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다. 아무리 되돌아 가고싶은 과거가 있다하여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옛 기억을 찾아 여행을 한다. 그렇게 떠나 왔고, 그렇게 만 육년만에 밀양의 시가지를 찾았다.
처음 나를 끌어왔던 밀양 연극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칠월의 마지막을 기점삼아 그 시절의 내 모습과, 우리의 모습을 찾기위해 여섯시간, 국토의 반을 종단, 나머지 반을 횡단을 해서야 밀양에 도착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물, 산, 들 모두 예전모습 그대로인데.. 달라진 건 역시나 나 일지...
여행의 시작은 계획하고 짐을 꾸리는 데 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다녔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계획하고 짐을 꾸리는데까지 불과 네 시간이 체 걸리지 않았지만 그 네 시간동안 여느때보다 더 빠르게 뇌를 회전시켰으며, 어떤 위험과 어떤 즐거움,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재빠르게 프로모션을 한 뒤 여행가방을 꾸린다. 꾸리는 내내 드는 생각은 목적이다. 글쎄.. 이번 여행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궂이 이 시점에 목적에 대한 얘기를 해야한다면 '보고싶은 모습을 보기위해' 라고 해 두겠다.
출발_
일기예보에 의하면 서울을비롯한 대한민국의 허리부근(경상북도 북부)지역까지는 커다란 비구름대가 형성되어 이삼일동안 비가 매우 몰아치겠다는 전망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밀양으로 향하는 차를타기위해 나서는동안 비가 쉼없이 내리쳤다. 미리 도착한 연락에 의하면 밀양은 구름 없이 아주 많고 화창하고.. 더한부분이 있다면 엄청 덥다는..더운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윽 문자가 이어진다. "혼자타는기차는 기분좋아져서 혼자 피식거리게도 만들고..." 맞다. 한창 기차속에서 지나가는 풍광과 기차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추억들 속에서 혼자 센틸해지고 있었다. 이윽, 풍광을따라 더 달리고싶어하는 기차는 저 멀리로 보내고 나는 밀양 역사로 향한다. 머리 연꽃향을 풍기며 나를 기다리고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어두워지는 밀양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래간만에 마주한 우리는 택시기사님의 어떠한 '저주'에 이끌려 일정이 흘러갔다. 보는관점에따라 뻔하게 보일듯한 모습이었겠지만, 속마음을 숨긴 체 그렇지 않으려 노력했던 내 모습과 금세 어두워져버린 하늘, 오랜만에 정말 마음놓고 할 수 있었던 식사와 '호가든'이라는 아주 향이 강한 맥주와 함께 하루가 흘러간다. 평소같은 늦은아침, 아쉬움이 다가오고 있었다.
식사를위해 시내로 향한다. 세계유명프렌차이즈 '맥도널드'가 위치한 곳이 시내의 중심지라는 아주 간단한 삶의 법칙에따라 무작정 그리고 향했다. 늦은시간이었지만 아직 열 두시가 체 되지 않은 시간에 문을 연 커피숍을 찾지못해 들른 파리빵집에서는 스마일모양을 하고 빙그레 웃고있는 작은'타르트' 를 한 입에 털어넣고 탄맛이 무지 강하게 나는 에스프레소와 베이글과 치즈, 들고는 다녔지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카메라를 서로 꺼내어두고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동행을해준 고마운 사람은 육년 전 '가족연극제'때 우연히 마주하고 눈여겨왔던 사람으로 이후 한달 여 만에 이곳 밀양에서 '밀양연극제'의 참가스텝으로 만나게되어, 오랜만에 나를 밀양에까지 오기위항 방아쇠를 당겨 준 사람, 조금 더 사실을 얘기하자면 이 사람을 보기위해 밀양에 왔다고 해야 옳겠다.
모든 일정은 변경되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각자의 일터로 길을 나설 계획이었지만 하루 라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래서 대화라는 건 참 중요하다. 말 한마디에 모든것이 달라졌다. 달라졌다기보다 앞당겨졌다. 이렇게 좋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금세 헤어져야한다는 생각에 시무룩했던 우리의 육년만의 재회는 어쩌면 앞으로의 육십년을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숙소를잡고 근처 동사무소에서 관광용지도를 얻어, 그 유명한 '영남루'로 향한다. 영남루가 위치한 '밀양시 내일동'에는 많은 관광명소가 위치하고있다. 작은 언덕을 오르면서 하나씩 둘러보기로 한다.
사명대사(7세 때 할아버지 효곤에게 정훈을 배우고, 13세에 황유촌 여헌선생 문하에서 맹자를 배우다가 황악산 직지사로 들어가서 신묵화상의 제자가 되고... )의 동상이 있는 작은 동산을 오르면 땀을 식혀줄만 한 아주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게 된다. 밀양읍성의 성곽이 그것인데 멀리 기차가 오-가는것도 보이고 밀양강이 유유희 흐르는 모습과 무엇보다 세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불어 오는 바람이 아주 인상적이였다고 하겠다. 해는 따가운 오후 두 시였지만 청량함까지 느껴지는 밀양음성의 성곽, 오름에 나쁘지 않았다.
