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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쓴글이 전편 이번이 후편
뚜...뚜...뚜...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나니 한결 후련했습니다.
-5분전-
"오빠!!! 전화왔데!! 선영이래!! 받어!"
안방에 전화기가 있었습니다... 벙개 이후로도 선영이에겐 몇번의 전화가 왔고 ㅠㅠ.
눈치 없는 동생은 수화기의 송신부분을 가리지 않고 여과없이 저를 불렀지요
"야! 죽었다고 말하라니까!"
"어? 오빠 뭐라고? 잘 안들려 뭐라고 말해"
"이런 #$%@ 아! 죽었다고 말하라고!!!"
"오빠 죽었데요..."
그리고서 끊은 전화기. 가서 뒷 모뎀을 확 뽑아서 동생을 확 째려보고는 돌아서서
내 방으로 들어왔어요.. 맞아요 상심이 컸지요 정다 붙인 상대가. 충격과 공포의 몰골을
하고 나왔으니...
한달 이상의 시간을 들여 전화를 하고 또 하고 정이 들만큼 들었더니
폭포수 같은 우유줄기가 목 아래로 흐르는 여자를 보게 될 줄이야...
하지만 배운게 도둑질 어쩔수 없이 저는 또 채팅을 켰지요
아 대체 어떻게 해야 조금은 평범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간절한 나의 바람은 또 한명의 여자를 내 방으로 이끌어오게 했어요
방제는 한결 업그레이드 되었지요
-여성스럽고! 착한 여자분 오세요^^-
거 뭐;; 별 차이 없을수도 있긴 한데 일단 거칠게 난 수염. 상상 초월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우호허허허 주몽왕자님 강철검을.. 만들었습니다
라고 말할만한 포스를 가진 여자를 만났기에 저런 조건을 붙일 수 밖에 없었어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계인이 더 이쁜거 같기도 하고...
멍청히 채팅방을 열어놓고 빤히 컴퓨터를 봤으나 사람이 잘 안들어왔어요
잠시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나갔다 오니. 한명이 순식간에 들어왔다 나가고....
실의에 빠진 나는 출진을 기다리는 내 노란 워커를 보며...내가 반드시 너를 신고
승전보를 울릴게 라고 말할뿐...
기다리다보니 여자애가 들어왔지요.
나는 손이 보이지 않을정도의 스피드로
글자를 쳤어요 참신하고 아름답게.
"하이! 방가루 까꿍! 님아가 보고 싶었어염"
이라고 쳤는데 여자애가 보통내기가 아니었어요
짧지만 강하고 철학적이지만 고뇌따위가 없어보이는 한마디
"뭐야...나갈까?"
"헉 아니아니; 저거 그냥 채팅에서 그 자동으로 나가는거야 메크로 알아? 메크로야 하하하하하"
"....-_-;....알았어. 근데 왜 오라고 하는거야?"
"내가 언제?"
"방제가 여성스러운 사람 오라며 착하고"
"아니 뭐 그냥 수작이라도 좀 부려볼. 이 아니라 ^^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렇지 친하게 좋잖아
친하게 근데.. 너 착한거 맞는거야?"
"너 몇살인데?"
그녀는 몹시 터프했습니다. 대화의 모든 흐름을 쥐어잡고선 흔드는게 아니겠어요. 물론 여성스러운 여자를 바랬지만 조금 터프한들 어떨까 선영이도 엄청 터프한 여자아이었지만 만나자 가련한 한송이 꽃..을 밟을 만한 여자였구나
후.
"난 17살...너는?... 근데 너 착한 사람 맞아?"
"아오 ㅋ 뭐 착한게 나 착합니다 하면 착한거야? 어 그래 나 여성스럽고 착해 ㅋㅋㅋ 은근히 웃기네"
"그래서 넌 몇살이라구?"
"16살"
"시발 뻗쳐 어린노무 새키가 감히 날 능멸해?"
물론 상상속의 대사... 16살이라니 감성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가련한 나이인데
어찌 그런 험한말을 내뱉을 수가 있겠어요.
