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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7 - 통영에서의 한나절, 짧지만 달콤했던, 그리고 강렬했던

일포스티노 |2010.10.31 18:33
조회 153 |추천 0

난 통영에서 꼭 새벽시장을 가보고 싶었어.

그런 말이 있잖아. 삶의 활력소를 얻고 싶을 때는 새벽시장에 나가보라고.

해가 뜨기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국내여행이든 해외여행이든 여행을 떠나면 늘 그 도시의 시장을 찾곤 하는 내게 바다의 도시의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해산물들이 풍부하게 놓여 있을까, 내가 모르는 많은 생선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바다의 도시인 통영에서의 새벽시장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어.

하지만 전날 머물렀던 찜질방의 추위 때문이었는지 새벽에 일어나려던 나의 계획이 조금 어긋나고 말았어.

핸드폰의 알람이 울릴 때 난 정신없이 짐을 챙겨서 나왔는데 아직 아침 6시 반.

그래도 조금만 서두르면 새벽시장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오늘 딱 하루뿐인 이곳에서의 시간을 그저 잠으로 망치고 싶지 않아서 달렸어.

 

7시 정도에 도착한 통영의 서호시장.

전날 저녁에 갔었던 중앙시장은 거의 마무리하는 분위기였는데 서호시장은 시작하는 분위기의 시장이었기에 두 시장의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어.

추운 날씨 탓에 이른 아침부터 커피를 배달하느라 커피 아줌마는 무척이나 바빠 보였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두부는 정말 맛있게 보였어.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끓여주셨던 동태찌개는 정말 맛있었는데....

문득 이 먼 곳에 와서 할머니와의 지난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했어.

얼큰한 동태에 두부를 크게 듬성듬성 썰어 넣고 파도 넣고 양념을 맛있게 해서 내어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동태 속에서 떠오르더라 :)

유난히도 나를 많이 아끼셨던 할머니께서는 내 국그릇에는 동태곤이도 몇 개씩 더 넣어주시곤 했었는데.

 

 

어릴 적부터 내가 매우 좋아했던 갈치가 여기에서는 무려 손으로 다섯 뼘이나 될 정도로 매우 컸고,

사람들이 많이들 좋아하는 전복은 약으로도 쓰기 때문에 비싸대.

해산물 중에 선호도 1위가 전복이라나? 요즘은 싸진 거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가리비, 장어, 꽃게, 대구 등등 다양한 해산물들을 구경도 하고 각 가게에 들를 때마다 친절하게 하나씩 설명해 주시는 아주머니들 덕분에

해산물에 대한 지식도 조금 쌓을 수 있었어 :)

 

 

 

 

 

 

처음 보는 해산물들은 아니었지만 신기해하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게 한 젊은 아저씨는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셨어.

"학생, 야들도 초상권 있어서 사진 찍으면 사가야 됩니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어우러져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목소리로 내게 던지는 아저씨의 그 한 마디에 난 웃고 말았어 ㅎㅎ

이건 부채새우라고 하는데 랍스타랑 비슷하게 생겼지?

 

 

 서호시장을 한 바퀴 돌고나서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갔는데 이미 경매는 끝났더라고.

해산물 경매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나름 호기심이 있었는데 이미 새벽에 들어온 해산물을 다 값이 매겨져 다른 곳으로 보내진 후였어.

새벽을 여는 사람들, 한 아주머니께서는 새벽 4시부터 생선이 있을 때까지 여기에 있는다고 그러셨어.

이 통 속에서 여러 지역에서 잡아온 해산물들이 아침이 되면 가득 찬다고 말씀하시더라.

 

 

 

바로 잡아온 생선이라 엄청 싱싱하게 생겼어.

 

 

이미 해산물을 다 내린 배는 다음 어업을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바다로 향하더라.

