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터미널에서 보성으로 가는 첫 차가 아침 6시에 있더라고. 서둘러서 아침 일찍 첫 차를 타고 보성으로 향했어.
버스를 탔는데 첫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더라.
나중에 알고보니 오늘이 보성장날이어서 그랬나봐.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양손에 무언가를 싸서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다 제각기 맡은 일에 따라 그 일을 업으로 여기고 평생을 살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서로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날씨가 오늘밤부터 추워진다고 하던데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강진에서 보성까지 그리 멀지 않아서 라디오를 듣다보니 금방 도착했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기는 부담스러워서 터미널의 식당 아저씨께 짐을 부탁드렸더니 웃으시며 맡겨 주시더라고.
짐이 많으면 이동할때마다 불편하고 신경쓰이는데 이렇게 친절하신 분들을 만나 그 걱정을 덜 수 있어서 참 좋았어.
짐을 맡겨놓고 녹차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어.
전형적인 농촌의 냄새라고나 할까? 시골분위기가 후각을 자극하는데 그게 꼭 싫지는 않더라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녹차밭은 고요했어. 햇살이 채 내리기도 전에 어렴풋하게 보이는 녹차밭을 향해 걷는 기분이 상쾌했어.
대한다원은 보성녹차밭 중에 가장 큰 곳인데 여기 입구의 삼나무는 묵직한 울림을 주더라고.
이른 아침의 겨울 차밭도 나름대로 느낌이 좋았어 ^^
흐린 날씨와 이른 아침인탓에 비틀진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니 무거운 초록빛이 나를 반겨주던데?
CF나 드라마, 영화의 배경으로도 많이 쓰인 곳이라 보성녹차밭이 낯설지만은 않았어.
중앙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보는 녹차밭, 안개까지 초록빛이 감도는 차밭을 보며 아침 산책코스로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절로 차분해지는 마음, 고요한 명상과 수련을 이 곳 녹차밭에서 해도 손색이 없을 것만 같았고.
이 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면 중앙전망대가 있고, 더 올라가면 바다전망대가 있는데 조금만 걸으면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어.
여기서 내려다보면 녹차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그냥 녹차밭만 걷기보다는 이 코스도 추천해주고 싶어 :)
난 녹차밭의 이런 부드러운 곡선미가 마음에 들어.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끝을 마무리지어 새로운 길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녹차밭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어.
녹차밭 산책을 하고 아래로 내려오면 기념품 판매점과 녹차 시음장이 있어.
녹차 한 잔에 천 원인데 따뜻한 녹차를 리필해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난 여기에서 녹차를 한 세 잔 마셨던 거 같아 ^^;
이 곳에서 녹차를 마시며 추위를 누그러뜨리고 있는데 서울에서 오셨다는 한 내외분을 만나 같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어.
두 분 모두 중년인듯 보였는데 이쪽에 올일이 있어서 녹차밭에 들르셨대.
두 분이 다 카메라에 준전문가이신 것 같아서 사진에 대한 조언도 좀 받았고 :)
좋은 여행 되라면서 인사를 하고 먼저 떠나시는 두 분의 뒷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지 뭐야.
우리가 나눈 말은 몇 마디 되지 않았지만 그 분들이 남겨놓고 간 빈자리가 너무나 훈훈해서 차를 두 잔 더 마시며 앉아 있었던 것 같아.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어디 거창한 곳이 아니더라도 주말마다 이렇게 손잡고 여행갈 수 있으면 참 좋겠어.
그리고 사진을 좋아하는 당신이었으면 더 좋겠어. 찍는 것이든, 찍히는 것이든 :)
내가 작가하면 되니까 사실 찍히는 쪽이었으면 더 좋겠다.
녹차아이스크림을 여기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는데 1시간뒤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아쉽지만 시음을 해보지는 못했어.
버스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
녹차밭에서의 훈훈했던 시간들을 간직하고 난 또 다음 여정을 향해 출발했어.
보성터미널로 향하는 길에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먼저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한 마디가 적혀있는 기둥이 눈에 띄더라.
나도 녹차밭을 다녀간 것을 기념하여 몇 마디를 살짝 적어놓고 버스에 올라탔어.
이걸 적고 나니 바로 버스가 도착하던데... 버스 제 시간에 잘 와요^^
나 혼자 여행, 외롭지만 홀가분하다.
이렇게 적혀있는 한 마디를 보며 나도 맞장구를 쳤어 :)
진정 내 마음이랑 똑같구나. 나 말고도 이렇게 혼자 이 곳 녹차밭을 찾은 이들이 있구나.
녹차의 수도 보성에서 녹차밭을 다녀가면서 :)
내일로여행 2일차
20091212 보성녹차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