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우연..18

katerina |2003.07.09 11:27
조회 263 |추천 1

철이:

 

표지가 참 멋있습니다.

 

컴퓨터이해 리포트 말입니다. 별로 안 어렵더군요.

 

이것 참 그녀의 학번은 아는데

 

그녀 친구의 학번은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녀한테만 표지를 해주면 친구가 서운해할텐데...

 

일요일날 도서관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내일부터 시험기간이라 도서관에 사람이 참 많네요.

 

자리잡기가 좀 어렵겠는데요.

 

빈자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하하. 그녀가 저보다 일찍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그녀의 옆자린 비어 있군요.

 

인사를 하고 예의상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빈자린데 옆사람한테 물어보고 앉아요?"

 

좀 무안하군요.

 

그녀의 옆자리에 오랜만에 앉아 봅니다.

 

이제는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아직은 단지 아는 사이지만...

 

 

민이:

 

새벽에 학교 가는 첫 버스를 탄 것 같습니다.

 

시험기간이니 도서관이 붐비겠지요.

 

오늘 그하고 도서관에서 보기로 했습니다.

 

리포트를 받아야지요.

 

중요한 리포트거든요.

 

컴퓨터교양은 리포트로 중간고사를 대치했습니다.

 

호호 내 맘은 그게 아니라는군요.

 

본심은 따로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가는 길의 제과점에

 

아침 빵이 도착했군요.

 

아침을 못 먹었는데 몇 개 사가지고 가야겠습니다.

 

도서관에는 이미 학생들이 많이 와 있었습니다.

 

아직 여섯시도 훨씬 못되었는데...

 

다행히 그가 자주 앉던 자리와 내 자리는 비어있군요.

 

그는 아직 오질 않은 모양입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폈습니다.

 

도서관 좌석은 점점 학생들로 채워져 갑니다.

 

그는 나타나지 않네요.

 

옆자리가 불안하여 내 가방과 책 몇 권을 갖다 놓았습니다.

 

공부가 될 리 없죠.

 

그가 나타나는 거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일곱시가 넘어서 열람실 입구에서

 

그가 두리번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가 여기로 오기 전에 가방과 책을 치워야겠죠?

 

그가 이런 모습을 보면 안 되는데...

 

공부하는 척 했습니다.

 

그가 좌석 앞에 섰습니다.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그냥 앉으면 되지 쑥스럽게 앉아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봤을까요?

 

 

철이:

 

리포트를 건네주어야 하는데

 

그녀는 공부에 열중이군요.

 

신경이 쓰입니다.

 

그녀의 친구는 어디에 앉아 있을까요?

 

그녀의 친구가 있으면 쉽게 말을 걸 수가 있을 거 같습니다.

 

'위이잉.' 삐삐가 왔습니다. 전 삐삐가 없어요.

 

그녀의 삐삐가 울렸다는 말이지요.

 

기회가 왔습니다.

 

그녀가 삐삐를 보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나도 리포트를 꺼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녀가 전화기 앞에 서 있네요.

 

커피를 두 잔 뽑았습니다.

 

그녀가 전화를 하고 나면

 

내가 이 커피를 그녀에게 줄 것입니다.

 

친한 사이같이 보이겠죠? 하하.

 

'야이 기집애야.'?

 

그녀가 수화기에다 대고 터프하게 말을 했습니다.

 

난 그녀가 전화를 할 동안

 

옆에서 커피 두 잔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녀가 나를 쳐다보는군요.

 

내 겨드랑이 사이엔 그녀에게 줄 리포트가 끼워져 있습니다.

 

그녀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깐만 들고 계세요."

 

풋. 그녀가 한잔은 자기 것인지 알았나봅니다.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어. 왜 열람실로 도로 들어가 버리죠?

 

 

민이:

 

그가 자리에 앉은 후 도통 말이 없군요.

 

오랜만에 그와 나란히 앉았는데,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 때문인지 그는 말이 없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 볼까요?

