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행신동 바이더웨이에서 오후에 알바하는 23살 남자입니다.
다른 게 아니라 1주일 전쯤부터 말보로 멘솔을 사던 아가씨를 찾으려고
글을 이렇게 올립니다ㅠㅠ
긴 글이 될 거 같으니 편의상 임과 음체를 사용하도록 할게요.
====================================================================
내가 지금으로부터 1주일인가, 10일 전.
한 월요일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음.
저녁에 웬 여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말을 했음
"저기요, 말보로 멘솔 한 갑 주세요."
내 키가 178인데, 나랑 별 차이 없던 여자였음.
하지만 피부가 뽀얗고 얼굴이 작고 호리호리한 게
늘씬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람인 것임! ~_~;
근데 너무 어리게 보이니까 맨 처음엔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음
그랬더니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던데, 깜짝 놀랐어
굉장히 예뻤던 것임!!! +ㅁ +
본인 얼굴하고 대조한 결과 맞았던 것임.
그래도 뭐 담배 사러 온 손님이니까 별 상관 없이 줬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그 아가씨를 이렇게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음ㅠㅠ
왜냐하면 당시에는 그냥 헤~, 예쁘네.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지,
지금처럼 계속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람이진 않았으니까.
당연히 이름도, 주소도 지금 모르는 것임ㅠㅠ
젠장 내가 그때 그 사람의 이름 정도는 기억했어야 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아는 거라곤 그저 그 아가씨의 나이하고 인상착의 뿐이니까.
다음 날, 그 아가씨는 또 저녁 때 담배를 사러 왔음.
여전히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그리고 근처에 사는지 간편하게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왔음.
그런데도 미모가 감춰지지 않는 사람이었음.
그때도 아가씨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낭랑한 목소리로,
"말보로 멘솔 한 갑 주세요." 하는 것이었음.
어제 나이도 봤겠다, 본인인 게 확실하니까
사람 얼굴 기억을 잘 못하는 나이지만, 그 아가씨는 미모가 출중해서
내가 똑똑히 기억해서 별 의심 없이 담배를 줬음.
그 아가씨는 담배를 받자 마자 간단하게 목례를 하고 가게를 나갔음.
나도 별 생각 없이 하던 일이나 마저 했음.
사실 편의점 알바가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른 알바에 비해 개인 시간이 많음ㅎㅎ
때마침 나 답지 않지만!
웬 일로 공부 좀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 참이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가씨를 생각 안했던 것 같음
내가 왜 그랬는지... 젠장... ㅜㅜ
그리고 대망의 수요일!
그 아가씨는 또 저녁에 담배를 사러 왔음! +ㅁ +;
하루에 한 갑 피는지 날마다 담배를 사러 오던데
그날은 조금 달랐던 것임!
평소처럼
"말보로 멘솔 한 갑 주세요." 하는 건 똑같았지만,
담배를 주니까 문을 나가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낸 것임.
"저기요... 여기서 제일 싼 정육점이 어디예요?"
-_-;
아니, 생각해봐...
난 23살 남자임.
자취 경력은 제로.
편의점 알바를 하던 것도 집에서 가까워서 하는 것이었고,
게다가 방학 때만 하던 것이었음.
거기다가 나는 내가 직접 요리 재료를 사본 경력은 없고,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해서
간단한 찌개와 라면 정도만 끓이는 잉여잉여한 사람임!
그런 내가 그냥 정육점도 아니고, '제일 싼' 정육점이 어딘지 알겠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음.
"예? -_-;;"
그 아가씨도 쪽팔린지 낯을 붉게 물들였음.
하지만 그렇게 예쁜 아가씨가 물어봤는데
대답 하나 제대로 못해주면 그건 남자가 아니라고 생각이 불쑥 들었음!
어떻게든 알려줘야 한다, 라고 필사적으로 궁리하니
머리 속을 번쩍! 하고 지나가는 곳이 있었음.
그곳은 바로 우리 어머니께서 평소 자주 다니시는 정육점.
나는 그곳이 생각이 나서 그녀한테 말을 했음.
