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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분은 평생 저렇게 살 수 있을 겁니다.

평등 |2007.10.25 10:51
조회 1,117 |추천 0

꽤나 많이 망설이다 다시금 리플을 달게 되네요.

 

많은 여자분들이 글쓴이 생각이 틀리거나 나쁘진 않다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들 하시는데 ..

그럼 영원히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울 엄마 세대들이 힘들었고 지금 저희들도 그 과도기에서 위에서 치이고 아래서 치이지만

우리 딸, 아들 세대에선 그러지 않아야 한다는, 그러지 않았음 좋겠다고 생각하시지 않나요?

 

사실 글쓴분 생각이 꽤나 진보적이어서 물에 물 탄듯~ 피상적으로 남녀평등에 대해

울부짖는 것보단 훨씬 구체적이고 어찌보면 반발살지도 모를 태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전적으로 호응만 받기에 아직 우리 세대들(저 20후반) 그리고 지금 30대이신 분들은

여전히 시댁에서의 부당한 대우와 이해할 수 없는 며느리의 의무같은 것들에 대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분들이 아닌가 합니다.

 

전 시댁에 다녀오면 며칠동안 계속 우울해집니다. 점진적으로 ..

저도 나름 긍정적으로 살아온 터라 첨엔 생각 안해야지.. 하면서 그냥 열심히 하루를 삽니다.

근데 하루이틀이 지나면 점점 더 그날 들은 말들과, 또 더 심해지면 그 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서 갑자기 멍~하게 있는다거나

아무 생각없이 게임같은 걸 한다거나

아니면 시친결와서 죽치거나 ..

이런 말도 안되는 증상들에 시달립니다.

 

급기야 오늘 아침엔 아무 이유없이 계속 눈물만 나서 처음으로 출근하는 신랑 밥도 안 차려주고

누워서 눈물만 흘리고 신랑 나가고 나서야 일어나서 글쓰고 있네요.

덕분에 영문을 모르는 신랑은 왜 그러냐고 옆에서 달래다가 출근하고 ..

머리로는 이럼 안되지..하면서도 몸은 말을 안 듣는 ..

나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대학때 배웠던 우울증 초기증상이 막 떠 올라요..

 

생활신조가 '후회없는 인생을 살자'라서 매순간 심사숙고하고

그 대신 결정하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성격이고

그래서 뭔갈 실패하더라도 다음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고 살기에 솔직히 살면서

근거없는 자신감-소린 들었어도 소심하다, 침울하다-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근데 결혼하고 나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약에...내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회사 그만두지 않고 여기 이사오지 않았다면 .....

(지금 신랑말고) ** 혹은 $$랑 결혼했다면 ........ 하고 수십번씩 생각해 봅니다.

인생에 만약이란 없다는 걸 철칙으로 생각하고 '지금 현재'를 가장 중시하며 살아왔는데 말이죠.

 

제가 글쓴이처럼 진보적인 평등주의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많은 여자분들이 바라겠죠)

울 신랑과 시댁은 전형적인 경상도 시골사람들입니다.

결혼도 글쓴이처럼 하고 싶었지만 장남 첫 혼사라 받을거 받고 줄거 주자는 시댁 바램에

너무 사랑했떤 우리는 그냥 맞춰서 예단드리고 예물은 최소한만 하기로 했죠.

어차피 그돈 다 우리 둘이 대출받은 돈이고 명의는 신랑 앞으로 되어 있었지만

결혼하면 어차피 둘이서 갚는 돈이니까요. 특별히 집을 받거나 이런 거 없습니다.

오히려 남편이 결혼 직전 사업 한다고 대출받은 빚만 잔뜩 .. 둘 앞으로 오게 된거죠.

 

근데 결혼해서도 여전히 아들을 출가외인-_-이라 생각지 않고

사사건건 간섭하려는 태도와 그걸 중간에서 적절히 끊지 못하고 나만 맘상하게 하는 남편,

매일 사업장에 출근(물론 목적이 있었다지만)해서 이것저것 간섭하고 ..

