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2주도 남지 않았네요.
그런데 이 결혼을 파혼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어제 예비 동서 네에서 혼자 집을 보고 있었죠.
인터넷도 하고, 라면도 끓여먹고... 혼자서 남의 집에 있기 참 심심하고 뻘쭘했는데...
누워서 티비를 보다가 거실장에 동서 결혼 앨범이 있는겁니다.
남친 동생이 1년 전에 먼저 결혼했거든요.
동서네 집에 여려번 놀러 왔는데 이상하게 결혼식 앨범을 한번도 안 보여줘서...
원래 신혼집에 손님 오면 결혼 앨범부터 들고 나오잖아요.
동서가 제가 웨딩촬영한 스튜디오가 너무 이쁘다 하길래, 동서가 촬영한 스튜디오는 어땠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살짝 열어봤습니다.
리허설 앨범을 보다가 본 식 앨범을 보는데...
정말 눈알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신부대기실에서 남친이랑 전 여자친구랑 동서가 찍은 사진이 있는겁니다. ㅠㅠ
실은... 남친이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려는 단계에서 절 만났고, 저희 집에서 반대할 기미가 보이자 울면서 헤어지자 했습니다. 남친 동생과 제 오빠가 친구사이라... 본격적으로 반대하게 되면 자기 동생을 비롯한 식구들까지 상처 받는다며 울면서 헤어지자 하더군요. 헤어지고 나서도 몇달동안 연락을 했었고 한달에 몇번씩 새벽에 술먹고 전화하고 그랬습니다. 가끔 만나기도 했구요. 주변에서 너희 헤어진 거 맞냐며 정말 웃긴다며 어이없어 했더랬죠. 저도 매일같이 통화하는 이사람과 정말 헤어진 게 맞는 지 종잡을 수가 없더군요.
그러다 전 여자친구를 다시 만난고 있단 것을 알고 맘 접었습니다.
약 8개월 뒤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했습니다. 다시 받아 달라 하더군요.
주변에서 제 친구들이 다 뜯어 말렸는데 전 바보같이 그 사람이 좋아 다시 만났습니다.
연락하고 만나긴 하지만, 예전 상처가 있어 쉽게 맘을 열지 못하고 맘 고생하고 있는데... 두달여를 그렇게 끌다가 어느 날 그 사람이 서로 잊고 다른 사람 만나 행복하자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집에서 자길 받아줄 거 같지 않다면서....
혹시 예전 그 여자한테 돌아가는 거 아니냐 했더니 절대 그렇지 않다 하더군요.
우리 가족때문에 좌절하고 상처받은 그 사람에게 미안해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저에게도 예전 남친도 저희 집에서 2년동안 극심하게 반대해서 헤어진 상처가 저에게 있습니다.
다시 이 사람과 결혼반대로 힘들어 하기 싫어 저도 잡을 수가 없더군요.
그렇게 헤어지고 두달 뒤에 남친 동생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결혼식에 그 전 여자친구와 사이좋게 가서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그 여자와 또 몇달 못가고 다시 저에게 왔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 결혼식이 2주도 남지 않았어요.
지금 남친은 남친 큰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3일째 장례식장에 있습니다.
전, 신혼집 공사가 덜 끝나 자취집 짐만 신혼집에 옮겨놓고 예비시댁에서 지내고 있구요.
전화로 어제 수시간을 싸웠네요. 남친은 이미 과거가 아니냐고, 현재와 앞으로가 중요하지 않냐며 그냥 잊어 달라 합니다.
하지만 전 절대 잊을 수가 없네요. 차라리 나랑 헤어지고 딴 여자를 만났다면 이렇게 배신감 느끼지 않을겁니다.
날 두번이나 버리고 한 여자에게 갔단 사실이 너무 화가 나고, 저에게 거짓말 한 것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다시 만나면서, 작년 여름에 나랑 헤어지고 그 여자 또 만난 거 아니냐 했더니 펄쩍 뛰더니... 불과 일주일전에도 그 질문 했더니 그때도 펄쩍 뛰더니... 여자의 직감이 정말 무섭네요.
왜 그 때 솔직히 말하지 않았냐 했더니 제 기분나쁘고 맘 아프게 하기 싫어 하얀 거짓말을 한 거랍니다. 차라리 그 때 알았다면 눈 한번 흘기고 등짝 몇번 때리고, 속 조금 앓다가 넘어 갈 수 있을 일을...