"저기요, 제가 제일 싼 정육점은 잘 모르겠구요.
하나 아는 곳이 있어요.
여기 동사무소 뒤쪽에 ~~~라는 곳이 있는데요.
혹시 동사무소 아세요?"
"예"
"예, 그쪽 뒤쪽으로 가보세요. 그럼 나올 거예요."
내가 웃으면서 대답하니까 그 아가씨는 나랑 눈을 맞추더니,
"예, 감사합니다~."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를 내면서 미소 짓더군
그 순간 나 정말 얼굴이 화끈거렸음
심장은 튀어나올 듯이 고동치고
눈 앞이 핑핑 돌던 것임
이런 경험은 진짜 오랜만이었음
그 뒤로 그 사람이 나간 뒤로 계속 그 사람이 생각나기 시작한 것임
고작 몇 분도 채 안 된 대화였지만,
내게는 몇 시간인 것처럼 계속 되생각하면서
그 아가씨의 미소를 떠올렸음.
그러면 그럴 수록 그 미소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지고
어떻게든 그 목소리를 한 번만 더 들어보고 싶어지던 것임
과연 그 아가씨가 내가 알려준 정육점에 잘 갔는지,
그곳은 가격이 저렴했는지
무슨 일 때문에 하필이면 내게 물어본 건지.
끙끙대며 목이 빠져라 그 아가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창 밖을 두리번거리던 사이에 알바 시간이 끝났음.
다음 날, 그 아가씨는 또 담배를 사러 왔음.
여전히 그 낭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했음.
"말보로 멘솔 한 갑 주세요."
담배 달라는 말이지만, 왜 그리도 듣기 좋던지.
나는 그 아가씨한테 담배를 주면서 말을 걸었음.
"어제 제가 알려드린 곳 잘 찾아가셨어요?"
"예. 근데 그리 싼 거 같진 않더라구요."
조금 말에 가시가 돋힌 것처럼 들렸음.
나는 가슴이 철렁거렸음.
어머니, 왜 그리 비싼 곳에서 고기를 사십니까... ㅜㅠ
그래서 나는 그냥 솔직하게 말을 했음.
"아 그래요?
제가 아무래도 남자다보니까 가격을 잘 몰라서...
그래도 잘 찾아가셨다니 다행이네요."
그 아가씨는 말없이 내 가슴을 설레게 한 미소만 남기고 갔음.
거짓말을 못하는지 내 심장은 다시 한 번 흥분했음.
알바를 하는 내내 그 아가씨가 떠오르기 시작하던 것임.
어떻게든 이 동네 어디서 살까,
취미는 뭘까,
남자친구는 있을까...
좀 더 친해지고 싶다
이름을 알고 싶다, 라고.
하지만 내가 그날 끙끙대며 생각을 해보니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 안 되는 걸 깨달았음.
당시 기준으로 다음주.
즉, 이번 주부터가 우리 학교는 개강인 것임.
뭔 놈의 학교가 이런 초스피드로 개강을 하던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학교 다니면서 일을 하기 위해서
주말로 타임을 바꾸려고 결정했지만,
그 순간 가슴이 덜컹거렸음.
왜냐하면 그 아가씨를 못 보게 되니까.
그 아가씨의 미소만 봐도 난 입이 찢어질 정도로 좋아 죽겠으니까.
그런 아가씨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음.
그래서 그런지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음.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 아가씨를
그러니까 만날 수 있을 때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내가 그 아가씨한테 번호를 달라고 하면
그건 아가씨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것 같았음.
난 정말로 어떻게든 그 아가씨의 번호를 알고 싶어서
쪽팔리거나 한 건 없었음.
그냥 바로 바닥에 무릎 꿇어서 빌면 주겠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용기가 넘쳤음.
하지만, 그 아가씨가 나한테 부담을 갖는 게
나란 사람에게 안 좋은 인상을 갖는 게
죽을 만큼 싫었음.
그래서 끙끙대면서 머리를 굴리니까
번호를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신용을 무의식적으로 내포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앞서갔던 것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 아가씨를 다시 한 번 만나게 되면
내가 먼저 번호를 주겠다고 다짐했음.
