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결과도 못 믿는 ‘타까’
경찰이 공식적으로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을 인정했다. 그의 학력 의혹 논란을 수사 중인 경찰은 미국에 있는 왓비컴즈의 정체도 추적 중이다. ‘타진요’와 ‘상진세’ 회원들은 수사 결과도 믿지 못했다.
흉악범만 거둬 외딴 마을에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던 웹툰 <이끼>의 이장 천용덕은 본인 스스로가 마을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했다.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의 학력 논란이 빚은 견고한 의심의 벽 역시 그 시작과 끝은 ‘타진요(타블로의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 운영자 ‘왓비컴즈(whatbecomes)’였다.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 학력에 의혹을 제기해온 그는 1989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미국 시민권자 김 아무개씨(57)로 밝혀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0월8일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 졸업을 확인했다. 왓비컴즈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친구 박 아무개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아이디를 만들었다. 그는 발표 당일, 국가가 ‘자국민을 개취급 한다’며 자신은 고소당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김씨의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MBC 스페셜]에 출연한 타블로는 눈물을 보였다.
왓비컴즈의 시작과 끝을 존재하게 한 건 수만명 누리꾼이었다. 20만명에 육박하는 타진요 회원은 타블로가 등장했던 오락 프로그램과 사소한 과거의 행적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학위에 이어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타블로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와 형제의 과거를 캐는 게시판이 따로 꾸려졌다. 스스로 명문대 유학생 출신임을 강조하던 회원들은 모든 의혹이 ‘학력 열폭(열등감 폭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캐기 위한 ‘집단지성’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타블로를 직접 고소한 ‘상진세(상식이 진리인 세상)’는 타블로와 동행해 의혹을 파헤친 <MBC 스페셜>이 방영된 뒤에도 전산 조작 의혹을 내세웠다. 10월5일 기자와 만난 상진세 운영진 이 아무개씨는 수백 쪽에 달하는 자료를 꺼내 보이며 수십 가지 의혹을 제시했다. “타블로 지인이 스탠퍼드 전산 시스템을 해킹한 것이라 학교에서 성적표를 떼도 소용이 없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믿는다는 걸까. 카페 내부에서는 FBI에 수사를 의뢰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FBI에 수사 의뢰하자” 의견도
타진요는 경찰의 발표 이후 게시판을 통해 변호사 회원을 급구했다. 그들이 핵심적으로 공개를 요구했던 건 출입국 기록서다. 스탠퍼드 재학 시절과 서울에서 학원강사로 일하던 시절이 겹친다는 의혹 때문이다. 경찰은 19차례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강사 활동은 방학에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운영진 제퍼는 기자에게 “혹시 출입국 기록서를 직접 보았느냐. 우리가 맞춰봐야 할 것 같다”라며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다만 “왓비컴즈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났다.
이택광 교수(경희대·문화평론가)는 이들의 불신에 견고한 학벌주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시스템은 완벽할 것이라는 환상이 있다. 의혹에서 출발해, 믿고 싶은 현실을 재구성하는 데 이르렀다. 종교적 신념이나 마찬가지여서 과학적 반박이 안 된다.” 유학생·명문대 출신 회원들이 악플러와의 차별점으로 ‘정의’라는 잣대를 댄 것도 흥미로운 지점으로 꼽았다.
수사 과정에서 타블로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출생부터 지금까지 모든 개인사를 일일이 고백하고 증명해야 했다. 에픽하이의 동료 미쓰라진은 방송에서 말했다. “이 모든 게 진실이라고 밝혀졌을 때 그 보상은 누가 해줄 건지, 저는 그게 제일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