지금은 남친이 저에게 거짓말을 상습적으로 해대는 것에 더 화가 납니다.
가족행사에 같이 참석하고 기념사진을 찍을 정도면... 집에도 몇번 데리고 왔었다하네요.
저한테는 우리 집에서 반대하기 때문에 헤어지는 것처럼, 맘 아파 하는 것처럼 해 놓고, 지는 딴여자 데리고 자기 집 들락거렸던겁니다.
신뢰라는 것이 더 무너져 버렸어요. 남친한테 이 결혼 깨자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결혼을 하면 제가 너무 바보가 되어버리는 거 같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어젯 밤 늦게까지 혼자 방황하다가 집에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하고 제 짐 가지러 오빠네에 갔습니다.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갔더니... 장례식장에 남겨진 남친을 제외한 식구들이 있더군요. 식구들 때문에 다시 나오질 못했습니다. 식구들은 남친과 제가 헤어질 위기에 있단 것을 모르고 계시거든요. 남친도 계속 전화해서 날씨도 춥고 늦은 밤에 어딜 갈거냐며 하룻밤만 더 자고 오늘 퇴근 후에 잠 가지고 당당히 나가라 하더군요. 저도 식구들 다 계시는데 1시가 넘은 시각에 짐 들고 나갈 엄두가 나질 않아 남친없는 집에서 하룻밤 더 잤어요.
다들 장례식장에서 늦게 오셨는데 어머님께서 아침부터 일어나서 제 밥 차려 주시더군요.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엄마처럼 절 챙겨주시는 시어머님인데... 남친한테 파혼하자 해 놓고 전 그 밥 꾸역꾸역 먹고 내집에서 나오듯 출근했습니다. ㅠㅠ
신혼집으로 이사하면서 제 자취집 가구며 이불, 다 버렸습니다. 정말 신혼집엔 옷이며 개인 물건만 있고, 가스도 연결되지 않았고, 남친 집이 너무 가난해서 대출 1억 받아 집을 산 상태입니다. 그 돈 혼자 갚을 능력도 안되고...
남친은 계속 전화해서 정말 결혼 깰거냐고 확인하고 화냈다가 얼르고...
저도 갈피를 못 잡겠어요.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났고, 결혼식만 남았는데...
주변 지인들도 우리 결혼 다 알고 있고...ㅜㅜ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면 남친이 와 있겠죠.
내가 당당히 내 짐을 갖고 나올 수 있을지.
여기서 결혼을 그만두면 우리 부모님 상처 또한 크실텐데... 난 챙피해서 직장 생활 어찌하며...
남친은 니가 너무 좋아 걔랑 헤어진 거라며, 오히려 이걸 약점 잡아서 평생 너에게 잘 하고 헌신하게 만들면 되지 않냐고,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잊으라고 말하는데 그게 결코 쉽지 않네요.
동서의 결혼앨범엔 계속 그 사진이 있을테고... 제 맘 속에도 항상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테니까요.
과거도 과거 나름이죠. 절 만나기 전의 과거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절 만나면서 줄곧 한 여자와 저 사이를 왔다갔다 했고, 전 힘들어 하고 눈물 지을 그 시점에 이 남자는 절 그렇게 힘들게 한 여자와 희희덕 거렸단 사실이 제게 큰 상처가 되는거죠.
날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만난 그 여자와 왜 헤어지고 나랑 결혼하겠단건지.
이 시점에서 너 때문에 그 여자랑 헤어졌단 말이 씨알이 먹힐거라 생각하는지...
이미 나에게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혔는데 내가 그 말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죽는 시늉하며 드러누워 날 잡는 것도 아니고, 과거인데 어떡하냐 그냥 잊으라며 오히려 저보고 애같이 군다고 뭐라하는 남친한테 정말 실망했습니다.
이 결혼 정말 못하겠습니다. 평생 맘에 상처 안고 의심하며 못 살겠어요.
다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생길 파장을 감수할 용기가 없네요.
우리 부모님 맘 아파하며 눈물 지으실 거 생각하면...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요. ㅠㅠ
한번 한눈 파는 남자, 두번세번 우습단 그 말 정말 맞나봐요.
속이 터져 죽을 것 같아,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 할 수 업어 익명성을 이용해 속풀이 합니다.
글이 많이 기네요.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