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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 담양의 늦은 오후,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콰이아 길

일포스티노 |2010.09.04 17:07
조회 954 |추천 0

죽녹원은 말 그대로 유원지야. 관방제림도 마찬가지이고.

유원지 관광은 보통 가족, 아니면 커플, 아니면 친구끼리, 그리고 아주 가끔은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들도 있더라.

입구에는 이렇게 판다곰들이 있단다. 귀엽지? 판다가 대나무를 또 좋아한대잖아!ㅎㅎ

 

 

 

 

죽녹원에서는 신선한 대숲 향기를 맡으며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야.

점심으로 떡갈비나 대통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겸 죽녹원을 거닐면 정말 좋은 코스라고 할 수 있지!

영화 촬영지도 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 곳을 찾았다 해서 방문기념으로 해 놓은 곳도 있더라고.

 

겨울이지만 여전히 푸른 대나무들을 보면서 사시사철 한결같은 마음을 변치않은 대나무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해 봤어 :)

겨울이라서 대숲에서 이는 바람이 쌀쌀하긴 했지만 그런 바람도 춥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그저 좋더라.

여름에 이곳에 서면 청량감이 겨울보다 더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여름엔 시원해서 사람들도 진짜 많이 오겠지?

 

 

 

 

여긴 관방제림이라는 곳이야, 여긴 300년이 넘은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단다.

나무마다 번호가 하나씩 매겨져 있는 것도 참 신기했어 사실 :)

여름에는 새파랗게 늘어져 있는 나뭇잎들이 멋지다던데 겨울의 잎없는 나무들도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었어.

 

 

 

관방제림을 따라 거닐면 왼쪽에 담양 추성운동장을 지난단다. 이런 곳에 종합운동장이 있는 게 의외여서 놀랍더라고.

근데 멀리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운동하는 모습이 보이더라.

내가 저 아이만했을때 아버지와 집 뒤곁에서 농구하던 기억이 문득 생각나서 웃음이 났어.

축구를 정말 좋아해서 초등학교 운동장에 아버지랑 같이 가서 공도 찼던 기억

농구를 좋아하는 나 때문에 늘 내 농구 상대가 되어주셨던 우리 아버지, 늘 내기를 하면 져주시곤 했던 그 때의 기억

 

신나게 운동을 하는 두 부자를 보며 너무 그 모습이 아름다워서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지 뭐야.

나도 훗날 아빠가 되면 친구같은 아빠가 되어주고 싶어 저 멀리서 운동하고 있는 두 부자처럼 말이야.

아버지한테 잘 해드려야 하는데 늘 걱정만 시키는 건 아닌지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워져서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서 잠시 아버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어 ^^

 

 

 

이 관방제림길을 따라서 쭉 2km 정도를 걸어가면 메타세콰이아 길이 나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 곳을 난 한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게 되었단다.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걷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저쪽에서 걸어오시더라고.

나랑 같은 방향이기에 할머니께 말을 걸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금방 가게 되더라.

역시 혼자 걷는 것보다 같이 걸으면 덜 심심하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니까 :)

 

 

부엌에서 넘어지셔서 한쪽 팔을 깁스하셔서 거동하기 불편하신 할머니께서는 그래도 다리는 멀쩡하니까

운동을 해야한다면서 하루에 두 시간씩 이 관방제림길을 왕복하신다고 하셨어.

할머니와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에 대해서, 담양에 대해서 한 30여분동안을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어.

손자같다면서 잘 챙겨주시고 메타세콰이아 길 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고

내가 이상한 길로 가는 것 같아 보였는지 멀리서 소리치시며 반대 방향을 알려주시는 세심함까지.

 

 

나는 이 관방제림길을 걸으며 부자간의 사랑을 보았고, 할머니의 따뜻함을 만났으며, 늦은 오후의 따사로운 햇볕을 느꼈단다.