 

으으.. 삐삐가 왔습니다. 친구네요.

 

도서관 나온다더니... 집입니다.

 

이제는 나와도 자리도 없는데 삐삐는 왜 쳤을까요?

 

전화는 해주어야겠죠.

 

전화기 앞에 서 있을 때 그가 휴게실로 들어왔습니다.

 

그가 들고 있는 게 나에게 줄 리포트 같습니다.

 

나하고 얘기할려고 나온 게 틀림없네요.

 

호호 그가 커피까지 두 잔을 뽑았거든요.

 

친구는 오후나 되어야 나올 거 같다고 합니다.

 

자기는 체질적으로나 적성적으로 메뚜기가 좋답니다.

 

리포트를 받았냐고 물어봅니다.

 

전화를 끊고 열람실로 들어왔습니다.

 

뭘 가지러 들어온 것이지요.

 

호호 그는 내 친구에게는 관심이 없나봅니다.

 

친구의 리포트 표지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흠 그가 아직 내 학번을 기억하고 있었군요.

 

나도 그가 보냈던 편지를 간혹 읽어보았기에

 

그의 학번을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와 휴게실에서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철이:

 

그녀가 열람실로 들어갔던 건  빵을 가지러 간 거였군요.

 

아침을 안 먹었을까요? 빵이 세 개나 됩니다.

 

나에게 두개를 주었습니다.

 

그녀는 하나만 먹어도 된다는군요.

 

제과점 생크림빵입니다.

 

맛있습니다.

 

언젠가 비슷한 맛의 빵을 도서관에서 먹은 적이 있지요.

 

리포트를 보더니 그녀가 밝은 모습을 짓습니다.

 

그래 제가 정성을 좀 들였죠.

 

그녀와 단둘이 장시간 공유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는 친구가 날 보더니 부러운 듯한 표정으로

 

모르는 척 해주고 지나갔습니다.

 

눈치가 빠르군...

 

 

민이:

 

오늘은 아무래도 일기를 써야 할 것 같군요.

 

그와 참 오랜 시간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는 결국 도서관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점심때는 그가 갑자기 사라지는 바람에

 

나 혼자 밥을 먹었지만 저녁은 같이 먹었습니다.

 

아직은 어색한 듯 정다운 말 오고 가진 못했지만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가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그는 나에게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꽃집에서

 

장미 한송이를 사서 주었습니다.

 

꽃보다 더 화려한 포장이 한송이 꽃을 주눅들게 했지만

 

화병에 꽂히는 건 꽃이겠지요.

 

음반점에선 포근한 음악이 새어 나옵니다.

 

 

철이:

 

그녀와 이런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을

 

꿈꾸어 왔는데 조금은 어색합니다.

 

그녀와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지만

 

그렇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녀에 대한 기억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편지얘기를 애써 꺼내지 않았기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좀 떨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지어줍니다.

 

어떤 분은 '사랑해. 수민이. 이리와.(신성일 어투)'

 

이렇게 말하라고도 하지만

 

그럴 용기 있었으면 편지 보내고 했을 필요가 없었겠죠.

 

그녀의 모습이 버스 뒷 창문으로 비추어집니다.

 

이눔의 버스는 항상 짜증나게 날 기다리게 만들더니

 

오늘은 재빨리 와 버렸습니다.

 

늦게 오길 바랬는데...

 

한송이 꽃을 든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 갑니다.

 

음반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때문에

 

마음이 떨려와 그녀에게 장미 한송이를 선물했습니다.

 

혹시나 음악 때문에 테이프 내놓으라고 할까봐 걱정했는데..

 

잘 선물한 거 같습니다.

 

 

민이:

 

시험기간 동안 그를 자주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매일 도서관을 나갔을까요?

 

몇 번 인사를 하고 지나쳐지기는 했지만

 

그도 시험 때문에 바쁜가 봅니다.

