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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대기업 사원이 보는 안타까운 모습들.

이른바대기... |2010.10.22 21:24
조회 2,124 |추천 4

안녕하십니까.

어쩌다 보니 재수없는 소리만 연짱 삼일째 쓰고 있는 이른바 대기업 사원입니다.

과분한 관심 보여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저에게든, 사회에게든,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든 질문을 던져주시고, 불만을 가져주시는 여러분들께 다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은 그간 횡설수설했던 글을 정리하며, 리플에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서도 답을 하는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몇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닉네임을 '이른바 대기업 사원'으로 하고 있느냐, 또는 왜 글마다 반복적으로 저의 형편이 좋지 않음에 대해 주절 주절 거리느냐 말하시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왜 닉네임이 '이른바 대기업 사원'인가.

   제 닉네임이 '이른바 대기업 사원'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대기업에 다니지도 않는 주제에 대기업 얘기를 한다고 하시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너보다 연봉 더 높은데 다니는데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라고 하시지 않았을까요. 혹은, 너도 취업 준비생인 주제에 주제넘은 소리 한다고 하시지 않았을까요. 애시당초 첫 글을 쓸 때는 여러 글을 쓸 생각도 없었고, 단지 대기업에만 매달리는 청년 실업자들이 많아 '대기업 별 거 없으니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에서 쓴 거라 딱히 대기업 사원이라 잘났다고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지나와 생각하면 제 닉네임이 '평범중소기업남'이었으면 이 정도로 많은 분이 제 글을 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2. 왜 글마다 불쌍한 척 착한 척을 하느냐. 성공했다고 우쭐대는 것이냐.

   아니요. 저는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나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났고, 이른바 좋은 대학 가는 친구도 별로 없는 학교에서 대학에 진학해 이른바 대기업에 들어왔습니다. 만약 제가 이런 이야기를 안했으면, 저는 아마도 '부모를 잘만났겠지'라느니 '낙하산 새끼'라느니, '나도 너처럼 유학가고 어쩌고 했으면 너만큼 했다'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겠지요. 그도 아니면 토익 점수가 높았냐느니 자격증이 있냐느니.하는 그런 비난을 받지 않았을까요.

 

추가하자면, 제가 글이 왜 그렇게 횡설 수설하고 길고 장황하며 주제도 없냐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사실 글을 여러개 쓸 생각도 없었고, 글 작성 시간을 보시면 알겠지만, 항상 퇴근하고 돌아와 삼십분 정도 짧게 쓴 글이기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원래도 글을 잘 못쓰고,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도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점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일찍 퇴근한 김에 짧고, 간단하며, 조금이라도 명쾌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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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안한데. 넌 너무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위주의 글에 대한 제 생각.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아는게 뭐가 그렇게 많겠습니까. 그러나 그 짧은 경험 속에서, 얼마 되지 않는 직장 생활 속에서 너무 무서운 것들을 본 것 입니다. 저는 입사 후 처음 받은 월급이 평생을 일해온 나의 어머니의 몇달치 수입보다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희 부서엔 집을 세개씩 가지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집 한 두개에 임대용 상가 한 개씩 가지고 있는 분은 적지 않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아직까지 빚을 갚습니다. 세상엔 훨씬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대기업이라는 곳에서는 너무나 많은 돈을 직원들에게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무서운 회사에 들어오는 사원 중엔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명문대 출신들 중 강남/분당 권역에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쪽 지역애들이 머리가 좋기 때문일까요. 그럴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부터 학원 다니고, 대학 들어와선 알바할 필요없이 용돈 받으면서 척척 공부만 하면 되는 아이들이, 방학이면 연수가고, 인턴하고 하는 애들이, 등록금 걱정없이 학교만 척척 다니면 되는 애들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 나는 이 조직에 들어왔다. 성공했다.하고 안도감을 느끼고 자랑을 하기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무서운 현실이 두려워, 무언가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이런 글을 쓰는 것 입니다. 경험이 없고, 세상을 모른다고 하신다면 할 말 없습니다. 저는 그저 '이 곳에서 벌어지는 무서운 현실'에 대해, 그리고 이 이상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2. 영어는 글로벌 시대의 표준어로써 필요한거지.라는 종류의 글들에 대한 제 생각

    맞습니다. 영어 잘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제가 굳이 영어의 예를 든 것은, 가장 눈에 뻔히 보이는 수작이기 때문입니다. 영어 잘하면 좋죠. 저도 영어 잘합니다. 알바로 통역도 했었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어학연수도, 유학도 가본적 없이 맨땅에 헤딩식으로 영어를 했습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영어 잘하는건 좋다고 말하는건, 영어를 배울 형편이(시간적이건 상황적이건 금전적이건)안되는 사람한테는 너무 잔인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통역을 할 때, 같이 통역을 하던 친구들은 다들 유학파였습니다. 학원 한번 안간건 저 혼자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또 무서워 진 겁니다. 아. 유학도 다녀오고, 학원도 가야 이런 걸 할 수 있는데, 그런 형편이 안되는 사람은 영어도 못하고, 다시 또 경쟁에서 밀려나는 구나. 그런 무서운 생각이 든 겁니다. 단지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무서운게 아니라, 영어 학원은 커녕 공부 할 책도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의 자식들은 이런 무서운 사람들의 자식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구나. 이건 불공평하다.라고 생각한 것 입니다. 추가하자면, 영어만 잘해야 성공한다고 한 적 없습니다. 영어든, 공부든, 대학이든 등등을 얘기한 것 입니다. 돈없이도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걸 알기에, 무섭다는 것 입니다. 기회의 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엄밀히 말해 이건 기회의 평등에서도 벗어난다고 봅니다. 출발선부터 다릅니다. 결과가 평등해야 한다거나, 공산주의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공부를 하고 싶은 이는 모두 공부할 수 있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 받고, 같은 트랙에서 경쟁을 해야 기회의 평등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야 본인들의 실력으로 승부를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출발선부터가 터무니 없이 차이가 납니다.