 

남편은 자기 엄마니까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전 이래저래 들은 게 있는지라 저희를 이간질시키는 망상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남편 사업장 근처로 이사오고 저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맞벌이 할 때도 게을렀던 남편은 집안일 정말 도와줄줄 모르고

제가 집 좀 청소하자고 하면 걍 더럽게 살자~고 해서 먼지 굴러다닐 때까지 안 치워본 적도 있네요.

저거 보면 좀 뉘우치지 않을까 해서 ..

나중에 알고보니 자취생활 3년동안 청소기론 밀어봤어도 걸레질 한번 안 해 봤단 소리에

어이가 없더군요. 당연히 자기 집에선 반찬그릇 한 번 제대로 날라본 적 없었고 ..

말그대로 상전모시듯 키운 장남이죠.

 

지난 추석때 시친결 단골메뉴였던 명절보내기에 대해(저희에게 결혼하고 첫 추석인지라)

글쓴이처럼 명절 때 번갈아 가보자는 얘기 꺼냈다가 '그렇게 사는 사람이 어딨냐'고 세상에

없는 사람 취급하길래 또 뒤지게 함 싸웠었죠. 분명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어딘가엔 있는데

말이죠. 죽은 사람 제사가 산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에겐 너무나 당연한 사상인걸까요?

 

제 앞에서 우리 덕봐서 더 넓은 평수로 이사하게 해 달라하시고

애낳으면 애키워 줄테니 일하라고 하시고(이사오고 직장그만둔지 이제 1달좀 넘어갑니다)

차남이 못 풀어준 공무원의 한을 절더러 이젠 권유하시고

(전 공무원 선생하는 거 싫거든요. 능력껏 전투적으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누구나 자기 꿈이 있고 희망이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전 아동발달 쪽으로 한때 공부도 한적 있는 사람이라 아이가 3~5세될때까지

죽어도 엄마 손에 키우고 싶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울 시모처럼 ~~해라~~ 되어라 이렇게

가르치는 사람에게 아이 맡겨서 울 신랑처럼 암것도 못하는 장남 우울주의 만들기 싫으네요.

글구 여긴 중소도시라 직장 알아보기가 쉽지만도 않고 저에겐 여기 친척친구 하나 없는 곳이라

외롭기만 하고 적응도 덜 된 마당에 이사오면서부터 계속 성화십니다. 

이사오기 전엔 맘대로 할 수 있는 회사발령도 아닌데 이쪽으로 발령내달라 하시고

이사오라고 하셔놓고 막상 이사오니 직장 그만뒀다고 뭐라하고 ..

우리 부부 당연히 열심히 일하고 돈모아 집사겠지만 결혼할지 얼마됐다고 얼굴만 보면

집사야지..집사야지..타령을 하시네요.. 이젠 시부모님들 집까지 더 큰걸로 해달라시고 ..

 

이러니 사이좋던 우리 부부 사이까지 자꾸 멀어집니다.

시댁만 갔다오면 며칠 동안 우울증에 시달립니다.

 

모든 걸 자기 바램대로 하길 바라네요. 물론 직업 문제는 제가 죽어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

전 싫다고 .. ~~ 할거라고 딱 잘라 얘기했지만 항상 모든 일에 이렇게 딱 잘라 속시원히

얘기할 수도 없는 거고 .. 더 힘든 건 .. 글쓴이나 저처럼 독립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겐

저렇게 간섭하고 '참견하는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라는 겁니다.

그 자체가 이해 안 되기 때문에 핸들링하는 자체가 너무 힘들거든요.

그 얘기들 듣는 순간은 그래도 어려운 어른이고 시모니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내가 정말 공무원해야 하나? 내가 지금 잘못하고 있나?

이런 생각 들면서 막 당황하고 심장이 뛰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지나면

저 사람이 왜 저러나 .. 난 내 인생이 있고 우리 가정은 우리 건데 ..

이런 생각으로 바뀌면서 막 억울하고 답답하고 내가 왜 이렇게 살고싶나 싶고 ..