 

그에게 줄려고 했던 편지는

 

그한테 받은 편지와 함께 내 책상서랍 한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죠.

 

시험이 끝나면 그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써볼까요?

 

흠. 다음주는 축제기간이군요.

 

내일이면 시험도 끝나고

 

설레이는 날들이 올 것만 같군요.

 

 

철이:

 

시험이라 마음은 바빴지만

 

캠퍼스에서 인사할 수 있는 그녀의 모습에

 

여유가 담깁니다.

 

같이 시험보러 가던 친구들의 시선에

 

놀라움의 빛이 뚜렷했습니다.

 

왜냐구요?

 

그녀는 퀸카니까요.

 

오늘 중간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그녀에게 참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그녀가 말한 크린베리스의 테이프는

 

다행히 2집까지밖에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 테이프들에 내 편지를 동봉하여 그녀에게 줄 겁니다.

 

다음주 수요일부터 축제 기간입니다.

 

그녀와 그 축제를 같이 보낼 수 있을까요?

 

우리과는 여전히 주점만 열겠죠.

 

그녀와 그곳에서 술 한잔 할 수 있을지...

 

설레입니다.

 

 

민이:

 

오늘 볼 시험은 공부를 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침 일찍 도서관에 나왔습니다.

 

한창 시험기간이면 집이 좀 먼 관계로

 

아무리 일찍 서둘러도 도서관 자리를 잡기가 어려웠는데

 

오늘은 그게 아니네요.

 

많은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버렸나 봅니다.

 

부럽습니다.

 

마지막 날 이긴 해도 아직 시험기간인데

 

도서관은 텅 비었다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네요.

 

그도 시험이 끝이 났을까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전 시험보러 가야겠군요. 책이 좀 많아요.

 

시험보고 난 뒤 다시 와야겠습니다.

 

가방은 가져가질 않았습니다.

 

시험은 잘 봤어요.

 

오늘은 일찍 집에가 쉴 수 있겠네요.

 

도서관으로 책을 가지러 왔습니다.

 

이런! 호호. 왜 눈에 띄었을까요?

 

낯선 자리에서 낯익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방을 챙겨서 그 자리로 갔습니다.

 

훗 아직 그는 일어나지 않았군요.

 

그냥 갈까요? 싫은데요.

 

내가 그를 깨울까요? 못하겠는데요.

 

나 나쁜 여자죠?

 

그가 자고 있는 자리 근처로 때마침

 

어려 보이는 남학생 하나가

 

책을 몇 권이나 생각없이 들고 지나갔습니다.

 

그 학생이 나를 지나칠 때쯤

 

아주 살짝 다리를 걸었습니다.

 

내 예상처럼 일이 풀리네요.

 

뭘 보니? 네가 부주의한 거야.

 

그 학생이 떨어진 책을 주우며

 

나를 조금 원망스러운 듯 쳐다봅니다.

 

책 떨어지는 소리가 컸나 봅니다.

 

주위에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쪽을 많이 쳐다봤습니다.

 

호호 그도 부시시 일어나는군요.

 

안돼. 다시 잘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아는 채 해야 되나요?

 

아니네요.

 

그가 다시 머리를 책상바닥에 댈려다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는 눈을 비비며 근처에 서있던 나를 봤습니다.

 

호호 그의 이마에는

 

나 많이 잤어요. 라고 말하는 붉은 자욱이 선명합니다.

 

책이나 펴고 자지.

 

그가 나에게 쑥스러운 듯 아는 척을 하네요.

 

그가 아는 체 해주는데 내가 모르는 척 할 필요는 없겠죠.

 

"시험 안 끝났어요?"

 

"어제 끝났는데요. 수민씨는..."

 

"저는 금방 끝났어요. 이제 집에 갈려구요."

 

"예..에.."

 

"시험이 끝났는데 도서관은 어쩐 일로...?"

 

"진짜 자러 왔는데요."