덤으로, 그 아가씨는 엄청나게 아름다운 사람이니까
나처럼 번호를 원하는 남자는 차고 넘치도록 많을 것 같았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먼저 번호를 줌으로써
그 아가씨한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음.
그런 좋은 면만 생각하게 되니까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음.
언제나 그렇듯이, 다음날 저녁에 또 그 아가씨는 왔음.
여느때처럼 내게
"말보로 멘솔 주세요."
라고 딱 부러지게 말을 하는데,
나는 생각이 들었음.
새로 나온 담배 중에 필라멘트 멘솔이
말보로 멘솔보다 1mg 낮았던 것이 기억난 것임.
헤비 스모커들한테는 말보로 멘솔도 약한 편이겠지만,
그래도 1mg라도 낮은 게 어디냐, 라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아가씨한테 조심스럽게 권유를 시도했음.
"항상 말보로 멘솔만 피시던데
그것보다 조금 낮은 필라멘트 멘솔은 어떠세요?"
그 아가씨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또 미소지으면서 말을 했음.
"아녜요~. 그것도 펴봤는데 제 취향이 아니더라구요."
나는 얼굴이 붉어지려는 걸 참고 말했음.
"에, 그래요?"
"예. 그건 맛이 없더라구요.
여름이니까 멘솔 피는 거예요. 시원하잖아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하니까 그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음.
"저... 편의점 알바는 보통 얼마씩 벌어요?"
나는 가슴이 철렁거렸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뭐 흔히 물어볼 수도 있는 질문이고
별 생각 없이 말을 한 것이었을텐데,
그 당시에는 왠지 솔직하게 대답했다간 내가 너무 보잘것없고
초라하게 보일까봐 선뜻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음.
그래도 이 미소가 아름다운 아가씨한테 거짓말 하기는 싫어서
대답했음
"시급 XX예요."
"예? 에게..."
나는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을 이었음.
"많이 적죠? 그래도 편의점 알바는 자기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전 집이 근처에 살아서 가까워서 왔던 것 뿐이에요.
게다가 학교 다니면서 주말마다 할 생각이라..."
"아... 그렇군요."
아가씨는 웃었음.
왠지 비웃음 같아서 쪽팔렸지만 나는 모처럼 다짐했던 걸 다시 생각하며
용기를 내서 말을 꺼냈음.
"저기, 잠깐만요."
문을 나가려는 그 사람은 발을 딱 멈추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음.
나랑 눈이 마주치니까 용기라는 녀석이 다시 땅구멍으로 사그라들었음.
그래도 불러세웠으니까 말을 이었음
"저... 정말로 이런 거 처음인데요!
아 너무 쑥쓰럽네..."
그 사람은 말없이 나를 보더군.
나는 재빨리 메모지에 휘갈겨 쓰듯 내 번호를 적어서
그 사람한테 줬음.
"이거 제 번호예요. 저 그쪽한테 호감 있어요!"
때마침 다른 손님이 들어오던지라 말을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그 사람은 내 번호를 받아들고는 고개를 꾸벅거리고는
문을 열고 나갔음.
그 뒤로 비가 오나 날이 오나 지금까지 계속 휴대폰 화면을 봤는데
전화는 커녕 문자도 한 통 오지도 않았음. ㅠㅠ
벌써 며칠이나 지났건만...
거기다가 날마다 담배를 사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랑 마주치는 게 불편한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음...
만약 이 글을 그 사람이 보신다면
전화까진 바라지도 않음. 문자라도 좋음.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도 좋으니까
제발 딱 한 번만 나랑 얘기 좀 해주셨으면 좋겠음...
난 그저 그 사람한테 내가 번호를 준 이유를
내가 그쪽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전하고만 싶음
그리고 그 내가 가슴이 설레는 미소를 한 번만이라도
마지막이라도 좋으니까 꼭 보고 싶음
그 목소리를 다시 한 번만 보고 싶음.
정말 너무 보고 싶으니까 한 번만
10분이라도 좋으니까 얘기 좀 해주셨으면 좋겠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