암튼 말로하자면 이해도 잘 안되고 심경이 참으로 복잡합니다.

 

항상 악의는 없으시겠지 .. 라고 좋게 생각하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그런데 지금껏 자기힘으로 고민해서 성취해 온 사람들에게 어려운 타인의 불필요한 간섭이라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아마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그나마 울 신랑이 결혼하고 많이 바뀌었는데도 저에겐 아직 답답함이 훨씬 더 큽니다.

전 여기서 열심히 일해서 돈벌면 더 큰 도시가서 살고 싶기도 하고

(제가 항상 대도시에 살아서 시골서 사니까 너무 답답해요..)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들도 많은데

저에겐 희망이 없어요.

열심히 노력한만큼 나에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이젠 제가 노력해도 나에게 돌아오는게 아니라 딴데간다는 피해의식마저 듭니다.

 

남편은 이사가려는 생각도 없고 여기서 사업하는 이유도 '최소한 망하진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라서 뭔가 바꾸고 싶고 개혁하고픈 의지는 별로 없어요.

당연히 여기서 살고 며느리로 살고 시부모 모셔야 하고 나를 희생하면서 사는 게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최소한 이 모든 게 당연한 건 아니죠.

어느 정도ㅡ 아니 여자의 대부분의 희생이 있어야 저렇게 살 수 있는 거죠.

또 그만큼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해야 할테고 남편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 아내에게 잘해야 할 거고 ..

 

아무리 사회가 아직은 평등하지 않다고 해도 글쓴이 같은 남자분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 언젠가는 바뀔 텐데 왜 글쓴분도 결혼하면 다른 남자들처럼

그러지 못할거다라고 미리부터 타박하는 말들만 하시는지 ..

글쓴분 성향이 저랑 너무 비슷해서 그런지 제가 보기에도 결혼하면 그렇게 잘 살고

혹은 최소한 며느리 의무라는 것들 속에 아내를 보호할 수 있을만큼 정신적인 무장정도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전 결혼 전에도 외국계 회사를 다녀서인지 여자 상사들이 많았고

직원수도 5:5에 육박했고 연봉 복지에서도 군대갔다 왔다고 호봉차별없고

생리휴가 맘 놓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쓸 수 있었고

심지어 최연소 여자 팀장(남자가 아니라)까지 나온터라

다른 국내기업보다 훨씬 그런 차별을 못느끼고 지금껏 살아서인지

더더욱 다른 분들의 비관적인 리플에 호응을 못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살면서 느껴본 가장 큰 차별은 결혼하면서부터였으니까요.

그래도 결혼은 사회보다는 개개인이 투쟁하고 바꿔나가게에 쉬운 곳이라는 생각은 아직 듭니다.

비록 저는 아직 마음이 너무 괴롭지마는 ..............

 

솔직히 둘이 사랑하고 신뢰하는데 집이 무슨 소용있고 돈이 무슨 소용있나요?

성실히 살고 또 그만큼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돈은 모이기 마련인데요 ..

성실한 사람은 대부분 그 정도 자기 능력은 키워 놓습니다.

 

글쓴분은 꼭 님처럼 합리적인 여자분 만나서 잘 사셨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

아무리 2년 사귀셨다지만 가치관이 이렇게 어긋난다면 그냥 평생 같이 안 사는게

최곱니다. 부끄럽지만 전 이렇게 맘고생하며 살고 있기에 진심으로 헤어진걸 축하드리고

싶네요. 분명 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더 좋은 여자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옮고 그르다의 결론을 내기 위해 쓴글은 아니고

글쓴분에게 참 동질감도 느끼고 우리 사회에 저런 남자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당에

아직도 여자분들의 억울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서 아침의 우울함을 좀 떨쳐보고자

쓰기 시작했는데 길어졌네요.

 

투쟁해서 바꾸거나 혹은 결혼이라는 이 제도 안에서 벗어나거나 ..

둘 중의 하나 뿐인데 ..

 

그래도 아랍 인도 보단 살기 좋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남 칼맞은 거 보다 제 손목의 상처가 더 아픈 법이기에 답답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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