 

"??... 커피 한잔 하실래요?"

 

 

철이:

 

시험기간에 수업을 진행하는 사악한 교수가 있습니다.

 

나야 어제 시험이 끝이 났지만

 

오늘 시험이 있는 놈들도 있습니다.

 

아니지 말을 다시 해야겠네요.

 

오늘 시험있는 놈들이야 어차피 학교를 나와야 되지만

 

나같이 오늘 이 수업 때문에

 

학교를 나와야 하는 놈들은 참 억울합니다.

 

수업이 끝나도 집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얼마되지 않는 91동기회가 오후에 있습니다.

 

잠이 옵니다.

 

도서관에 가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이때쯤이면 모두들 시험이 끝이 났겠죠.

 

그녀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하는지,

 

아니면 평소 때 열심히 해서 기본이 있는지

 

시험기간에는 예전부터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예상대로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기 좋네요.

 

꿈에서 누가 날 아는 체 했습니다.

 

그녀와 모르는 사이로 마냥 짝사랑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슴 떨림이 일어납니다.

 

누구여? 신성한 도서관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사람은?

 

잠시 일어나 보았습니다.

 

누군가 책을 떨어뜨렸습니다.

 

책을 줍는 학생 옆으로 여학생이 서있네요.

 

예쁘군요. 조금 더 자야겠습니다.

 

지금 내가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예쁜 여학생은

 

잠시 전 꿈에 나타난 소녀와 참 많이 닮았었거든요.

 

벌떡 일어나 자세히 보니 그녀가 맞네요.

 

하하. 이런 쪽팔린 경우가!

 

한 손을 들고 침묵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녀가 쌩긋 웃습니다.

 

그녀는 이제 시험이 끝이 났다는군요.

 

나는 어제 끝이 났는데...

 

시험도 끝났으면서 도서관은 왜 왔냐구요?

 

오늘은 분명히 그녀를 보러 도서관에 온 것이 아니지요.

 

진짜 자러 왔습니다.

 

그녀가 웃으며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합니다.

 

마침 동전이 있습니다.

 

그녀를 앞장세우고 휴게실로 갔습니다.

 

뭘 봐? 웃지 말고 지나가.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이것들이 선배를 보고 감히 쪼개고 지나가?

 

제가 뽑아 오겠습니다.

 

그녀는 휴게실 한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옆자린 제자리겠죠?

 

하하.

 

커피 두 잔을 뽑았습니다.

 

난 참 생각없는 놈이었습니다.

 

그녀와 난 커피를 들다가

 

둘이 모두 얼굴을 찌푸렸지요.

 

이제는 설탕과 크림을 생략해버린 자판기가 미웠습니다.

 

그녀와 난 잠시 웃었습니다.

 

커피를 들고 있는데

 

어떤 남녀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군요.

 

분명 그들은 밀크커피를 눌렀습니다.

 

"이것도 괜찮죠?"

 

"그렇네요."

 

그녀와 얘기하면서

 

잘못 세상에 나온 블랙커피를 다 마셨습니다.

 

그렇게 쓰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녀와의 달콤함이 녹아 들어갔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대화를 하진 못했지만

 

오늘따라 학교정경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녀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습니다.

 

하늘빛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갑니다.

 

그녀에게 줄 것이 있지요?

 

월요일 내 교양수업이 끝나면

 

그녀가 그 곳에서 기다릴 겁니다.

 

"한잔해. 그래."

 

"이제 시작이야. 91은 늙지 않았다. 90은 몰라도..."

 

"얌마. 난 삼수생이여."

 

 

민이:

 

그와 휴게실에서 미소짓는

 

오후의 잠시를 즐겼습니다.

 

그가 뽑아온 커피는 맹물은 아니었지만

 

자판기의 또 다른 장난으로 날 웃음짓게 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겠네요.

 

그와 난 웃었습니다.

