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인 리만브라더스는 최근 발표한 ‘인도: 무한한 성장 잠재력(India : Everything to play for)’이란 심층분석 보고서에서 “인도 경제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는 인도 경제가 1988년 10.5% 성장한 이후 한 번도 달성해보지 못한 성장률 수치다. 171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공동저자인 리만브라더스의 존 르웰린 글로벌 경제정책 고문과 로버트 슈바라만 아시아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요약해 Weekly BIZ에 보내왔다.
인도 경제의 성장기세가 무섭다. 인도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GDP·국내총생산 기준)은 1970년대 ‘힌두(Hindu) 성장률’로 불렸던 3.5%의 낮은 수준에서 1980~90년대 6.0%선으로 높아졌고, 지난 4년간은 8.6%로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인도의 회계연도는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임) 인도 경제는 9.4%의 고성장을 달성함으로써 시장환율로 평가할 경우 세계 12번째, 그리고 구매력 기준으로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 韓·日 고도성장기와 비슷한 인도경제
인도경제의 고도 성장은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10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단기적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있다. 예컨대 총수요가 인도경제의 여유공급능력을 계속 상회한다면 물가상승 압력을 억누르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과 같은 긴축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미국 주택시장의 장기침체와 신용경색으로 초래된 글로벌 경기둔화도 인도 경제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사이클보다 중요한 것은 인도의 고성장이 그간의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s)에 의해 뒷받침돼 왔으며, 이에 힘입어 GDP 대비 투자비율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향상됐다는 점이다.
일본·한국·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고도 성장기에 공통적으로 보여주었던 역동성이 지금 인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의 1인당 실질 GDP의 증가추세는 한국이나 중국이 경제 도약기에 보여주었던 가파른 상승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인도의 GDP 대비 투자비율이나 저축률도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고도 성장기에 달성했던 30~40%대로 높아졌고, GDP 대비 교역규모도 지난 7년간 두 배 커져 50%대로 상승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과거 한국·일본·중국의 경제 도약기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경제 발전, 빠른 성장, 구조개혁 등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인도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수출·투자가 서로 맞물려 성장하고, 안정된 재정과 활발한 자본 유입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이 1인당 국내총소득이 아직 약 1000달러에 불과하고, 생산가능인구의 60%가 농촌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 청년층이라는 사실은 인도 경제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 주가 많이 올랐지만 추가 상승도 가능
인도의 주식시장은 경제발전단계에 비해 상당히 발전돼 있다.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1조1000억달러로 한국·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이다. GDP에서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중국(43%), 브라질(68%), 멕시코(41%), 폴란드(44%), 터키(55%) 등 러시아(98%)를 뺀 신흥개발국보다 높다. 인도 뭄바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수는 약 4800개로 런던(3256)이나 뉴욕(2280)보다 많다. 지난 3년간 480억달러 규모의 주식이 신규 상장될 정도로 주식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본조달도 활발하다.
최근 인도 주가가 급등해 추가상승여력이 과거보다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인도의 PER(주가수익배율)은 18.7배로, 아르헨티나(30.3배)나 중국(24.9배)보다는 낮지만 신흥시장 평균(13.5배)보다는 높다. 하지만 인도경제와 인도기업의 미래 성장전망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주가상승 여력은 높다. 무엇보다 인도기업의 수익성이 좋다. 지난 6년간 인도의 명목 GDP는 113% 증가한 데 비해, 30대 상장기업의 수익은 168% 증가했다. 재무제표도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건전한 편이다. 인도기업들은 다른 신흥시장 기업에 비해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은 28%로 신흥시장 평균(38%)보다 낮다.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부채를 끌어다 쓰지 않고 내부 유보이익을 활용해 투자하기 때문이다. 리만브라더스는 향후 5년간 인도 주식시장의 상승률이 선진시장이나 다른 신흥시장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금융개혁은 성장률 1~1.5%P 추가
인도경제 전망이 무조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리만브라더스는 다음 네 가지 구조개혁 과제를 향후 인도의 고성장 지속을 위한 핵심변수로 보고 있다. ①무역 및 투자 자유화 ②금융부문의 발전 가속 ③물질적·제도적 사회간접자본 확충 ④경쟁촉진정책 강화.
이러한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결코 과소 평가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금융부문의 추가적인 구조개혁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에 1~1.5%포인트 기여할 수 있으며, 10년 안에 순자본유입액을 현재의 38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또 기업경영을 제약하고 있는 빈약한 사회간접자본과 뿌리깊은 관료주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선할 경우 세계시장에서 인도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노동집약적 제조업과 농업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인도의 GDP 대비 교역규모는 10년 안에 지금보다 두 배로 커져 경제성장률을 1.5%포인트만큼 추가로 높일 것이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민주적 연정(democratic coalition-dominated politics)’이라는 인도의 독특한 정치구조가 장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인도의 정치구조는 너무나 민주적이어서 하나의 정당이 행정부를 장악할 수 없고 여러 정파가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정책 추진력이 제약받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구조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기회는 2009년 5월 이전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총선거 이후에 주어질 것이다.
■ 소득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만연
최근 인도의 눈부신 경제발전은 정책당국에게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을 추진하는 단계에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정의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아직 많은 인도 국민들 사이에서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존재로 불신받고 있으며, 고도 성장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앞으로 상당기간 신규 노동력이 계속 공급되고 도시화가 진전될 것이기 때문에 인도의 성장전략은 ‘신속하면서도 포괄적’이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전략이 실패한다면 인도 경제는 지역 내·지역 간 불균형, 사회적 불안 등의 경제·사회적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신속하고 포괄적인 성장전략으로는 기업경영에 대한 제약을 완화하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교육과 보건서비스를 제공하며 전체 노동인구의 약 60%가 있는 농촌지역을 발전시키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특히 향후 10년 동안 고용 창출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필수적이다. 한편 점차 확대되는 경제력과 그에 따른 자신감 충만으로 인도는 무역자유화와 같은 개방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 디지털계획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