16살이란 말을 듣자마자 이 아이다!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인간여자, 16살 세가지면 족하던 쉬운남자였던 그 시기)
정말 김제동이 키보드에 들어간 것마냥 화려했던 언변. 불과 1시간 30분 만에 호칭을 아이디에서
이름으로 바꾸고. 2시간째엔 오빠로 불리고 있었으며 3시간째엔 여보.. 아 이건 아닌가
3시간째엔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됐습니다.
정말. 인간여자라니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번엔 저번처럼 인증형 질문을 내세웠을때
좀더 강하고 당당한 이 아이의 답변이 날아왔기에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김희선 이뻐?"
"말이라고 해? 근데 뭐 내눈엔 그저 그래"
"오오!!!!"
"왜 오오야"
"아..아니 김희선은 사실 이쁜건 아니지 하하하하하하"
묘한 만족감. 묘한 안정감 묘한 사랑스러움. 정말이지 이 여자가 내 여자인 것 같은 기분
사실 지금와서 보면 무슨 미친놈 같지만 서도 당시엔 정말이지 기쁘고 기뻤습니다.
요즘같이 미니홈피다 뭐다. 검색만하면 당사자 사진정도야 쥐도 새도 모르게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저런 클래식하고도 스펙타클한 심리전을 꼭 펼쳐야 했으니까요.
이 아이의 이름은 은희였습니다.
아 왠지 희로 끝나는 이름은 아름다워~ 하면서 배개를 품에 안고 얼마 되지 않는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피식 거리던 나날들...
그리고 여지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상냥한 그 아이의 목소리.
그렇습니다.
채팅에선 까칠했지만 전화를 처음했을때의 그 수줍어 하는 모습이란...
뭔가 정복해버리고 싶은 기분...
다시 말하지만 그때는 좀 미쳐있었습니다(인간 여자에 대한 갈구)
어색해 하던 아이가 점점 편하게 대하기 시작하는걸 조금씩 느낄때쯤. 기회는 지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또 다시 멘트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은희야. 이런 말 조금은 우습게 들릴지도 몰라. 하지만 난 널 간절히 원하고 있어"
"어색하던 우리 사이가 이렇게 발전이 되다니 정말 꿈만 같아. 이 꿈 깨지 말아줄래?"
"내 아를 낳아도"
이런 저런 생각중에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준비한 말을 또박또박했어요.
"꿈에서라도 내 애를 낳아줘"
"뭔 미친소리야"
"응? 아 그게 아니라 하하하 저녁은 먹었니?"
"애를 낳아달라니?"
"쿨하게 넘어가. 왜 이래 우리사이에 우습게"
"하여튼 엉뚱하다니깐 응 밥 먹었어 오빠는?"
"응 난 밥보다 널 간절히 원하고 있어"
"아씨 짜증나게 왜 이래"
"헉..."
조곤조곤 말하던 그녀가 화를 냅니다. 시무룩해질 찰나에 그 아이가 먼저 말합니다.
"우리 얼굴 한번 못봤잖아. 얼굴이나 보자 오빠"
허 너도 날 꿈에서라도 원한거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흔쾌히 승락했습니다.
"오빠가 이번기회에 꼭 어른을 만들어 줄게 은희야"
"닥쳐 나오기나 해"
"응...."
꼬박 전화를 주고 받고 이름을 안지 한달+보름이 되던 시기 정이 들대로 들었으며 간간히 장난섞인 말들고 그리고 때론 거친말도 나눌 수 있는 전우애가 감도는 비장한 사이.. 아 이게 아니고 친밀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은희의 특징이라면. 나의 농담세계를 이해를 못해준다.
항상 내 농담에 격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_-*(어딜봐서...)
라는 정도였습니다.
인천역에서의 8시.. 때는 늦여름 민소매 티를 입으면 춥고 반팔티를 입어도 춥지만
긴팔티를 입으면 어정쩡한 그런 시기
송내역을 도착하자 마자 흠칫했습니다. 지난 번 그 아이의 그림자..
그 아이와 걷던 거리 난 아직도 널 잊지 못하나봐..
나란 남자..
하지만 이번에야 말로 진짜 인간 여자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
강철검을 좋아할 것 같이 생긴 그 아이는 잠시 잊어야 할 시간입니다.
