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밤늦게 기차를 타고 밀양으로 이동했어. 이제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시작되고 있는 새벽이었단다.
원래 밀양역에 도착해서 하루를 근처에서 머물다가 낮에 밀양 주변을 여행하려고 계획했었는데...
여행이란 게 꼭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
밀양역에 도착했는데 역무원분께서 밀양에 밤에 볼 거 없는데 왜 왔냐고 그러시는 거야.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고, 새벽이라 밖에 나가기도 뭐하고, 택시타기에는 돈도 없고, 설상가상이라 그냥 밀양을 떠나기로 했어.
영화 밀양의 고장이기에 밀양 시내를 좀 더 걷고 싶기도 했는데 이 시간에 뭐라도 할 게 없어서
다시 하행을 타고 부산으로 가서 일정을 조정해 보려고 했었어.
무려 두 시간 동안 새벽에 추위에 덜덜 떨면서 밀양역에 앉아 있는데 이상한 아저씨들이 참 많아서 얼른 떠나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그래서 그 시간동안 가방에 들어있던 비상식량을 까먹으며 스케줄을 정리하고 일기도 써가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2시간이 20시간 같았어.
히터를 틀어주었으나 그래도 춥던 대합실 안에서 목도리도 걸치고 마스크까지 썼는데 이 때 내 모습을 봤던 사람들은 내가 노숙자인지 알았을 거야 ㅋㅋㅋ
그래도 여기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이동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돌아온 길로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서 시간을 보냈어 ㅎㅎ
추위 속에서 떨면서 사서 하는 고생에 짜증도 났지만 나름 추억이 된 것 같아 :)
부산에서 대충 요기를 하고 새벽 첫 차로 이번에는 다시 상행선을 탔어. 왔다갔다 아주 기차는 원 없이 탄 여행이었어.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삼성역'이야. 서울에 있는 2호선 지하철역 삼성역이 아니고 조그만 간이역이야.
간이역이 주는 매력을 알기에 난 교통이 불편한 것을 알면서도 꼭 이 곳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
이번 전체 내일로여행 중에 간이역을 가본 적이 없었기에 이곳을 선택했어.
부산역에서 경산역까지 갔다가 경산역에서 내려서 시내버스를 타고 삼성역까지 다시 이동하는 복잡한 여정이었는데
삼성역에 도착하는 순간, 그리고 저 멀리서 기차의 경적 소리가 들리는 순간
아 이걸 보려고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왔구나 싶어서 힘이 나더라.
기차가 무정차로 지나가는 곳이라 삼성역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잇지는 않은데
간이역만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야. 힘들게 도착한 만큼 보람도 큰 곳이거든.
처음에는 입구가 잠겨 있어서 아무도 없나 했는데 저 멀리서 역무원 아저씨께서 나오셔서 문을 열어주셔.
혹시 삼성역을 방문하게 된다면 문이 닫혀 있다고 그냥 돌아가지 말고 아저씨를 부르면 나오실 거야.
여긴 바로 기찻길이 있기 때문에 위험성 때문에 아무나 들여보내지는 않는다고 말씀하셨어.
나는 밖이 너무나도 추웠기 때문에 역무실에 앉아서 아저씨들과 함께 한참을 이야기를 했단다.
멀리서 온 손님을 따뜻하게 맞아주신 아저씨들과 아저씨들의 배려에 신이 난 나는 열심히 여행 이야기를 했었어 ㅎㅎ
따뜻한 난로를 쬐면서 아저씨께서 타주시는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정성껏 깎아주시는 단감도 맛있게 먹으면서 말이야.
역무원실에서 이렇게 아저씨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내겐 색다른 경험이었단다.
아저씨들과 함께 인터넷도 하면서 아저씨께 기차여행 카페도 알려드리면서 삼성역에 대해서도 홍보 좀 많이 해달라고 부탁도 받았어.
너무나 마음씨 좋으셨던 역무원 아저씨들, 사람들도 거의 오지 않는 작은 간이역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아저씨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삼성역을 열심히 홍보하는 것이겠지?
가끔씩 이렇게 멀리서 여행객들이 와서 삼성역을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좋다며
밝게 웃어주시는 아저씨의 미소가 차가운 내 입김과 대비되어 정말 아름답더라.
간이역이 아름다운 이유는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럴 거야.
늘 정착하지는 않아도 잠시 누군가는 다녀가는, 다녀갈 수 있는 그런 곳.
화려하지는 않아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 주목을 받지는 않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곳.
그리고 개발되어가는 대형역사, 그리고 분주한 도심의 역과는 달리 작고 소박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곳.
그래서 난 간이역이 참 좋아.
"위험하니까 철로로 들어가지는 마세요."
역무원 아저씨의 말씀에 살짝 긴장하긴 했지만 철로 바로 옆에서 통과해가는 열차들을 볼 수 있었어.
날씨가 워낙 추워서 카메라의 셔터도 잘 안 눌러져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던 이 날이었단다.
KTX도 통과하기도 하고 무궁화나 새마을호도 빠르게 통과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도 재밌더라.
두 시간 남짓 머물렀던 이 곳, 삼성역.
우리나라에도 간이역들이 많이 있지만 난 역무원 아저씨들의 따뜻함을 잊지 못하기에 삼성역이 너무나도 그리울 것만 같아.
다음에는 맛있는 거 사들고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언젠가 다시 꼭 가보고 싶은 곳이야.
돌아올 때는 다시 버스를 타고 경산역으로 돌아왔어.
경산역은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긴 했지만 내 무거운 짐을 잠시나마 맡아주셨던 고마운 역무원분들이 계셔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단다.
내일로여행 8일차
20091218 경남 경산 삼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