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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논란: K리그의 자존심, 실력, 그리고 리더쉽

컨디션 이상에 따른 부상 방지 차원의 이유로 리오넬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FC 바르셀로나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일부 기자들은 '메시가 30분 이상 출전해야 한다'는 계약서 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이건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아주 작은 문제이다. 적어도 바르셀로나한테는 그렇다.

 

왜냐하면 이번 경기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같은 전투가 아니라 가볍게 뛰면서 팬들에게 볼 거리를 선사하는 친선경기라는 걸 감안하면, 그 볼 거리의 최대 관심사인 메시가 어지간히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면 당연히 출전을 시킬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전을 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 입장에서 볼 때 바르셀로나의 진짜 돈벌이인 다음 시즌 전체가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사실의 아주 작은 증거일 뿐이기 때문이다.

 

1년 전 여름으로 돌아가보자. 종목이 축구가 아니라 피겨스케이팅이고, 김연아가 그랑프리 시리즈와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하는 여름. 스페인에서 아이스쇼를 하기로 계약했다고 가정하고, 공연 3일 전에 스페인에 입국해서 쇼를 하루 앞둔 김연아를 상상해보자. 그때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김연아의 컨디션을 최종 점검했는데, 컨디션이 아쉽게도 나쁘고, 따라서 아무래도 쇼를 함으로써 당할 수 있는 부상의 위험이 크다고, 그 부상이 김연아의 다가올 가을과 겨울, 그리고 인생 전체에 미친 수 있는 악영향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여(밴쿠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김연아를 상상해 보라!) 계약을 위반해서라도 쇼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생각해보자. 이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어땠을까 - 우리가 지금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느끼는 분노를 느끼게 됐을까?

 

과르디올라 감독을 감싸고 싶은 것도, 메시를 감싸고 싶은 것도 아니다. 정작 아쉬운 건, 그들의 결정에 대해 K리그와 경기 대행사인 스포츠앤스토리가 대응하는 방식이 아닌가 한다. K리그와 대행사 측에서는 바르셀로나와의 재협의를 통해 메시가 꼭 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것이야말로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내 소박한 견해는, 그냥 알겠다고 하고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금을 받던가 메시가 정상 컨디션을 되찾아서 다가오는 라 리가(스페인리그) 정규시즌 준비를 잘 하라고 어깨를 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왜? 메시의 출전은 엔터테인먼트지, 심장병 어린이의 건강을 찾아주는 행위이거나 지소연 선수의 어머님께 찜질방을 차려주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그의 출전은 중대한 일이긴 하나 한국 축구가 그의 라이브 경기를 굴욕적으로 재협의까지 해가며 졸라서 해결할 만큼 중대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스타 선수의 출전 취소가 아시아 축구의 강자이자 월드컵 4강과 원정 16강, 여자 20세 이하 팀의 3위라는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나라의 프로리그의 자존심만큼 중요한 것일까? 나 역시 메시의 축구를 좋아하고, 성장 장애를 딛고 성공한 그의 노력과 투지에 박수를 아끼지 않지만, 그가 출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금의 한국 축구가 있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달린 차범근, 지소연,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태극 전사들의 위상, 그 선수들의 조국인 우리나라 프로리그의 자존심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무릎을 꿇고 그의 출전을 조르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K리그와 대행사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리그 일정의 급작스런 변경과 바르셀로나 주력 선수들의 다수 불출전 등 여러 이유 때문에 시작부터 잘못된 계약이라며 언론의 지탄을 받은, 이미 충분히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그 한 친선경기의 입장 수입과 월드컵 이후의 K-리그 흥행을 위해 무리해서 기획한 이벤트의 가장 결정적 요소라 할 수 있는 메시의 불출전이 충격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앞서 받은 비난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그의 출전이 꼭 필요하기에 과르디올라의 발언에 대한 최적 반응으로 재협의를 선택한 건 어느 정도 당연하면서도 논리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두 원인, 즉 친선경기의 입장 수입과 월드컵 이후의 K리그 흥행 - 이 두 마리의 토끼보다는 한국 축구 전체라는 호랑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고, 그것을 늘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K리그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속 시원히 외치고 싶다.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 영국이었다고 생각해보자. 프리미어리그 올스타와 바르셀로나의 친선 경기 - 메시가 컨디션 저조의 이유로 뛰지 않는다고 해서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들이 우리처럼 대응했을까? 우리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일까 - 컨디션이 좋지 않은 메시의 유투브 하이라이트 동영상과 거리가 먼 썰렁한 플레이일까, 한국 축구의 위상 보존과 영국 축구나 스페인 축구와 같은 강한 축구로의 발전일까?

 

우리가 원정 16강에 열광하고, 지소연의 단일 대회 8골에 열광한 이유는 그것들이 "한국 축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위대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남아공에서 허정무호는 나이지리아에게 극적으로 비기면서 16강에 아슬아슬하게 진출했고, 잉글랜드도 막판이 아슬아슬하게 16강에 올랐지만, 같은 16강 '진땀 진출'에 대해 우리가 잉글랜드 사람들보다 큰 박수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한국 축구는 아직 최고 수준의 축구가 아니기 때문에, 달리 말해 16강 진출이 아직은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즉 16강에 진출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결과라는 국민 보편적 정서에 닿기 위해서는, 우리 축구의 정체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발전을 위한 강한 자존심, 그리고 그에 따른 성숙하고 쿨한 의사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핸드폰, 자동차, 그리고 선박 제조의 월드컵에서 우리는 잉글랜드 정도가 아니라 브라질이지 않은가! 잉글랜드나 브라질보다 척박한 축구 문화에서 차범근, 홍명보, 박지성 등이 나왔고, 더 척박한 여자 축구에서 지소연이 나왔듯이, 수많은 인재들이 핸드폰 시장처럼 축구 시장도 장악하려고 구슬땀을 흘렸고, 흘리고 있다. 자존심을 갖자.

 

우리에겐 메시의 플레이를 우리 경기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자존심 있는 행동,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실력, 그리고 그것들로 수렴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리더쉽이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메시에게는 보신과 더위 극복을 위한 삼계탕 한 그릇 끓여주고, 더 이상 우리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소통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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