전철에 올랐고 두근 거립니다. 문자삐삐가 한번 울립니다.
아 이 뿌듯한 진동이라니 좀더 느끼고 시퍼...좀더...
*-_-*?
음 저 그런 사람 아니구요.
이 삐삐엔 작은 사연이 있습니다.
"오 마이썬! 아들아 엄마가 널 위해 뭘 사왔는지좀 보려무나"
"뭔데."
"야 이 새끼야 뛰어와 김빠지잖아"
진짜 리액션이 아니라 뛰어야 됩니다. 엄마 성품이..<차마 엄만데 성질이라곤 못하겠습니다> 남다르셔서
적당한 반응이 없으면 조용히 국거리 대신에 저 알 수 없는 기계를 넣고 끓일지도 모를 일이기에 뛰었습니다.
"엄마!!! 이럴수가 대체 뭐예요 이게!!! 우와!!!!"
"살살해 티나. 아들~ 이것 좀 봐봐"
보긴 봤습니다만. 속속 핸드폰이 이제 막 출시 되는 시기에 삐삐였습니다. 게다가 보통 삐삐보다 더 크고 뚱뚱한
표정관리가 안되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눈만 웃고 입으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 쳐 쓰지 그래 그래도 엄마가 사온건데"
"사랑해요 엄마"
삐삐를 집어들고 최대한 풀죽지 않은 연기를 펼쳐보이며(뒷 모습을 보일땐 내면 연기가 중요합니다)
방으로 들어가는데 뒷 언저리에서 엄마 말하길. -아들 그거 문자로 삐삐가 와 좋다고 너무 삐삐만 만지지 말고~-
"아하하하 엄마 사랑해요"
방문을 걸어 잠그건 이따위 삐삐따위 하고 레슬링 선수가 상대 목을 치듯이 배개 위에 놓고 조낸 쳤습니다만.
엄마가 밖에서 아들 모해? 라는 다소곳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즉각 그 행위를 중단하고 말했습니다.
"엄마 이삐삐 정말 볼수록 좋은거 같아 휴대폰보다 더 좋은거 같아 이제 휴대폰 나온건 존니스트 커서
쓸데도 없어요 엄마 와하하하 진짜 엄마가 최고야..."
입은 말하며 웃지만 눈은 울면서 손은 삐삐를 쳐패던 그 상황..
그렇습니다. 이 삐삐가 그렇게 생겨난 삐삐란 말입니다.
거기에 몇글자가 도로록하고 뜹니다. 전광판 글자처럼 옆으로 지나가서 생각보다 글자양이 꽤 뜨는 이 삐삐는 남들이 보기에 좀 커보일까봐 자켓 안주머니에 넣고 마치 총을 혼자 들여다 보는 사람마냥 간지 나게 폼잡아가며...그래요 그래봤자 숨겨서 보는겁니다만. 그렇게 보았습니다.
글자의 내용은 악몽의 데쟈뷰였습니다.
-오빠 나 오늘 청바지에 청자켓 입었으니까. 보면 아는체 바로 해줘야된다-
"오 주여... 오....제발 청청간지는...오오...."
주저 앉든 미끄러지며 전철의 좌석에서 깊은 기도를 하늘을 향해 올렸습니다만.
신께서 기도를 들어주실지 말지는 알수가 없었지요
스파클의 추억... 그렇지만 이미 청청간지의 급행열차에 몸을 실은 몸. 그보다 더 한 아이 이 세상에 없으리
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동인천역이었나 인천역이었나. 하여튼 바닷가가 보이는 그 역에서 내렸습니다.
해가 조금씩 져가며 세상이 어두워 지는 무렵. 역앞에는 정말이지 휑하고 아무것도 없고(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이라 지금은 어떻게 변화하여 번화가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평상 같은게 하나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마치 어느 한적한 간이역에서 내린 기분? 그렇게 주변을 뚤레 뚤레 보는데 확실히 송내역처럼 사람이 많이 오가지 않다보니까 착각 할만한 차림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평상에 앉아서 뒤로 기대 뒷짐을 뒤로 지고 고개는 하늘을 올려보며 아 상쾌한 바닷바람~ 이라고 어디서 본듯한 말을 읊고 있을때 저 멀리서 한 여자가 보입니다.
