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참 잔인한 사람입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그럴 수 있습니다.
부부가 꼭 사랑만으로 살아가는건 아니니까요.
정으로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책임감으로
그리고 신뢰로 살아가는게 부부지요.
세상 어떤 유혹이 와도
내 가정만는 지키겠노라는 각오로 하는게 결혼이고
또 그게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서로에 대한 예의고 도리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 각오로 살아도
어느 순간
모든걸 버리고 싶을 때가 오면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게 마련이거늘
하물며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면
가정을 버릴 수도 있다는
그런 마인드로 살아가는 당신...
또 그걸 당당하게 아내에게 말할 수 있는 당신은
참으로 잔인한 사람이 틀림없습니다.
언젠가도 당신이 내게 했었던 그 말
진심이 아닐거라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당신의 잔인한 그 말이
내 가슴엔 항상 자리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
언제부턴가
나에 대한 당신의 마음이 떠났음을 느꼈고
그래서 난 스스럼없이 당신에게
여자로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몸은 함께 있어도
마음은 늘 딴곳을 향해 있는 사람 같았고
단 한번도 내게 진심을 보여준적 없었고
단 한번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적 없었던 당신입니다.
당신이 늘 내게 보여준 그 웃음들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단지 공허한 웃음이었을뿐이란 걸 알고 나니
더욱 나 자신이 비참할 뿐입니다.
그래도
아무리 나 자신이 비참하고 서글퍼도
이 가정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아니 지킬겁니다.
나 자신 한 남자의 여자로 아내로는 실패하고 불행한
그런 비록 참담하고 참혹한 삶을 살지언정
이 악물고 참아내렵니다.
단지 아이들의 엄마로서 살아갈겁니다.
혹여
어느날 당신이 말하던
그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면...
당신을 보내줄겁니다....
당신을 많이 사랑했습니다.
당신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이런게 행복이겠지 하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비록 원망은 했을지언정
단 한번도
온 마음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당신을 미워한적
결단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가엾은 사람을 압니다.
나만 아프고 나만 피해자인줄 알았습니다.
당신도 아프고 고통스럽다는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당신을 보듬어줄 여유가 없어 외면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눈물...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이젠 정말 당신을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때가 온것 같습니다.
결국 이렇게 될걸
내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순간이 올까 너무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어제 당신이 내게 했던 그 뼈아픈 말이
내게 용기를 줬나봅니다.
당신을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는...
아니
용기가 아니라 체념이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그 모든 것들을
머리로는 백 번 아니 천번도 이해할 수 있지만
가슴으론 절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용납이 안되는게 사실이기에
난 아직도 너무나 고통스런 지옥을 헤매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약이겠지요.
지금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아파도
언젠가는
정말 마음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편안해질 날이 올 것을 믿습니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게
때론 얼마나 큰 고해인지
온 가슴으로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당신...
고맙고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번도 당신에게 해보지 못한 말
사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