다. 그때만큼은 착한남자다.
말투와 행동, 부드럽고 은은한 목소리. 항상 일방적으로 리드만하던 남자가 이런 날에는
오늘은 어디갈까? 뭐가 먹고싶어? 라며, 내 의견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는 선수다. 흔히 말하는
밀고당기기... 다른 남자들은 밀고당기기를 티나게 하는데다가, 어설펐다. 근데 이 남자는
차원이다르다. 나도 느끼지 못할정도로 은밀하게 나를 밀고당겼다. 나를 헷갈리게 만든 남자는
처음이다.
그는 여자가 많다. 그러나 다른 여자와 연락하는 것을 본 적이없다. 나에게 들키지 않은것인지
진짜로 연락을 안하는지 그건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난 그를 믿을대로 믿고있고, 설령 그가 바람을
핀다하더라도 이미 나는 그에게서 빠져나올 수가 없을 것만같다. 그는 모든 여자들에게 잘해주지 않는다.
또 못해주지도않는다. 적당하게 여자로써의 대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내 친구들에게는 특별하다.
이성적인 추파를 던지는 것은 절대아니었고, 친구들로 하여금 그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내 귀에 들리기를
의도라도 하는 것처럼 친구들에게 잘해주었고 내 칭찬과 언제나 매너있는 행동으로 대했다.
결과는 좋았다. 내 친구들은 언제나 나한테 부럽다며 배아파하기 일쑤였고, 나는 그럴수록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스킨쉽, 그는 스킨쉽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사랑하는사람과 스킨쉽을 자주 즐기는
타입이지만, 갑작스런 스킨쉽이나 과도한스킨쉽은 부담스러워한다. 처음 손을 잡던 날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비오는 날에 우산을 함께들며 자연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 후로 내가 스킨쉽을 원할 때는
언제든지 그가 먼저 다가왔고, 내가 피곤하거나 더워서 불쾌한날에는 귀신같이 알고, 그날은
잦은스킨쉽을 하지않았다. 내가 생리때문에 예민해할때도 마찬가지였다.
첫키스, 그와의 첫키스는... 찜질방에서였다. 내가 집에 들어가고싶지 않았던날이있었는데,
그가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오늘은 찜질방에서 놀자"
....정말 놀랄 노자다. 그렇게 찜질방에가서 피할 수 없는 분위기에 키스를 하게됐다.
나는 내스르로 키스를 잘하는 편이라고생각했다. 남자를 리드하려고마음먹었지만. 된통 당했다
내가 키스를하면서 눈을 감은적도 오랜만이였고, 황홀하다는 느낌을 받은건 첫키스 이후로 처음이다.
대체 그가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교제를 시작한지 2년 반 정도, 관계를 맺었다. 사실 그와 나는 같이 잘 기회가 너무나 많았는데
그는 2년 반 동안 나를 아끼며 꾹 참아왔다. 그전에도 몇번 다른남자와 관계를 맺은적이있지만
너무나 긴장되었다. 그는 부드럽게 날 이끌어주었고, 그 후로는 기회가 생길때마다 관계를 맺었다.
내가 하고싶은 날이면, 그는 격력하게 해주었고 피곤하거나 우울한 날에는 부드럽게 해주었고
하기싫은 날에는 말하지않아도 스스로 관계를 피해주었다.
그러다 점점 피임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고 난 임신을 하게되었다.
임신판정을 받은 날 바로 남자친구에게 말했고, 그는 다짜고짜 나를 남자의부모님에게 대려가
아기를 가졌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의 어머님과 아버님은 다 이해해주었고,
그는 나를 차에태우고 자주가던 카페로 대리고 갔다. 자리 앉자마자 음악이나왔고,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그는 반지를 꺼내어 결혼해달라고 했고, 나는 엉엉울며 받아주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내 임신증상을 나보다 먼저 파악했고, 내가 그에게 그 사실을 말할 것을
예상하여 미리 반지를구입하고 이벤트를 준비해놨다고한다.
이쯤되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내 생각을 읽는것일까?
마치 요즘 흥행하는 뱀파이어영화에 나오는 남자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는 진짜 지구인이 맞는것일까..
난 무서웠다. 집에 와서 온통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잠도 못이루고, 갑자기 남자를 불신하게되었다.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는 중, 때마침 문자한통이왔다.
"보경아 난 너를 너무 사랑하기때문에, 니 모든것을 알려고노력해왔어. 때문에 언제나 눈치빠르게 행동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사랑해, 나를 믿어줬으면좋겠다. 우리 결혼은 1주일 뒤 우리아버지 생일 때
하기로했어. 잘자"
소름이 끼쳤다. 눈에선 눈물이 흘렀고, 너무 완벽하기 때문에, 내 생각을 너무 잘 알아차리기 때문에
나는 무서웠다. 그러나 5분도안되서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되었고, 다시 믿어보기로했다.
아니, 믿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믿게되었다. 너무 사랑하기때문에...
2주뒤, 결혼식을 끝내고, 우리 이모가있는 스페인에 신혼여행을 갔다. 서로 일때문에 유렵여행은 못하고
스페인에서 2일정도만 머무르기로 했다. 아주 큰 호텔에 들어갔고, 그는 씻으러갔다.
난 또 생각에 잠기었다. 너무 홀가분하고 기분이좋았다.
내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야. 나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1분정도가 흘렀을까
"보경아 왜 눈을감고있어, 나 다 씻었어 눈떠"
그가 왔다. 이대로 잠든 척을 해볼까 생각도했지만, 1초라도 빨리 그가 보고싶었다.
난 "다 씻었어?" 라는 말을 하며 눈을 떴다.
아 시발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