성곽을 내려와 영남루의 마당에 섯다. 동백의 꽃과 길게 늘어선 찢어놓은 듯한 구름이 인상적인 날 덕에 조금 더운감을 잊었지만 햇볓에 노출되기보다는 어서 영남루 누각 아레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싶었다. 분명 바람은 불었는데 흙먼지는 일지 않았으며 이렇게 들고다니면서 막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오는 환경을 구비하고 있었다.
누의 끝자락에 앉아 멀리 보이는 도시와 어울어져 바람을 느낀다. 제서야 알았다. 이 바람이 심상찮음을.. 문화관광해설사께서는 밀양의 역사와 그 속에 등장하는 용 그리고 민습과 풍속, 그리고 현재의 얘기까지 다양한 얘기를 꺼내놓으신다. 그리고 "누우시면 안됩니다"라는 얘기도. 신을 벗고 시원하게 느끼는 누의 바닥은 칠을 아주 잘 해놓은 맨들거리기까지 하면서 결이 살아있는 나무의 정기를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시원시원하고 굵직굵직한 나무들로 잘 짜여진 모습은 앞서 예기했던 것 처럼 선조와 함께 살순 없지만 그 역사가 이어져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영남제일루_
이 누각을 만들 당시에 이인재 부사의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형제가 영남제일루, 영남루 의 현판을 썼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첫째는 11세였고 둘째는 7세였다는에 어린나이에 이렇게 현판을 쓸 정도가 된다면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는가 싶다. 물론 역사의 한 조각일뿐... 루 한 가운데 엉덩이를 붙이고 한시간쯤 바람을 쐬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유년기의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고 또 유년기의 내 모습을 얘기하는 사이 이정도 앉아있으면 나무바닥이 따따해질만도 한데.. 라고 느낄 때 즈음, 여전히 시원함으로 땀을 식혀주고있는 누각의 오래된 나무들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번에 불어오는 바람만 느끼고 이동하기로 마음을 먹지만 십분 넘게 불어오는 바람이 다른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만들었다.
해태_
이 해태의 상을 돌아서 우측으로는 천진궁이 자리하고있는데, 이 곳에는 단궁이래 역대 8왕조 시조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으로 중앙에는 단군의 영정과 위패를 봉안하고, 동쪽 벽에는 부여, 고구려, 가락, 고려시조왕이 위패가 있고, 서뽁에는 신라, 백제, 발해, 조선 시조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곳이다. 현종 6년(1665)에 부사 홍성구가 창건한 요선관 이었던 때가 있었다. 현재의 모습은 현종 10년에 부사 이인재가 대대적인 보수를 하였고 매년 음력 3월 15일 어천대제, 10월 3일 개천대제로 춘추 제향을 올리는 곳이라고 한다.
조선시대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루 중 하나인 영남루는 낙동강 지류인 밀양강변 절벽 위에 위히하여 경관이 수려하고 누각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조건 16경 중 하나로 손꼽히기까지 한다. 보선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목조건물로 신라 경덕왕(742~756)때 이 자리에 있었던 영남사의 부속 누각에서 유래가 괴었으며, 고려 공민완(1365)때 김주가 밀양부사로 부임해 새롭게 다락을 높게 신축하여 영남루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의 건물은 1844년 이인재 부사가 중선한 상태라 한다. 자세한 내용은 고을에 들러 문화해설사를 통하면 되겠다. 우리는 충혼탑에서 밀양의 역사에 조금 더 서고싶었으나 충혼탑을 찾을 수 없어 이쪽 문을통해 영남루를 한 번 더 감상하고 서로 사진을 찍었다. 역시 사진은 몰래 찍히는것이 잘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밀양강변을 건너 시립도서관으로 향한다. 예전 문화회관에서 공연 하던 일이 생각나 그 곳까지 가보려했지만 발길을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이길을따라 쭉 내려가면 밀양 역과 만나게 된다. 물론 섬으로 만들어진 마을을 넘어야하는데 도보로는 이십여 분 쯤 걸린다고 측정해보았다.
파르페를 먹고 싶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도저히 찾을 길이 없어 근처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는다. 앉아서 먹을 수 없을정도로 새카맣게 변해버린 하늘때문에 더 갈 수 없이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이 짧은 사이에 하늘이 아주 검게 그렇게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들려오는 음악소리, 바람소리는 모든 것 하나하나 추억거리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한-두바탕 웃음짓고.. 오랜만에 배가 아릴정도로 웃음이 나오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숙소로 향하던 길_ 밀양관아에 들렀다.
