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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暴雨)가 내리던 날

유상진 |2003.07.13 15:10
조회 266 |추천 0

아침 우편물이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이 아우성입니다.
“아이쿠! 오늘도 큰일이 났네!” 하는 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고 우편물을 보자마자 깜짝 놀
라고 말았습니다.
‘고객 사은 대 잔치’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의 어떤 회사에서 전화번호부 책에서 따온
주소와 성명대로 수취인 이름을 써서 우편물을 발송한 것입니다.
물론 그분들은 목적은 영업이 목적인지라 어쩔 수 없겠지만 요즘처럼 장마비가 계속되는 날
이면 그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입니다.
전화번호부 책에 나타난 전화 가입자의 주소와 이름을 그대로 베껴서 우편물을 발송하기 때
문에 집집마다 우편물이 다 있다고 보아도 좋겠지요.
그러나 어쩝니까?
“우리는 우편물이 없으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니까 항상 우편물이 있을 때 열심히 합시
다!” 하는 말로 위안을 삼으면서 우편물 배달을 시작합니다.
우체국을 출발할 때만 해도 이슬비 정도로 내리던 전남 보성읍 봉산리 덕정마을을 들어서면
서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빗줄기는 조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내립니다.
시골마을 버스 간이정류장에서 4~5명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무엇인가를 끊이고 있
는 것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고 자세히 보았더니 라면을 끊이는 중입니다.
봉산리 삼산마을 앞의 정자(亭子)에서는 가족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점심식사를 하다가 저
를 보더니 “우체부 아저씨 비가 오는데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이리 오셔서 음식 좀 드세
요!” 하고 음식을 권하십니다.
승용차의 번호 판이 전북 번호 판인 것으로 보아서 전라북도에서 오신 관광객으로 생각이
됩니다.
사실 차밭에 관광을 왔을 때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여 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날씨가 좋으면 아무 문제가 없으나 이렇게 장마가 지면 점심 드실 자리가 마땅치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차밭 근처에 있는 정자 같은 곳이나 그렇지 않으면 간이 버스 정류장을
점심식사 자리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빗속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는 차밭을 관광하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운치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빗속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리 집배원들의 마음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저는 어느덧 옥평리 세동 마을의 배달을 마치고 다음 마을인 두슬(頭瑟) 마을로 향하고 있
습니다.
두슬마을은 풍수지리 학적으로 볼 때 거문고의 머리부분에 해당된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두슬마을의 입구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기 시작합니다.
“옛말에 소나기는 피해서 가라고 했는데!” 하면서 잠시 비를 피하여 가려고 비를 피할 곳을
찾는데 마땅히 비를 피할 곳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시골마을에도 대문이 있어서 대문이 잠겨있으면 제가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에도 우편물을 배달을 하면서 이리 저리 잠시 비를 피할 곳을 찾는데 순간 내린 비
가 엄청나게 내렸는지 여기저기 미쳐 빠지지 못한 물이 골목길을 넘쳐나고 있습니다.
“큰일났다! 이렇게 계속해서 비가 내리며 홍수가 나고 말겠는데!” 하면서 두슬마을 마지막
집 송사남 할머니 댁으로 들어가서야 겨우 처마 밑으로 오토바이를 세우고 잠시 비를 피하
여 가려고 “할머니 비 좀 그치면 갈께요!” 하였더니
“그래~에 어서 올라와!” 하십니다.
그런데 할머니 댁 마루에 막 엉덩이를 걸치고 앉으려는 순간 그렇게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
가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슬비로 변하는 게 아닙니까?
“참 신기한 일이다! 아까 우편물을 배달 할 때는 그렇게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잠시 쉬려니
까 이렇게 이슬비로 변하다니!” 하면서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나오려는데 할머니께서
“아! 커피타고 있는디 으디가? 얼렁이리 안 와? 엉” 하시며 저를 부르십니다.
“할머니 저 바쁘니까요 다음에 마실게요! 죄송합니다!“ 하고서는 잠시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이용하여 한 통의 우편물이라도 더 배달하려고 열심히 이곳 저곳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6시가 넘어서고 저는 쾌상리 동암 마을을 배달을 하고 있습니다.
동암 마을의 우편물 배달이 거의 끝나갈 무렵 저의 휴대전화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는지 삐
빅 소리가 들립니다.
그래서 “아니 누가 또 문자 메시지는 보내는 거야?” 하는 마음으로 약간의 짜증이 납니다.
사실 문자 메시지가 와서 열어보면 ‘물 좋은 곳 달봉이를 찾아주세요!’ ‘이성간의 대화’
‘외로우면 찾아주세요!’ 하는 이상한 메시지만 자꾸 들어오니 짜증이 날수 밖에요.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 있어 언제 또다시 폭우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래서
문자 메시지는 무시하고 그저 우편물 배달에 열중하다보니 하루의 일과가 모두 끝이 나고
우체국에 귀국하여 사무실에서 잔무를 정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이 몹시 피곤함을 느낍니
다.
사실 오늘 약 7시간 동안을 쉬는 시간도 없이 빗속에서 우편물 배달을 하다보니 피곤하기도
하겠지요.
“아! 정말 힘든 하루였다! 내일은 정말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 또 휴대전화에서 “삐빅”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누가 자꾸 메시지는 보내는 거야?’ 하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열어보는 순간 그 동안의
피로가 확 가시는 느낌입니다. 메시지에는 이런 글이 올라 와 있더군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번 차밭에서 아저씨에게 등기 편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한 김
지영입니다. 아저씨가 보내주신 등기 편지는 잘 받았다고 연락이 왔답니다. 아저씨 정말 감
사합니다. 그럼 언제나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사실 제가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등기나 소포 같은 우편물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습니

그러나 우편물을 발송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일 뿐 고맙다는 메시지는 받아보는 일은 처음이
기 때문입니다.
김지영 아가씨 아가씨도 언제나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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