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서 지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런저런 물건을 팔거나 한국인들 상대로 일본은행 송금 등을 대행해주면서 나름 여유로운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그런 저의 일상을 일본워킹홀리데이 카페에 일기처럼 자주 올리곤 했는데 제 글을 읽고 가끔씩 메일을 보내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느 한 날, 어떤 여자분이 일본 야후옥션에서 뭔가를 팔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서 알려 달라고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걸 계기로 네이트온 친구등록을 하고 사업적(?) 협력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녀는 한국에서 일하고 저는 일본에서 일하면서 서로 돕는 관계로요.
그런데 그녀의 매출은 별 변함이 없고, 제 매출은 좀 좋았습니다.
그게 제 탓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혼자 잘되는게 좀 미안해서
밥이나 한 끼 사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거리가 거리인만큼 힘들었죠.
하지만 꼭 사주고 싶은 마음에 그애가 사는 지역의 음식점들을 인터넷검색해뒀죠.
그리고 어느날 새벽..
그 애가 네이트온에서 배가 고픈데 먹을게 없다고 한숨을 쉬더군요. ㅋ
지금이다!! 싶어서 그 애가 좋아하는 닭도리탕을 시켜줄라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식당: 머시기 야식입니다.
나: 아.. 제가 지금 오사카라서 그러는데요. 그쪽 동네 친구한테 배달 좀 시켜주고 싶은데
인터넷뱅킹 결제 되나요??
식당: 네 됩니다.
나: 그럼 닭도리탕 하나 00원룸 106호실로 배달해 주세요. 계좌번호 불러주시고요.
식당: 계좌번호 무슨 은행에 0000-000-0000이고 가격은 20000원입니다.
나: 지금 바로 송금합니다.
주문을 한 뒤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채 계속 네이트온으로 대화를 나눴죠.
그렇게 2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대화가 뜸하길래 기다렸다 물으니 그 애가 하는 말.
"어떤 미친놈이 시키지도 않은 닭도리탕 배달 왔다고 문을 두드려. 무서워 죽겠네 ㅠ"
"그래서 어케 했어" 하고 물으니 "시킨적 없으니 그냥 가라" 했다고...
그런데 그 배달원이 한 말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오사카 룸싸롱 사장님이 보내라고 해서 보내는겁니다"
내가 언제 오사카 룸싸롱 사장이 된거지? ㅠㅠ
그건 그렇고 아무튼 이대로 돌아가버리면 안되니까
내가 시킨거니까 빨리 가서 받아 오라 했더니 거짓말 하지 말라며 안믿는겁니다.ㅠ
그래서 진짜야. 니가 배고프다 해서 내가 여기서 주문한거라고.. 강조를 했죠.
그래도 안믿기는 눈치인지 몇번이나 진짜냐고 묻더니 겨우 문을 열어
돌아가려는 배달원을 불러 닭도리탕을 받았죠. 휴~
그리고 저한테 감동 먹었답니다. ㅋㅋ
세상이 너무 각박하게 흘러가다보니 내 계획이 스무스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헤프닝이 더 좋은 추억으로 남은거 같습니다.
그애와 저는 아직까지 한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데..
가끔 연락은 주고 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ㅋ
일본에서의 제 일은 한국으로 돌아오기 두달 전에 아이템선정 실패로 쫄딱 망했고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