2002년부터 추진해온 밀양의 관아가 8년여동안의 공사기간을 거쳐 옛모습을 그대로 갖춘 모습으로 새로이 준공 된 밀양관아는 색채의 느낌이 조금 강하게 느껴졌고 그리고 깨나 큰 공사였겠구나 라는 느낌을 확 들게 만들었다. 잠깐사이에 소나기가 내렸으며 소나기 속 소설의 주인공인냥 촉촉한 기억으로 남는 관아의 모습, 우리가 앉아 비를 피하던 자리는 '협방'의 문 앞으로, 통인이나 급창이 근무하던 곳이었다. 투둑 투둑 잘 떨어지는 비를, 그 사이에 톡톡 떨어지는 처마의 물을 바라보면서 같게는 같은 상상, 멀게는 다른상상을 하면서 비를 바라보았다. 관아의 얘기는 너무 포스팅을 잘 해놓으신 분이 계셔서 살짝 소개하고 가야겠다. ( http://panzercho.egloos.com/10472296 )
숙소에서 그간 땀을 식히고선 밀양 시가지로 향한다. 바로 반기는 밀양교회의 흘러간듯한 정취가 셔터를 누르게 하였다. 그 옆에 한방병원의 벽을 가즉 메우고있는 담쟁이들이 징그럽게 많았지만 이렇게 보는 것 만으로도 굉장한 아름다움 이었다. 벌써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밀양교회는 호주의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복음을 전파했다고 기독교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만큼 밀양교회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그냥 스쳐지나듯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저녁을 먹고나니 해가 어둑해지고 있었다. 하늘에 번져가는 또 어디론가 조용히 흐르고있는 구름을 사진기에 담고 반짝이는 반대의 불빛들을 한참 바라보다 문득 '앗따거' 모기에 물리게 되었다. 밀양모기들은 타지역 모기들과는 다르게 나를 먹는다. 다른 모기들은 나를 잘 안먹으려 하는데 유독 밀양의 모기들은 나를 먹으려는 이유는 뭘까. 잠깐봤던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달콤한 '꼰빠냐'와 거품그득한 커피를 시켜 마시고는 '내일동시장'에 들러본다.
시간도 어스름해 이제 문을 닫아햐 할 때_
고양이 한마리가 자세좋은 걸음으로 우리를 보고 배회한다. 나와 한참 눈을마주치고 알 수 없는 고양이 말을 서로 나누고는 벤취 아레로 내려가 허공을보고 울어댄다. '귀.. 귀신?' 당황하기도하고, 왜 저기를 바라보는지 궁금하기도하고.. 소스라한 기분이 들기도해 그냥 시장을 빠저나온다. 생선냄새, 아직 체 녹잖은 얼음덩어리만이 이 곳이 상권이 어류에 집중되었다는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밤은 깊어갔고 긴긴밤은 달콤한 음악소리와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면서 그렇게 더 더욱 깊은 밤으로 향했다...
늦은 아침이다. 벌써 시간은 네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전일 들렀던 커피숍에 들러 음료를 한 잔씩한다. 아쉬움이 이제 현실로 느껴지는 시간이다. 짧지않았던 이틀의 시간동안.. 감사하다. 고맙고 사랑스러운 시간을 함께 했다. 그렇게 서로 갈 택시를 잡아타고, 동남쪽으로, 서북쪽으로 가는것이 뭇내 아쉬워, 아쉬워-
일곱시_ 기차가온다. 이제 저 기차에 몸을 싣고 육년만에 그립던 밀양을 떠나야 하는 시점이다. 다음 번 밀양에 들렀을때는 지금보다 훨신 더 가까워져 있을거고, 또 오랜시간이 지난 뒤겠지.. 정말 엄청난 만감들이 머리속을 맴돈다. 그리고 한가지로 꽉 차있는 머리속을 정리하고저한다면 아마 초석같은 육년의 세월을 지나고 만난 우리의 모습은 연인의 모습이어 더 반가울 따름이라고, 그리고 삼일전까지만해도 밀양이라는 도시는 연극의 도시였지만 지금 밀양의 아름다움과 연인과 나의 제 2의 인생이 시작하게 되는 도시라는 생각.
나를 태우고저 달려온 기차가 내 눈앞에 섰다_
"그래 네놈마냥 커다란 등치로 거기 서 있으니 나의 그녀가 더이상 보이지 않는 구나."
얼마 되지않아 그리움에 전화를 건다.
사랑병_ 사랑병에 걸려 그렇게 아팠단다.
어디가 그렇게 아픈지 묻는 내게, 그녀가 나즈마하게 속삭인다. "사랑병" 심장,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지금역시 생각과 기억만으로_ 음 어쩌면 비슷한 샴푸냄새에도 철렁 내려앉는 이 기분 "처음이다."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있다. 어쩌면 인생의 새로운 2막을 열 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덜컥, 겁이나서 서른 후로 밀고 미루고 싶었던 그 일이 어쩌면 이렇게 가깝게 다가올 줄이야..
나_ 지금 슬프지 않고 매우 기쁘고 감동적인데 왜인지 마음이 쓰리고 아리다.
그리고 깨나많이 보고싶다.
밀양에 가게끔 이끌어준 그녀와, 보석같이 맑은 하늘.. 그리고 짧은 추억 역시...
이래서 밀양은 더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