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2004년 경남대학교 인문학부에 입학하여 2005년부터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인문학부 철학전공 04학번 박지현이라고 합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제가 이곳에서 머리로 몸으로, 그리고 가슴으로 철학을 배우고, 느낀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에 와서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대학은 저에게 많은 기회와 배우는 즐거움, 알아가고 내가 안 것을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쁨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우리 과에 도움이 되고자 3학년이 되던 2009년 철학과회장직에까지 나서게 되었고, 결국 저는 회장으로써 1년 동안 철학과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던 중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아마도 작년 6월 말 쯤으로 기억합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1학기를 마무리 할 무렵 우리 과가 없어진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사실 제가 1학년이던 2004년부터 과폐지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어왔기에 저에게는 튼튼한 면역력이 생겨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학생 수가 부족하고 돈이 되지않는 과는 더 이상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상업적인 논리에 배움의 권리조차도 돈 앞에 굴복시켜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 비탄할 따름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의 상황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바로 제가 회장으로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저는 집부들과 함께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평소 저희들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무한한 배움을 전해 주시던 네 분의 전공 교수님들께서는 각서까지 쓰는 최후의 방법으로 학교 측으로 부터 합의를 할 수 있으셨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 학기에 인문학부에서 철학과로 등록하는 09학번 신입생의 수가 25명 이상이면 과를 존속시켜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25명이라는 기준이 어디에서 어떻게 나온 것인지는 아직도 전혀 알지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준 것이니 저희는 거기에 수긍을 하고, 그때부터 신입생 유치에 교수님과 재학생 모두가 하나 되어 열을 올렸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도 31명의 학생이 우리 과로 지원을 해서 나의 철학과, 우리의 철학과는 이 각박한 돈의 세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는 다시 한번 말도 안 되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준도 제대로 알 수 없는 학교의 요구를 지켰는데 다시 과를 폐지한다고 합니다. 작년의 약속은 무엇입니까? 학교 측에서는 작년의 공문에서 재적생이라고 일컬었던 요구 사항을 재학생으로 고쳐서 다시 보내왔습니다. 재적생에서 재학생으로 한 글자가 바뀌어 버리니 우리 철학과의 2학년 인원수는 31명에서 19명으로 줄어버렸습니다. 12명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그들 중 대부분은 군 입대를 한 21살의 어린 철학도들 입니다. 나라에서 부르는 군대, 그들은 가고 싶어서 갔을 것 같습니까? 하지만 학교는 그들의 입대를 교묘하게 이용해서 다시 한번 우리 철학과를 폐과시키기 위해서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미 그 진척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어쩌면 제가 쓰고 있는 이 글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몇 줄 이나마 적어봅니다.
저는 이제 이 대학에서의 시간이 딱 한 학기만 남았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동생들, 그리고 저의 말에 우리 철학과를 선택한 동생들에게는 이 대학에서의 남은 시간이 지금까지 보내 온 시간 보다 많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우리 철학과를 제발 존속 시켜주십시오.
아무리 현대 사회에서 기초학문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지만 기초학문이 없이는 어떠한 학문도 존립할 수 없습니다.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고사가 있습니다.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은 그 기초가 약해서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기초학문이 없는 종합대학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입니다.
교수님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었고, 무더운 여름 저녁에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차가운 겨울에는 그 분들의 마음만큼이나 따듯한 녹차 한 잔을 나눌 수 있었던, 무학산을 오르며, 산사(山寺)의 조용한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나의 철학과, 우리의 철학과를 제발 폐과시키지 말고 존속 시켜주십시오.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