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의 영화
Oki's Movie
2010
홍상수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
9.0
「걸작」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소개되었던
'홍상수'의 중편 『첩첩산중』의 연장 선상
(아니 프리퀄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에 있는 영화다.
『주문을 위울 날, 키스왕, 폭설 후, 그리고 옥희의 영화』
이렇게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지만
이 모두를 하나로 묶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홍상수'의 새로운 걸작.
영화는 두 세번 볼 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영화는 한 번을 보고만 있어도 툭 던질 만한 이야깃거리가 수 백가지다.
위 4개의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시간대로 '문성근', '이선균' 그리고 '정유미'
이 셋의 삼각관계를 단백걸쭉하게 그려냈다.
시간은 뒤죽박죽이지만 4개의 에피소드를 지탱해주는
어떠한 축이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은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그 날을 혹은 그 시대를 살았던 이야기를 토해내는 행위가
각자가 소유한 기억들에 의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모두 하나의 어떤 지점을 가리키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세월은 그 지점을 무심하게도 바꾸거나 연장시켜버린다.
모든 일들이 우리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또 끝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수 많은 사연을 뒤로하고 아차산의 잘 생긴 나무에서 그들은 재회한다.
(사실 그들 모두는 아니지만.)
옥희가 만든 영화처럼 그들의 사연은 거기서 끝이 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세월은 쉬지않고 흘러 그들 모두를 흘려보냈다.
그리고 각자의 사연이 겹치고 겹쳐『첩첩산중』에서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후 우리는 『첩첩산중』을 관람함으로써
의도치않게 이어지는 그들의 인연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고,
이미 『첩첩산중』을 관람한 이들에게 『옥희의 영화』는
소주에 막걸리 안주를 곁들이며 친구 에게 듣는일종의 넋두리같은 영화다.
이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뭔가 중요한 것을 맴도는 듯한
괜시리 불안하고도 가슴 뛰는 증상이 없다면,
그동안의 당신의 인생이 너무 평범했거나
지리멸렬함의 묘한 쾌락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체질이니
보다 많은 영화관람을 요하는 바이다.
'홍상수'의 영화는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 누구도 그처럼 영화를 만들수는 없다.
독보적인 그의 영화세계에 경탄을 보낸다.
bb.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