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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논란 불씨'… 서민들 세부담 증가로 불똥 튈라

조의선인 |2010.09.21 00:38
조회 481 |추천 0

[한국일보 2010-09-20]

 

공정한 분배 공평한 세금


세수확대 방안으로 부가세 인상 검토 논쟁 초점
정부 세제개편안도 "서민 배려 미흡" 지적 많아
"조세 공정성 회복 위해선 추가 감세 유보" 중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 도입을 언급하고 나서자, 정부 안팎에서 거론된 가장 유력한 방안이 부가가치세 인상이었다. 우리나라 부가세율이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세율(17%)보다 크게 낮은 만큼, 인상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굳이 통일세가 아니라도 빠듯해진 재정 여건상 머지 않아 부가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 정부 한 관계자는 "저출산ㆍ고령화로 나라 재정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년 이상 세율 인상이 없었던 부가세를 손 대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간접세인 부가세를 높이는 경우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이나 동일하게 세금 부담을 떠안는다는 점. 소득 역진적일 수밖에 없다. 법인세ㆍ소득세 인하 등 '부자 감세'를 하더니, 텅 빈 나라 곳간을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 정부 조세 정책의 불공정성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이유다.

부자 감세인가, 아닌가

현 정부 조세 정책의 공정성을 보자면, 우선 정부 초기 단행된 감세가 '부자 감세'인지 아닌지부터 따져봐야 된다. 현 정부는 당초 ▦법인세 및 소득세의 단계적 인하 ▦종합부동산세 단계적 폐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폐지를 추진했다. 또 실제로 법인ㆍ소득세율이 일부 인하됐고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과세도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감세 혜택은 부자에게 집중됐다. 종부세의 경우 2007년 세수가 2조4,000억원에서 작년에는 1조2,000억원으로 딱 절반으로 줄었다. 줄어든 1조2,000억원은 고스란히 부자들의 주머니에 남아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의 추가 인하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자 감세'에 항변하는 정부의 논리는 "고소득 구간이나 대기업들에 대해서만 세율을 낮추는 게 아니다. 또 세율을 낮추면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것. 언뜻 틀린 얘기는 아닌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소득세나 법인세 같은 직접세는 원래부터 부의 재분배 차원에서 소득이나 기업 순익 규모에 누진적인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세율을 낮출수록 부의 재분배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소득세의 경우 소득 구간이 높아질수록 인하 폭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구간별로 동일하게 2%포인트씩 세율을 낮추게 되면, 고소득층의 세금 인하 폭이 훨씬 커지는 건 당연하다. 국회 전문위원실은 "과표 4,600만원을 초과하는 인원이 10.3%(27만2,054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납부하는 소득세는 전체 금액의 64.5%(38조6,652억원)에 달해 감세 혜택은 고소득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생색내기 서민 배려로는 역부족

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의 타이틀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 안정'.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과 함께 조세정책에서도 서민을 배려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요란한 외양에 비해서 그 실속은 별로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일용근로자에 대해 원천징수세율을 인하하고, 대학생 근로장학금에 대해 소득세를 비과세하고, 경차 유류세에 대해 환급을 연장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 세무검증제도를 도입하고, 미용목적 성형수술 등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대기업이 집중 혜택을 받아온 임시투자세액공제를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등 '부자 증세'의 흔적을 보이긴 했지만 이 역시 미미하긴 마찬가지였다.

세제 운용의 핵심인 세율은 낮추면서, 다른 부분을 통해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자니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부분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 전문가들은 조세정책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부자감세를 유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내린 세율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2012년으로 미뤄 놓은 추가 감세만큼은 철회를 해야 한다는 것.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위기로 소득분배의 편차가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감세는 분배구조 악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공정한 세제를 위해서는 감세를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추가 감세로 더욱 악화될 재정 건전성을 메우기 위해 부가세 인상이 됐든 뭐가 됐든 결국엔 서민들의 부담만 키울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한국일보 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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