아침 일찍부터 회사에 출근하는 도시의 사람들처럼 이들에게는 바다가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분주하게 뛰어야 하는 가봐.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자기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삶에 대한 노력은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

조금씩 해가 저 멀리에서 뜨기 시작하면서 주변도 환하게 밝아오기 시작했어.

오랜만에 본 바다에서 갈매기들이 나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워보이기도 했고.

바다에서 맞는 일출, 그리고 아침은 뭔가 더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어 ^^

 

 

 

 

 

 

 

 

아침이 밝아올무렵, 다음 여정으로 향하기 위해 이 바닷가를 나왔어.

"아가, 춥다 어여 들어가거라."

삼삼오오 모이신 어머님들이 아침부터 들어온 생선들을 말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는데

한 쪽 구석에서 추위 때문에 불을 쬐고 계신 어머님들을 뵙고 잠시 몇 분을 이야기 나누면서 구수한 사투리와 함께 바다 이야기도 들었어.

장작에서 타오르는 빠알간 불빛이 내 손을 조금은 녹여 주었는데

난로나 히터보다도 이 불을 더 따뜻했던 이유는 아마도 어머님들의 정성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거야.

특히 멀리서 온 한 학생이 몸을 녹일 수 있게 배려해 주시던 그 따뜻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아침을 보내고 나는 통영을 떠나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어.

여행의 묘미는 걷는 거 아니겠어? 그리 멀지 않아서 중앙시장까지 쭉 걸어와서 뒤편으로 조금 걷다보니 금방 도착했어.

멀리서 봤을 때는 그리 멀지 않아 보였는데 직접 계단을 오르고 오르막길을 걸으니 생각보다는 좀 멀긴 하더라고 ^^;

 

 

 

동피랑 마을 입구에는 이렇게 사투리로 쓰인 안내판이 있는데

이것을 읽어보면서 우리를 환영하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

  

 

 

 

 

동피랑 마을 위에서 보면 이렇게 통영 앞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여.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바다처럼 푸르러지고 깨끗해지는 것 같아서 너무 좋더라.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저 바다를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이 깨끗하고 넓을까.

 

 

여기가 바로 동피랑 마을인데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한적하게 벽화를 감상하며 마을 전체를 한 바퀴 돌아봤단다.

 동피랑 마을의 뜻은 '동쪽 벼랑'이라는 뜻인데 마을의 담벼락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어 잠시 쉬어가는 나 같은 여행객들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줘.

원래 이 마을은 철거가 예정되어 있던 곳이었는데 시민단체의 힘으로 벽화공모전을 통해 마을이 유지되게 되었대.

 

결국 여론에 따라 통영시는 이 마을 전체를 철거하는 계획을 취소했고 지금은 이렇게 멋진 벽화 마을이 된 거지.

어쩌면 지금 여기에 사람들이 서 있을 이유도 없는 곳이 되었을 수도 있는 슬픈 과거를 갖고 있는 마을.

그러나 마을이 이렇게 보존된 것은 다행이고 잘된 일이긴 하지만 간간이 마주치는 주민들이 모습에서 밝은 모습을 보지 못한 건 비단 나뿐이었을까.

너무 잦은 이방인의 출입으로 그들의 삶이 보호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도 들더라.

 

 

 

 

 

 

동화 같은 마을. 유년을 추억할 수 있는 마을.

 마을 자체가 너무 예뻐서 계속 셔터를 눌러댔어.

이번 바다 여행에서 느껴본 것과는 다른 따뜻함과 포근함이었기에.

 

 

 

  

 

 

 

 

 

 

 

 

 

 

 

 

그렇게 동피랑 마을을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통영문화마당 앞에 있는 거북선을 한번 들어가서 구경하고

다음 여정인 부산으로 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지 :)

아직 점심때가 되기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해는 중천에 떠 있었어.

화창하게 떠오른 태양, 그리고 바다를 마지막으로 담으며 통영을 떠났어.

통영 안녕!

 

 

 

 

 

내일로여행 7일차

20091217 경남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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