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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너무한거 아니냐고 씨팔

난 안쪽팔려 |2010.10.07 17:20
조회 793 |추천 0

 

어제 감정에 못이겨서 제목 그대로 욕나오게 열받는 상황에서 대충

끄적거린거라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는 글을 올리고 말았는데

정말 부끄럽기 그지 없다.

 

이 게시판을 만든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그냥 지껄여 볼까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휴지로 닦는 과정에서 소량의 피가

묻어나왔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엔 상황이 우스워서 즉시

인터넷 네이년에서 내 증상에 대한 병명과 가까운 병원을 검색해서

찾아갔다. 의사 말이 흔히 있는 일이고 치질 초기란다.

 

병명은 '급성 치열'

용변(큰것)을 볼때 과도하게 괄약근에 힘을 주었거나, 뜻하지 않게

큰놈이 나오면서 좁은 문틈을 이기지 못하고 억지로 힘을 주어 그곳이

찢어지게 되는 경우 세균에 오염되어 다시 아물려면 시간이 걸리고,

다른 피부와 달리 약하고 민감한 부위라 금새 다시 오염이 될 수 있어

심하면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치질이다.

 

난 절대 이런 병에 걸리지 않을 거다. 더럽게 안씻고 게으른 사람들만

걸리는 병이다. 라고 생각해서 참 쪽팔리겠다고만 내심 남의일처럼

생각했었는데 내가 바로 그 병에 걸렸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암튼 그건 그렇고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 하다가 우선 지어주는 약

3일치와 연고를 발라보고 상태가 호전이 되지 않으면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다. 동네 가정의학과에서는 치료가 불가능 하고,

심할 경우 항문외과같은 곳에서 수술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는 것.

 

상당히 암울한 진찰 결과를 받아듣고 나와 약을 타면서도 간호사와

눈한번 마주치지 않고 부리나케 병원 문을 나서야 했다. 쪽팔려서..

 

다 큰 놈이 치질이라니.. 아니.. 근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그렇지만 동물적으로는 참고 견뎌내야 했으며,

이성적으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앞뒤 분간이 안되서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그러나 이 보다 더한 일도 많은데 뭘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보다 더 큰 병을 앓고 희귀질환에 불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좀 더럽고 치사한 병이지만 어쩌겠나

이미 걸린걸.. 빨리 고쳐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처방전을 들고

근처 약국으로 갔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굴욕에 시작이

다가오고 있음을 난 직감할 수 있었지만 막을 수는 없었다.

 

약국엔 나를 포함해서 세명의 환자들이 앉아서 처방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엔 나랑 동갑으로 보이는 여자도 있었다.

그 여자는 변비때문에 온것 같았다.(옆에 아주머니랑 친한지 대화를

나누는 걸 엿들었다.. 아니 들렸다. 본의 아니게..)

그런데, 그 순간 내가 처방받은 처방전에 받기로 되어있는 약 중

치크린 이란 연고가 없어서 제약회사에 전화를 하는듯이 보였다.

그런데 연고가 없자, 즉각 내게 다가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큰소리로 ㅇㅇㅇ님, 치크린 연고가 없어서 다른 연고를 사셔야 할것 같아요.

치질환자한테 맞는 연고가 하나 있긴한데 주문해 드릴까요? ...

그러면서 1분간 치질에 대한 긴 설명이 이어졌다. 난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지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땀은 벌써 범벅이었고, 두 눈은

시퍼렇게 멍들고 있었다. 땀이 흐르는게 아니고 분사되고 있었다.

 

옆을 볼수가 없었다. 얼굴을 들 수도 없었고, 그저 말하는 거 듣고

네...네...네...대답만 하다 약3일치 값만 내고 얼릉 도망쳐 나오고

싶었지만.. 그 약사분은 아주 친절하게도 이봐요~ 음료 하나 드시고

가세요.. 라고 내 손에 꼭 쥐어주기까지 했다. 그 눈빛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말씀 하시며,, 어디서 많이 본 분 같은데.. 자주 오지 않으셨나요? 라는 말까지 곁들이는 것... 아주 눈치가 없는 약사다.

 

그래서 난.. 네.. 자주 왔죠..네.. 안녕히 계세요.. 하며 발에 불이나게

뛰쳐나와야했다.

 

집에 오는내내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얼굴엔 땀이 마구 분사되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는 말이 괜한 허위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번일로 깨달은게 참 많다. 잘 먹는것도 중요하지만 잘 싸는것 또한

중요하다는걸.. 참 더러운 이야기지만.. 밥먹는 시간에 보게 된다면

밥맛 떨어질 얘기를 계속 하고 있지만.. 연고는 따로 다른 병원에서

구입해서 바르고 있다. 하루에 3번, 깨끗히 씻은 다음.. 주입구에 넣어

꾹~ 누르면 손안대고 바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아주 잘 만들었다...

 

진짜 미안한 얘기지만, 나와 같은 병으로 고생하는 환우들을 위해

한마디 하고싶다. 치질은 더러운 병이 아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여자들 변비때문에 고생하는것 처럼 아주 당연한 일이다

 

너무 쪽팔려하지 말자... 누구나 겪는일이다. 그게 나라서 참.......

추천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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