그렇게 난 꼭 가고 싶었던 메타세콰이아 길에 도착했어. 왜 메타세콰이아 길을 그렇게 좋아하느냐고? 세 가지 사연이 있지^^

 

첫번째는 2006년 여름, 박카스 국토대장정을 할때 걸었던 길이 바로 이 담양의 메타세콰이아 길이었어.

사실 그 땐 몰랐었어 이 길이 이렇게 아름다운건지...

사람이 그렇잖아. 힘들면 나밖에 안보이고 아무리 주변이 아름다워도 그 경치에 눈이 가지 않는걸.

비가 매우 세차게 내리던 어느 여름 장마기간

노란 우의를 머리부터 신발 위까지 덮어쓰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열심히 걸어야 했던 그 때의 기억

그래서 난 아직도 이 메타세콰이아를 잊지 못하거든.

 

두번째는 바로 2년 2개월동안의 군생활을 했던 곳, 청주 공군부대의 기억이야.

다른 곳과 달리 여기는 입구부터 시작해서 2km 정도의 긴 길이 양 옆에 메타세콰이아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거든.

그래서 사계절의 메타세콰이아의 모습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해.

가을이 되어 낙엽이 떨어질때면 낙엽을 쓸어야 했기에 불평도 많이 했지만

이 메타세콰이아 길을 걸으며 감상에 젖어본 기억도 있고, 비맞고 걸어본 기억도 있고 메타세콰이아를 주제로 글도 많이 썼었는데 말야.

 

마지막은 영화 가을로를 통해 느낀 메타세콰이아 길의 아름다움이었어.

 

새로 포장한 길인가 봐요? 예쁘죠?
전에 있었던 길들의 추억이 다 이 밑에 있을텐데
사람들은 이제 그 추억을 안고 이 새 길을 달리겠죠?
좋은 길이 됐으면 좋겠다.

 

 

 

영화 가을로의 마지막 장면에서 김지수가 이 몇 마디를 남기며 떠나는 길이 바로 여기 담양의 이 길이었거든.
유지태와 엄지원이 함께 걷던 길 또한 이 길이고 가을로의 엔딩이 올라가는 부분도 역시 이 길이거든.

가을로를 보면서 이 메타세콰이아 길을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3년만에 여길 다시 찾을 수 있었단다.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있는 나를 보며 " 파워 니콘 " 하시며 웃어주시던 한 아저씨의 미소가 너무 좋았고

조카 사진을 찍어주려고 왔다면서 니콘 카메라를 들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한 여성분의 친절함이 감사했으며

카메라의 배터리가 닳아서 어쩔 수 없이 폴라로이드를 이용해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사진이 이쁘다며 보고 지나가시는 아저씨들의 한 마디가 혼자 이 곳을 찾은 내겐 뜻하지 않은 즐거운 만남이 되어주었어.

카메라 배터리를 충분히 충전하지 못한 나의 불찰로 인해 더 아름다운 사진을 담지 못해서 그게 좀 아쉽긴 했지만 ㅠㅠ

 

 

 

메타세콰이아 길. 너무 예쁘지 않니?? ^^

잎이 다 떨어진 겨울의 메타세콰이아.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중인 나무들...

다음 해에는 더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지금은 잠시 쉬는 중이겠지?

 

 

 

 

메타세콰이아 길에서 다시 관방제림으로 걸어서 돌아왔는데 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조금 서둘렀단다.

광주에서 순천을 거쳐 여수로 가야하는 긴 여정이 있기 때문이야.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불렀기 때문에 죽녹원 근처의 국수거리를 가보진 못했어.

여기에 국수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국수가 정말 맛있다고 하더라고. 난 국수 정말 좋아하는데.

대신 길거리에서 파는 대잎호떡을 몇 개 사먹었는데 이것도 맛있더라. 난 이런 길거리 음식들도 좋아하거든!

 

 내일로여행 3일차

20091213 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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