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만큼..
파아란 하늘을 닮은 사람이 그리워졌다...
회색으로 얼룩지어진 하늘의 검은 구름 모양,
사람들의 얼굴은 그렇게 회색으로, 혹은 더 짙어진 얼룩으로 그렇게 물들어가는 곳에
덩그러니 창가에 혼자 앉아, 비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언젠가는 저렇게 흐린 하늘도 ...폭풍이 일면 새파란 제 모습을 찾게 되겠지....
그 때가 되면 내 마음에도 ..
..
지독한 일벌레...
일에 파묻혀 시간의 흐름조차 제대로 기억해 내질 못할 만큼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그리고 어느덧 내 나이 28.......
정치경제엔, 그 누구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알고 있으면서도,
그 외의 것들엔 무관심한.....28살의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들만
옆에 꽤차고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다,
문득..
고등학교 시절의 해맑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운동을 좋아하고....사람을 좋아하고...그림을 좋아하며, 여행을 좋아했던 나의 그 시절...
어느덧 난....이렇게 청춘을 다 보낸 모양 그 때를 추억하는 꼴이라니.........
추워서 꽁꽁 닫아두웠던 창문을 열어 재키고,
차가운 봄의 향기를 가슴 가득 넣으면서...난 상상을 한다....
겨울의 추움을 이겨내는 봄의 활기처럼....
그렇게 아름답고 강한 사랑을 ....꼭 해야 겠다고...
그리고 이젠, 이렇게 닫혀진 문을 세상을 향해 열듯, 내 마음도 열어보이겠다고...........
아주 오랜만에 3~4년전에 갔던 채팅사이트를 우연히 헤집고 다녀보았다..
채팅이 원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변질 되어버린 지 오래되서 그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자신이
우습기도 했지만,
무언가 내겐 돌파구가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딱히, 동호회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수다떠는 타입도 아니였으므로, 서울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그저 집주인과,
회사 사람들 얼굴과, 업체 클라이언트 뿐이였으니...
사람을 만나야 되겠단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싶었다...
그렇다고 채팅으로 사람 만나고 싶어서 들어간 건 아니였다...
사람 내음이 그리웠다.....
재잘거리는 수다와, 내가 듣지 못했던 음악들에 대한 갈망...내지는,
사람들의 활기가 그리워서 라는...일련의 생각들을 위안삼으며, 들어간 곳에서.......
나처럼...아무 말없이 화면만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화면속의 그는.....왠지........힘들어보였다.
한참을 그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 음악을 듣던 내게....누군가 말을 건넨다.....
정말 오랜만이라며....3~4년 된것 같다는 그의 말에,
기억에도 없는 영상들을 꺼내기 위해 한참을 기억을 뒤적여 보았지만...
여전히 기억에 없다...........잘 모르겠는데요....
아....아마 모르실거에요....워낙에 00님이 몇시간이고, 음악만 듣고 말씀이 없으셨던 00님이 기억이 나서요...
...........아....네
내가 모르는 사람이니 더 말할 필요성을 못 느낀채,
그렇게 있자니..
화면속의 그가 내게 말을 건넨다..........
..........
음악 좋아하나 봐요....
네..........
커피도 좋아해요? 전.......카푸치노 좋아하는 데.....
아........전 블랙을 좋아하죠.....
무언의 끌림이였을까...
주고 받는 글속에서, 왠지모를 편안함과....따스한 배려가 느껴졌지만....
이내, 나이가 25살이란 말에....놀람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내 동년배..혹은 선배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따스한 단어들이....
조금은 나보다 나이가 많을 거라 생각 되었었기에.......
............
우린 더이상 채팅의 의미를 잃어버린채, 서로의 메신져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우린 가끔 그렇게 메신져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별다른 이야기 없이
우리의 시간들은 그렇게 흘러만 갔다...
그동안 나는 날 조금 더 변화시키기 위해,
혼자서 여행을 다니고, 인라인 스켓 동호회도 들면서,
조금씩 어울림이란 단어에 익숙해 져 갔다...
이젠...회사 외의 공간에서는 어색하지 않게, 어렸을 적의 활달한 성격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날 찾아가고 있을 즈음...
메신져에 등록햇던 그 친구가 맛있는 커피 한 잔을 하자는 제의를 했다....
나보다 나이도 어렸기에, 편하게 만날 목적으로,
스켓을 타다 찢어진 너덜너덜한 바지에,
춥지 않을 만큼 잔뜩 옷을 껴 입고서, 편의점 앞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 때를 회상하자면....웃음이 나는 일이지만....난...채팅의 위험 사례를 많이 들어왔기에...
조금이라도 여자로 보이질 않게 하기 위한, 일종의 내 방어차원의 옷 차림이였다...
후훗.....지금의 그는 ...내가 그날 입었던 바지를 입지 말고 제발 버리라고 말한다....)
그날은 내가 좋아하는 비를 하늘에서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모자를 푹 뒤집어 쓴채 얼마나 지났을까....
깔끔한 갈색 단화에 연 베이지 빛 바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눈이 마주쳤을 때...
저렇게 맑고 깨끗한 눈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정도로,
깨끗한 눈동자였다...파란 하늘을 닮은 사람을 만난 기분이였지만...
애써.....놀라움을 감추며, 덜렁대듯,
"짜식..왔냐?....허..참...왠 비냐...청승맞게....가자...어디듯 비 좀 피하고 보자..."
잠시 날 쳐다보던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띈채,
"그래요...그럼...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야, 닭살스럽게 왠 존대냐....걍 누나라고 불러...자 누나 해봐..."
왠일인지...난 오버까지 해가며, 내가 누나임을 강조했지만...
실은...어쩌면...난 내 마음을 그 때 알고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