정말 청색자켓과 아니 청자켓과 정상적인 청바지. 그리고 제법 날씬한 체형 안경 안썼고 오.. 머리는 아직 멀어서 잘 안보인다.
그치만 저번에 비하면 대퀸카!!!
근데 30미터 20미터. 점점 더 가까이 오다보니 눈을 비비게 되었습니다.
오... 얼굴이 완전히 정말 완전히
평면. 근데 이렇게 쓰면 제가 외모를 많이 보는 사람같지만. 우습게도 그 아이의 외모는 저를 움츠리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아이는 인간여자의 외형이었고 저는 이정도면 몰입할 수 있겠어! 라는 자신감도 생겼거든요
게다가 한창 쉬운남자일때라 생긴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저번처럼 귀여운 척을 강하게 하는 여자아이가 아니라면 그냥 친구로도 지낼 수 있는 마인드가 있었구요
얼굴이 평평하면 뭐 서로 뽀뽀할때 입 부딛힐 일도 없고 좋겠지
긍정에 긍정을 거듭하니. 이목구비가 나름 이뻐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은희야 안녕?"
"응 오빠 안녕 *-_-*"
심하게 발그레해지는 그 여자아이를 보자니 좀 귀엽기도 했습니다. 키도 나란히 서기에 좋을정도였고
뭐 참 그럭저럭 괜찮은 분위기
"오빠 저기 위로 올라갈래? 저기서 보면 바다 보이고 좋아"
위를 향해 손 짓하며 저를 인도하는 그 아이 제법 가파른 언덕계단인데도 씩씩하게 잘 올라갑니다.
영문 모르게 들뜬...아 솔직해지겠습니다. 은희도 오늘만큼은 잘해주자 라는 생각이지 오래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란히 걷다가 옆을 봤는데 | 이렇게 면형태로 되있어서. 조금 멈칫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였고 말도 조곤조곤 그리고 생각보다 굉장히 조신한 여자아이어서
면이건 점이건 극복해볼까 하는 의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차근히 올라가는데 이 아이가 묻습니다.
"오빠 손 안잡아줘?"
"어"
"안잡는다구?"
"응"
저도 모르게 쿨하게 어라고 대답했는데 애는 살짝 위축된 느낌;;;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너무 급하시면 부끄부끄 부끄러워요
흠.. 여튼 정상에 다다르니 여러곳에 벤치가 있고 정말 저쪽에선 배들이 드나드는 것도 보이고
갈매기도 날아다니고. 아 부천에서 조금만 나와도 바로 바다가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했습니다.
옆에서 은희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도 들으면서 전 여전히 바다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은근한 바다바람과 이 바다향기.. 바다향기..... 근데 바다에도 소가 살까요?
문득 궁금했습니다 왜냐면 어디서 참 향긋한 소떵 냄새가 나서...
"은희야 무슨 냄새 나지 않어?"
처음으로 정면으로 제대로 눈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전혀 부끄러워 하는 감도 없이 저를 똑바로 보며 말합니다
"아니?! 전혀"
하지만 저는 알았습니다. 그녀가 소똥을 집어삼켰을거라는 것을.
그게 아니더라 하더라도 적어도 정말 대단한 저녁을 먹고 왔다는 것을. 근데 저녁식사의 문제라기보다
정말 저 깊숙한 내면에서 나온 향기였기 때문에 저를 심하게 고뇌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킁"
"오빠 왜 킁킁 거려?"
"하하 내가 비염이 있어서 가급적 우리 앞을 보며 말하자 우리 지금 너무 얼굴 가까이 대고 말하는거 같아
하하하하하"
"오빠 귀엽구나? ㅎㅎ 부끄러운가보네~?"
"어 뭐 부끄럽네 하하하하하"
"아 그래서 아까 손잡는다고 했을때도..."
라며 슬며시 옆으로 더 다가와 앉습니다.
제발.. 이 친구야... 은희야 내가 뭘 잘못했어....
