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총체적 외교실패와 지정학적 딜레마

소금인형 |2010.08.10 07:28
조회 142 |추천 0

최근 한미 FTA 섬유조항에 대한 수정요구가 들어왔다는 소식이다.

 

어설픈 천안함 올인외교와 한미동맹 강화 논리에 대한 청구서가 서서히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나 불안한 마음으로 짐작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얘기하려 하지 않았던 결과들이다.

 

물론 동북아 정세에서 북한이란 요인이 가장 큰 문제이고 구조적인 것이라는 것은 맞다. 다만, 북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온 '상수'였고 결국 이런 구조적 상황속에서 어떻게 한미관계 및 주변국 관계를 설정해 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 즉 '변수'부분이 사실상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한마디로 총체적인 외교 난맥상을 보여준다. 정권초기부터 과연 훼손되었는지도 불분명한 한미동맹 훼손 논리를 주창하더니, 이는 곧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로 국내외에 널리 퍼지게 된다. 미국은 당연히 옳다구나 했을 것이다. 비대칭 양자동맹에서 약소국측이 먼저 이런 방식으로 대응해오면 강대국인 미국은 '그래 복원해주고 강화해 줄게'라는 돈 안드는 수사만 해주고도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협상위치에 서게 된다. 한마디로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다.

 

이 정부의 가장 큰 외교적 패착이 여기에 있다. 설사 정말로 한미동맹이 훼손되었다고 해도 외교적 협상무대에서는 아무런 문제없고 공고하다라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국제무대에서의 상식이다. 그리고 정말로 문제가 있다면 로우키로 접근을 해서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 대놓고 스스로 먼저 한미동맹은 훼손되었고 복원 및 강화해야 한다라고 대내외에 외쳐댐으로써 비대칭 양자동맹에서 우리는 동맹의 '복원 및 강화'를 '요청'해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된 것이다. 상대방은 가만히 있는데 스스로 자청해서 외교협상 무대에서 을의 위치를 자청하는 의 부실 외교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죠. 이 상황에서 '갑'이 된 미국은 '한미동맹은 공고하다, 우리는 친구다'라는 돈 한푼 안들어가는 립서비스만 해주면 우리에게 요구할 많은 청구서(?)들이 저절로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미중 양강시대를 맞는 21세기 새로운 안보환경 속에서의 우리의 지정학적 딜레마에 관한 논의로 연결된다. 여전히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필수요소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이젠 중국의 비위를 거슬려서도 우리의 존립이 어려울 정도로 상호의존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한미동맹에만 의지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 소원해도 사는데 전혀 지장 없었던 시절이면 미국과의 양자관계만 충실히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는 근대 개화기 이전, 중국이 동아시아의 절대적 맹주였을 때는 '사대외교'로 대표되는 중국과의 외교에만 신경쓰면 국제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강만길 교수의 지적처럼 역사상 최초로 우리를 둘러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동시에 강대해지고, 또 그 양 세력과 깊은 상호의존을 맺고 살아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그 한미관계를 다른 주변국과의 관계속에서 얼마나 현명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는 낙제점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 현 정부가 하는 외교는 마치 명청교체기 때 인조반정을 일으켰던 명 숭배론자들이 했던 외교적 실책과 별 차이가 없다. 

중국이 최근 한미 군사훈련과 관련, 연일 예전에 없던 강경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언제 중국이 '우리 근해' 하며 강경하게 대응한 적이 있었던가? 지금 중국을 이렇게 쓸데없이 자극해 놓고 얻은게 무엇인가?  한미군사훈련이야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늘 있어왔던 일이고, 억지력에 관한 대내외 시그널 효과에서 별 차이없는 훈련 한 번 벌이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미 우리 선호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존관계가 되어버린 중국과 사이는 서먹해졌고, 믿었던 미국으로부터는 줄줄이 청구서 날아오고 있다. 지금 중국 정부 및 군부 내부에서의 반한감정은 이미 도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엔 이게 별 상관없었지만 중국이 강해지고 우리와의 관계가 돌아갈 수 없을 만큼 깊어진 이상 신경을 써야만 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결국 천안함 올인 외교와 그 근저에 깔려있는 국내정치적 이익을 의식한 한미동맹 부실 외교의 결과, 미중 양국 사이에 끼여있는 약소국으로서의 지정학적 딜레마가 더 악화된 것이다. 미중 사이의 약소국으로서 21세기 우리 외교의 가장 큰 과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일을 방지하는 것, 즉 지정학적 딜레마를 최대한 완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금세기 우리 외교 최대의 과제이자 아킬레스 건이 아무런 실질적 이익도 없이 한미동맹 만능론에 근거한 부실외교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올인 외교와 그 뒤로 계속 이어지는 미국의 요구, 외교적 딜레마,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등 악재들이 같은 맥락에서 이 같은 부실 외교에 따른 난맥상을 말해준다. 결국 현명한 지도자라면 가장 피해야 할 악덕인 국내정치적 이익을 위해 대외관계를 이용하는 폐습이 다시 한번 나타난 것이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물론 최근의 한미 FTA 수정요구, 대이란 제재 동참요구 및 이와 관련된 중국과의 외교적 논란은 상당부분 우리의 대외정책과는 상관없이 지정학적 현실에서 비롯되는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변하지 않는 '상수'라면 이것과 관련된 많은 하부구조의 각론들, 미국의 요구에 대응하는 대내외적 외교환경 및 그에 따른 선택의 폭의 문제, 미중 양국의 이익이 불일치 할 때 대중관계 속에서의 우리의 외교적 환경과 관련된 우리 입지의 폭 등...지정학적 요인이라는 상수 아래에도 우리가 얼마든지 미세조정할 수 있는 변수의 측면은 많이 있고 이는 선택여하에 따라 구조의 틀 안에서도 국익을 위한 상당한 변화 내지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국제사회내 상대적 약소국은 구조적 요인으로부터의 제약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하부구조의 변수들을 여러 대내외적 요인들을 이용한 조율과 조정으로 최대한 통제함으로써 구조적 제약으로부터 오는 한계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외교이고, 약소국에게 더 고도의 외교역량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제 대외관계를 희생시킨 정치놀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시간이 왔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