 

자판기 앞에서 얼굴 찌푸리는 남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왠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쓴 블랙커피였지만

 

그 쓴맛을 없애주는 그의 미소짓는 모습 때문에

 

나도 미소지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그와 대화를 한 것은 아니지만

 

오후의 한때는 정겨웠습니다.

 

호호 그가 내가 버스타는 곳까지 길 안내를 해주는군요.

 

버스정류장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버스 뒷창에서 풋풋하게 옅어지고 있습니다.

 

그가 월요일 듣는 교양강의실에서

 

볼 수 있을까 물어보았습니다.

 

훗. 그럴까요?

 

난 일요일에도 학교를 나올텐데...

 

 

철이:

 

일요일날 학교를 나와 봤습니다.

 

시험이 끝난터라 캠퍼스가 더없이 한산합니다.

 

도서관에 나온 자취생의 자전거를 빌려

 

캠퍼스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사대 앞의 정경이

 

그녀의 연상 때문에 정겹기도 하지만

 

그녀의 모습이 없음에 애처롭기도 합니다.

 

벤치에는 푸르른 플라타너스의 울창함으로

 

좋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사대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아와

 

홀로 그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한대 피웠습니다.

 

여유롭습니다.

 

이제 가야겠네요.

 

배가 고픕니다.

 

밥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우아. 이 자전거 브레이크가 완전히 맛이 갔습니다.

 

사대 앞 내리막길을 겁나는 속도로 내려왔습니다.

 

식은땀이 났습니다.

 

이 자전거 주인한테 밥을 얻어먹어야겠습니다.

 

 

민이:

 

일요일 오전 동아리방은

 

캠퍼스의 분위기처럼 차분합니다.

 

친구와 단둘이서 동아리방을 한동안 지켰습니다.

 

그러다 바깥의 따스한 유혹에 못 이겨

 

여운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앉아

 

둘이 커피를 마셨습니다.

 

괜찮네요.

 

자전거 한대가 사대의 비탈길을 올라왔습니다.

 

현철이네요.

 

옷차림이나 생긴 거나

 

누가 저 모습이 새내기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까요?

 

"밥 먹었니?"

 

"예. 누나선배님들은 먹었어요?"

 

친구가 자기는 자전거를 탈 줄 안다고 하네요.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

 

자전거 타고 말입니다.

 

현철이에게서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내리막길은 걸어서 내려왔지만 친구는 정말

 

자전거를 잘 탔습니다.

 

여학생 둘이서 자전거에 몸을 싣고

 

캠퍼스를 거니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밥을 다 먹고 다시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캠퍼스에 들어서자 나도 자전거를 몰아보고 싶네요.

 

전에 좀 배웠지요.

 

"잘 잡아."

 

친구가 뒤에서 잡아준 채로 자전거를 몰아봤습니다.

 

좀 불안합니다.

 

뒤가 허전하네요.

 

어렵사리 뒤를 돌아보았지요.

 

"야. 기집애야. 아아..."

 

결국 넘어졌습니다.

 

친구가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아픕니다.

 

친구는 저게 걱정스런 표정일까

 

의심스러운 모습으로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야 저 사람은 자전거를 참 잘 타네."

 

지금 내가 남의 자전거타는 모습에 신경을 쓸 땝니까?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얘. 딴사람 쳐다보지 말고 나한테나 신경을 써 줘."

 

아팠지만 그래도 재밌어

 

자전거를 다시 탈려고 했습니다.

 

"금방 내가 자전거 잘 탄다고 말했던 사람은 니가 아는 사람인데..."

 

"누구...?"

 

자전거를 세운 채 친구가 보고 있던 곳으로 시선을 주었습니다.

 

누군가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몰고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리포트 대신해 준 사람..."

 

호호 이 웬수야. 진작 말해주지...

 

그는 일요일날 학교를 나왔었군요.

 

무슨 일로 나왔을까요?

 

 

추천수1
반대수2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