"하하하하"
웃으면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그 아이는 벤치에 앉아있고 저는 일어선 상태로 그 아이를 주시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저를 올려다 보면서 냉큼 이런 이야길 합니다.
"오빠 노래불러주라. 지금 노래 불러주면 되게 로맨틱할 것 같애~"
"너 근데 왜 안그러던애가 이렇게 살갑게 그러니 까칠의 상징이던애가. 그리고 니가 왜 김희선을 비웃어!"
"어?"
"아냐 노래 불러줄게^^"
"아 오빠 김희선팬? 왠일이야 ㅋㅋ 미안해"
그 입 다물라라고 속으로 불을 삼키는 듯이 인내하고 있었지만 저는 용케 잘 참았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불렀지요 가사가 잘 기억이 안나 가물가물 합니다.
부르다가 눈을 감고 몰입하는 순간. 몰입을 방해하는 향기와 숨소리. 그리고 인기척...
아 설마 아니겠지. 설마 ^^.
#@$%@%&@^%^#%^ 이런 십팔색 크레용 녹여 쳐바르는 상황이
그 아이의 입술이 제 입술과 불과 오센치도 떨어져 있지 않았고 그 아이는 약간 거친듯한 숨을 내쉬며
여태 수줍어했지만 날 위해 노래를 불러줬으니 너에게 선물을 줄게라는 의도로(분명히 그랬을 겁니다)
조용히 다가오기 시작했고, 저는 그걸 느끼고 노래를 그쳤으나
저번과 같이 마치 달려오는 트럭을 보고도 피하지 못하는 한 마리 안타까운 초식동물처럼 멍하니
그 아이를 응시했습니다.
치명적인 매력의 향기(?)와 벽걸이 티비를 능가하는 수평적 안면...
다행히 저는 고개를 살짝 꺾는것으로 그 아이의 키스를 미수로 그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미안. 앉자 은희야"
"어 아냐 오빠 비 살짝 오는거 같다 그지?"
정말 하늘에선 살살 비가 오는 것 같았습니다 뺨 위쪽에 한방울이 툭하고 떨어지고보니. 근처에 다른 벤치에선
우산들을 하나씩 쓰고 있었는데 우산이 덜컹이는 곳도 있고.. 대체 여기가 뭐하는 데냐. 이 더러운 음모의 여자야
왠 키스하는 인구가 이렇게나 많고 주변 의식하지 않는 이가 또 이리 많은지
아 이것은 의도된 작전이다 라는 생각이 뇌 저쪽끝을 스치자 이젠 그 아이가 조금씩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최상의 고객으로 모시는 상조서비스와 같이 그 아이 곁을 최소 오늘만큼은 지켜주리라 마음먹기에 이르렀고 그 아이는 또 다시 솔직히 쪽팔릴 거 같은데; 그런건 전혀 개의치 않고 재차 2차 키스 시도를 기다리듯 자연스레 다른 이야기를 꺼냈고. 전 또 갑작 스러운 스멜의 압박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말했습니다.
"은희야 입심심하지 않니?"
"아니 왜?"
"오빠가 먹을 것좀 사올게 매점이 어디야?"
"어 조기 위로 좀 올라가야 되는데 괜찮겠어?"
"응 그냥 넌 거기 앉아있음 돼"
매점에 가서 이것 저것 둘러보니 껌이 있습니다. 아 향이 강한 것을 사야한다.
아카시아? 인삼껌? 은단? 좋아 이 셋중 하나에 내 오늘 모든 것이 걸려있다 확실히 해야해
뭐가 좋지.. 뭐가 좋을까?
저는 용단을 내리고 인삼껌을 집어 들었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했습니다.
난 천재야 정말 난 임기응변의 황제 괴수! 난 럭키가이!
꽤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느라 목도 타고 제법 숨도 가쁘지만 무척 기뻣습니다.
"하악...하악...마이 은희 내가 뭘사왔는지 좀 보려무나 하하하하"
"오빠 뭐사왔는데?"
"야 이새끼야 뛰.. 아 이게 아니구나. 응 껌사왔어 껌!"