 

3. 세상을 모른다. 너 나이 먹고도 안변하나 보자.라는 등의 글에 대한 생각

   네. 안변할 겁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습니다. 앞으로도 안변할 것 입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이미 변한 상태인가요? 제가 변하지 못해 아쉬운가요? 제가 변하게 된다면 기쁘신가요?

 

4. 됐고. 사회 초년생 주제에. 너보다 나이 많으니 웃기는 소리 그만해라.는 등의 글에 대한 생각

  만약, 나이가 그 사람의 현명함과 비례한다면 우리 나라의 대통령은 나이 순으로 뽑아야 할 것 입니다. 만약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한테 뭐라하시기 이전에 아버지 말씀 잘 들이시면 좋겠습니다.

 

5. 넌 뭐가 그리 잘났냐. 너도 결국 봉사활동 하나로 회사 간거 아니냐. 아니면 대학 간판이나 뭐 그런거.라는 등의 글에 대한 생각

    봉사활동 이야기는 '100원 한 푼 기부도 안하는 독사같은 대기업 놈 주제에 말만 뻔지르르 하네'라는 말을 들을까봐 먼저 쉴드친 겁니다. 전 적어도 면접을 본 회사에서 떨어진 경우가 없습니다. 어떤 경력이 있냐고요? 혹시 제가 봉사활동 밖에 없습니다.라고 하면 그걸 흠잡으시려는 건가요. 안타깝게도 전 이력서 경력란에 제 경력을 다 써본적이 없습니다. 항상 칸이 모자랐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창업에서부터 격투기 선수 수상경력까지 적은 나이에 많다면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고, 기대하신 것처럼 시시한 경력만 가지고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글을 써서 또 '잘난척 쩌네'라고 하시면 어쩔 수 없습니다. 대답을 해도 흠잡히고, 안해도 흠잡히고. 재미있습니다.

 

6. 그래서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라는 글에 대한 생각

    완벽한 사회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향해가고 있는 사회는 있어 보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대기업을 욕하면서 대기업에 입사하기를 희망하고, 그러면서도 남들과 차별화된 경력 개발이나 혹은 자신의 고유의 능력을 발휘한 사업을 하기 보다는 남들처럼 고만고만한 노력만으로 그 이상의 대우를 받고자 하는 모습이, 좀 더 치열한 삶보다는 좀 더 편한 삶을 원하는 청춘 같지 않은 청춘들이 아쉬웠을 뿐입니다. 금요일이니까 신나게 놀자구요? 좋은 말입니다. 저는 놀아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놀기를 싫어해서 일까요? 아뇨. 그 반대입니다. 근 십년간 텔레비전을 본 적이 없습니다. 월드컵도 안봅니다. 나이트를 가거나 유흥을 즐겨본 적도 없습니다. 진짜 멋진 청춘은 하이트를 마시고, 참진이슬로를 마시면서 즐기며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즐길 여유도 없었습니다. 엉덩이가 썩어서 고름이 날 정도로 공부만 하기도 했습니다. 전액 장학금을 받으면서도 알바를 쉬어본 적이 없습니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공부를 안 한 날이 없습니다.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험을 안 본 달이 없습니다. 그 정도로 제가 느끼는 현실은 무섭습니다. 계속 회사 욕을 하면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 큰 힘을 얻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군면제자가 전쟁에 대해 논하고, 싸움은 한 번도 안해본 이가 싸움에 대해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설득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 거지 같은 현실에서, 이 불공평한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그래서 '이제는 좀 바꿔나가자'라고 이야기한다면 뭔가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 좋은 금요일 날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공부하기 전에 이런 글을 씁니다.

결국은 현실을 바꿔나가고 싶은 것 입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누군가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제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금씩이라도 사회를 변화시켜서, 나의 자식만큼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경쟁을 시키고 싶은 것 입니다. 정말 자신의 노력만으로 얼마든지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것 입니다.

 

그러니 부디, 본인을 취업 준비생이라는 타이틀 안에 가둬두지 마세요.

창업을 하던가, 중소기업에 들어가 능력을 발휘하던가, 본인만의 경쟁력을 만드세요.

그것도 아니면,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무기를 만드세요.

여하튼, 최선을 다해주세요.

취업이 안된다고, 급여가 짜다고, 복지가 안좋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결국은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우리 부모님때는 고용환경이 더 좋았기 때문에 취업이 잘 되어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없었다고요? 그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가지도 않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을 노리지도 않았었죠. 적어도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철저히 현실적이었던 분들이니까요. 취업 준비생이니 청년 실업자니하면서 사회 탓을, 기업의 탓을, 가정 환경 탓을 할 여유조차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마지막. 역시 오늘도 횡설 수설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점점 길어지기만 하니 또 '길다 개놈아'라고 욕하는 분이 나올까봐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재수없는 '이른바 대기업 사원'은 도대체 뭘 하겠다는건가?라고 물으시는 분이 있겠죠. 전 회사를 계속 다닌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다음 글엔 제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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