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유도 90kg 이하급에 출전한 이규원(용인대)이 ‘광저우의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게 됐습니다. 심판의 모호한 판정 탓에 승부의 추가 급격히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판정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명확한 판정을 받지 못한 탓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판정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심판의 역할을 두고 ‘없는 듯 있을 때 가장 빛이 나는 존재’로 이야기 합니다. 경기를 물 흐르듯 이끌어 가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칩니다. 승부 자체를 뒤집는 오심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명백하지 못한 판정으로 경기의 맥을 끊어놓는 것도 선수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13일 광저우 화궁체육관에서 벌어진 이규원과 엔크바트 에르덴네빌레그(몽골)의 8강전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참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졌습니다. 스포츠의 예측 불가능성을 제대로 보여 준 것 같아 현장 상황을 재구성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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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심판들이 모니터 앞에 모여 있네요. 뭔가 판정에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아, 그 전에 이 경기의 주심은 몽골 선수의 한판승을 선언했습니다. 경기 시작 후 20초 무렵, 이규원의 업어치기 공격을 되받아 발뒤축걸기를 했는데 이게 걸려버렸습니다. 이규원으로서는 제대로 힘도 못 써보고 고배를 마실 위기였습니다.
순간 정훈 감독의 판단이 빛을 발했습니다. 역공을 당해 매트에 떨어질 때 등이 아닌, 옆으로 누운 상태였다는 어필이었습니다.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이규원의 모습이 무척이나 외로워 보입니다.
마침내 결과가 나왔습니다. 주심은 한판승을 취소하고 몽골 선수의 유효를 선언합니다.
경기가 재개되고 이규원의 공격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좀처럼 확실한 기술이 먹히지 않습니다.
이규원이 1-2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방이 계속 됩니다. 그리고 종료 직전 극적인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규원의 업어치기를 인정해 주심이 유효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2-2가 돼 연장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됩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2명의 부심이 유효 판정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의의를 제기합니다. 또다시 반복되는 비디오 판정.
그러나 이날 승리의 여신은 이규원의 편이 아니었나 봅니다.
심판들이 이번에는 이규원의 유효를 인정하지 않고 패배를 선언해 버린 겁니다.
정훈 감독이 또 어필했지만 이도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이규원은 그대로 매트 위에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한참 동안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잠시 분을 삭인 이규원은 몸을 힘겹게 일으킵니다.
어깨는 축 늘어지고,,, 얼마나 마음이 허탈할까요.
잠시 걸어 나오던 이규원은… 경기장 계단 위에 또 털썩 주저앉습니다.
지난 4년의 땀방울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이겠지요.
경기 진행요원들이 다가와 이동을 종용하지만 아예 넋을 놓고 앉아 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은 이규원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의 티무르 볼라트를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누르고 기어코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