난처한 표정을 짓는 그 아이.
아... 색기... 너도 이제야 눈치챘구나. 그래 너의 마음 이 내가 다 알아.
조금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분위기 나는 그 아이에게 이런 의도를
보인것에 대해 부끄럽고 좀 미안하기 까지 했습니다.
"오빠.. 미안해"
"아냐 괜찮아 껌씹자^^"
"나 껌 안씹거든.... 턱 길어진데..."
오 주여.....이 아이는 자신의 입냄새에 대한 곤경 때문에 표정을 지은 것이 아니라 힘들게 뛰어갔다온
내가 사온 것이 고작 껌이라는 것에 대한 실망감의 표정을 저에게 비춘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호감을 보인 그 아이니까 한번더 권유하면 씹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야 은희야 그래도 오빠가 처음 주는 물건인데 걍 씹자"
조금을 고민하더니. 풀죽은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합니다.
아오.. 고작 껌하나 씹으면서 조낸 힘들게 하네... 라는 생각이 들법도 했지만
절대 들지 않았어요^^ 절대요.
"그래 그럼! 오빠가 준거니깐^^"
하더니 주머니에 쓱 넣습니다.
"어?;; 허??! 왜 안씹어?"
"오빠가 처음준거니까 노트에 간직할게"
씹어 좀 씹으라고 쳐 먹어 이색...후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무릎이라도 꿇을까 씹어줘... 인삼껌의 그 풍부한 향과 맛 그 깊은 기운속에서
넌 여느 보양식 못지 않은 영양소를 회복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관계에 #$%@$^#&$^"
"미안해 오빠 한가지 말해둘게 있어"
"뭐..뭔데?"
"나 인삼껌은 안씹어"
그럼 진작 그렇게 말을 하던가 이 어여쁜 분아 아 욕이 나올거 같을때마다 아름단어를 쓰자고 다짐하며 저 뷰리풀하고 아이스크림같이 부드러운 향기나는 그 아이를 찬양 또 찬양
"그래...알았어. 미안해 내가 싫은걸 시켰구나 그럼 나 매점 다시 갔다 올게"
"아냐 오빠 나 껌 안씹어도 되는걸~"
"알았어 이 이십세기들어서 가장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미소녀야 나 좀 다녀올테니까 기다려봐"
"헉 오빠 진짜 그렇게 생각해?"
"그렇고 말고 너처럼 아름다운 아이를 내 이세상에 단한번이라도 봤겠니?^^"
욕을 아름다운 단어로 치환하니 너무나 모든 것을 수월히 말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매점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은 마치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듯 힘이 들었지만 매점의 좌판앞에는
저를 구원해줄 사탕이 있었습니다. 눈깔 사탕.... 오오... 이게 이렇게 반가운적이 있던가
냉큼 두개를 들고 아주머니에게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영문도 모르고 아주머니 황당하셨겠..>
사탕 두개에 천만대군을 얻은 것 같은 기분으로 다시 벤치로 갔습니다.
그리고 꺼내든 눈깔사탕 오..제발 은희야 그런 표정 짓지마 이 아름다운 아이야 오...
"오빠... 이걸 어떻게 먹어 커서.. 나 눈깔 사탕 못먹는단 말야"
"쳐묵쳐묵좀 해라 좀"
"쳐묵쳐묵이 뭐야?"
"아. 그게 좋은뜻이야 좋은것만 가려먹느라 이런건 안먹는구나? 라고 말하는 뭐 그런뜻이야"
"아..."
고개를 끄덕이는 그 아이를 위해 저는 어금니 꽉깨물고 사탕을 물었고 사탕은 산산조각나서 그 아이가 먹을 수 있을만한 사이즈로 리사이징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탕을 그 아이는 드디어 입에 넣었고.. 한동안 사탕으로 정화되고 순화된 공기가 인천의 높다란 공원에 퍼졌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되냐구요?
그 아이가 그걸 다 먹고 또 키스를 시도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진짜 마지막으로 다녀온다고 하고 매점으로 가는척... 혼자 하산했어요
아 박복한 팔자야...
이 향기나는 쉬운여자...
버린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그러셨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