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 탓인지 새벽 배달 중에 길가에 누워 자고 있는 사람들과
곧잘 마주친다. 오늘도 역시 흐린 날씨임에도 습도가 높고 무더웠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잠자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여러번
불러 봤지만, 전혀 기척없이 요란스레 코고는 소리만이 새벽의 정적을
가를 뿐이었다. 어쩔까.. 잠시 고민하던 중에 때 마침 그 곳을 지나는
순찰차가 있어 안심하고 배달을 계속했다.
언젠가 배달 중에 한 음식점 앞에서 대자로 누워있는 젊은 여자를
본 일이 있다. 살펴보니 만취해서 쓰러져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여자
주위로 남,여 행인 몇 명이 둘러서서 바라보고만 있을 뿐, 어느 누구도
나서서 깨우거나 신고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곧 가까운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그 곳 상황과 위치를 자세히 알려 주었다. 얼마 후, 경찰이
배달 중인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말한 그 곳에 도착해보니 아무
도 없었다고 말이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태가 수습이 된 모양
이었다. 괜한 신고로 경찰만 번잡스럽게 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경찰에겐 조금 미안했지만,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길에서 10대들에게 집단 폭행 당해 결국 사망에 이른 한 젊은이
의 기사를 읽고 심히 개탄했다. 더욱 어이가 없었던 건, 지나는 행인들
어느 누구도 싸움을 말리거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고만 했어도
젊은이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다는 말에 참담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 사건
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임에도 왜
그리 모두들 무심했던 걸까... 어이없이 사망한 그 젊은이도 어느 분들의
사랑스러운 자식이자 귀한 가족이었을 테고, 어느 사람들의 절친한 친구
이자 소중한 사람이었을 텐데 말이다.
쓸데없는 오지랖이나 괜한 참견이면 또 어떤가... 귀찮거나 번잡스럽다는
이유로 무심히 지나쳐지는 그 사람들 또한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사람일 수
있고, 나 또한 언제든 그런 입장이 될 수 있음을 헤아리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