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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야기

산다는것은 |2010.09.14 17:33
조회 172 |추천 0

친구모친의 부음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장지로 같이 움직여 주었다.


특별히, 그나마 친구라고 세울놈은 그놈 하나라, 끝까지 움직여 주었다.


다른 놈들의 상에는 그저 얼굴만 보고 절만하고 올라왔었다만...


 


비가 많이 와, 봉분이 제대로 서질 않았다.


물컹거리는 흙반죽이 되어, 밀려나고 밀려나고...


 


혹, 물에 빠지신 기분으로 주무시는 건 아닐런지...


 


'정리해라'하고 돌아오는 길...


 


실은 치악산의 줄기라 시간이 되면 안으로 들어갔다 오고 싶었지만,


일산의 킨텍스에서 회사와 관련된 무슨무슨 행사에 같이 가자는 사장의 전화에


봉분을 올리는 것만 보고, 부랴부랴 돌아서 가는 길이다.


 


 


그러고 보니, 어릴적 와보고 이쪽으로 온 기억이 별반 없는 듯 싶다.


집 방향이 반대이니, 명절때고 휴가고 오면 집주위에서 서성이지 이쪽으로 와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1.


색바랜 아스팔트가 갈라져 군데군데 속을 보이고 있고, 가드레일이 오랜시간 먼지와 비, 눈을 치르고 살아 색이 바랬지만


그만큼 저 포장된 도로가 오랜 나이를 먹었지만, 비포장시절의 기억만 남아있는 내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풍경이다.


 


삼형제 바위... 코흘리개 시절 소풍을 갔다 하면 저 삼형제 바위앞에 왔었다.


삼형제의 전설이 이젠 가물가물하지만, 소풍때마다 오며 친근해 졌던 곳...


낡은 아스팔트며 높아진 길이 가로막았지만, 그래도 친숙한 삼형제 바위...


 


그 속에는, 딱딱한 아이스께끼며, 사이다 한 병의 기억이며,


일년에 한번뿐인 김밥의 기억이 박혀있다.


 


2.


약수터가 보인다.


가야할 길이 조바심나게는 했지만, 오랫만에 추억을 보고자 차를 세우고 약수터로 향했다.


아주 깔끔하게 돌벽을 세우고, 너무 쉽고 편하게 올라가는 길을 만들어 놓아,


이 또한 나를 빈정 상하게 했다.


좁고 비탈지고, 손을 끌며 당기며 올라가 초라한 돌의자에 앉았던,


아직, 어른에 대한 막연한 꿈과 미래에 대한 상상을 하며,


혹여 과자 두어 봉지라도 사가지고 올라가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던 곳...


 


결국은 깔끔하고 좋게 만들어 놓은 수고가, 내게는 실망만 주었다.


 


3.


전재


고개에는 '령'이라 이름 붙혀진 큰 고개가 있고,


'재'라 붙여진 그보다는 작지만 여전히 큰 고개가 있다.


바로 '재'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전재다.


비포장도로의 이곳을 기억한다.


중학시절, 자전거를 끌고 이곳을 왔었다.


아직 고향을 벗어 나는건, 거의 없던 시절... 오로지 고향의 품에서만 살던 내게, 전재고개를 올라선다는 건


다른 세상을 꿈꾸는 시간이었다. 두렵기도 하고, 들어가 보고 싶기도 한 낯 선 세계에 대한 동경이기도 했다.


몸보다 훨씬 큰 자전거를 끙끙거리며 끌고 올라가면 산과 산이 맞닿아 조그마한 계곡을 수없이 만들어낸 이 곳...


길 옆에 그런 곳이 많았지만, 그 중 물이 그나마 흘러내리는 곳은 몇 군데 안됐다.


그 중에 하나에 들어가면 덩굴들이 감싸고 있어, 마치 비밀의 장소에 온 듯한 환상을 갖게 했다.


한 여름이라도 덩굴이 조그만 계곡을 감싸고 있어, 그 안은 참으로 시원하고 한기까지 느끼게 했었다.


차들의 통로로만 사용되는 전재에서 이제 그걸 느낄 수 있을까?


혹, 갓길이라도 있다면 좀 내려보고자 했으나, 차를 댈만한 곳을 찾지 못 해 그저 지나쳤다.


 


 


다시 보자


고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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