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스파키의 전설 - 제3화 - 테크타운 3편

사나토스 |2003.07.16 05:21
조회 164 |추천 0

"억!"

 

짧고 작은 소리를 낸 그는 두 다리가 엉키며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주인과 떨어진 수레는 한참을 혼자 달리다가 다른 사람의 수레와 부딪히며 멈추었지만 위에 덮은 천 밑으로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넘어졌던 그는 순간적으로 튕겨 일어서며 수레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의 동작보다 더 빠른 것이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빠른 동작으로 얼른 허리를 숙여 물건을 하나씩 집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야! 손대지마. 너! 거기서!"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지만 바닥에 떨어진 물건 중 쓸만한 것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도 더 늦기전에 그는 얼른 물건들을 수레에 집어넣으며 사방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이 도둑놈들! 니들 얼굴 다 봤다. 이 나쁜놈들아. 에이 씨팔! 이런 개같은 경우가!"

 

한참 씩씩거리던 그는 수레를 끌며 스파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이 개자식! 거기 꼼짝말고 있어!"

 

스파키는 팔짱을 낀 채 그저 보고만 있었고 그는 투덜거리면서 수레를 끌고 왔다.
가까이서 보니 덩치가 상당히 컸다.
새까만 피부에 나이는 중년은 아직 되지 않은 듯 했고 배도 나온 편이지만 드러난 팔의 근육이 상당히 발달해 있는 것으로 보아 힘은 좋아보였다.
키도 스파키보다 큰 편이어서 그가 바싹 다가오자 그는 내려다보고 스파키는 올려다보는 형상이 되었다.
그는 스파키의 얼굴에 손바닥을 쫙 펴서 내밀었다.

 

"내."
"뭘?"
"몰라서 물어?"
"뭘?"
"너 때문에 없어진 물건들이 얼마짜린줄 알어? 어서 내놔!"
"뭘?"
"이 자식이!"

 

흑인은 스파키의 멱살을 잡더니 힘을 주며 위로 치켰다.
바로 스파키의 발이 허공에 머무르게 되었지만 그의 얼굴은 덤덤했다.

 

"놔."
"뭘?"
"이거....."
"뭘?"
"......."

 

흑인은 팔에 계속 힘을 주며 스파기가 하던 말을 그대로 흉내냈다.

 

"좋아. 네 발목이 다쳤다면 치료비는 주지."
"아니, 없어진 물건 전부 배상해라."
"내가 왜?"
"네가 내 발을 걸었잖아."

 

스파키를 들어올리고 있는 그의 팔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스파키도 그걸 기다리며 가만히 있는 중이었다.
전력을 상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어차피 자신도 그렇게 가벼운 편은 아니니까.

 

"그럼 비켜달라고 말을 하던가."
"네가 길 한가운데 멍청하게 서 있었잖아!"

 

그는 이제 한계인 듯 버럭 소리를 지르며 스파키를 던지듯 놓았다.
넘어지길 바랬지만 스파키는 웃으며 부드럽게 착지했다.

 

"비켜달라고 말을 했어야지. 욕 말고 말야. 안그래?"
"그럼 몸으로 떼워라."

 

그가 다시 팔을 뻗어 스파키의 얼굴에 주먹을 갖다 대며 볼을 눌렀다.
스파키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얼굴쪽으로 전력을 조금 모았다.

 

"끄아악!"
"아악!"

 

녀석이 저린 손을 빼며 비명을 질렀고 스파키도 그 자의 주먹에 맞은 듯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그런 다음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고는 주변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도와주세요! 이 자가 절 칩니다."
"뭐...... 뭐야......"
"가까이 오지마! 제발 때리지 마!"

 

다 들으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주변의 사람들은 요상한 눈초리로 보고만 있을 뿐 전혀 움직이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스파키는 이 마을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엄살을 떨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

 

"하긴, 남의 일이지...... 하지만 이 많은 사람중에 단 한사람도 나서지 않다니."

 

하는 수 없이 스파키는 이 겁없는 흑인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약간의 힘을 쓰기로 결심하고는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약간의 전력을 모았다.
머리털이 전부 일어설 정도의 충격이면 다신 덤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에게 다가서는데 구경하던 사람들이 쫘악 갈라지며 군인들이 나타났다.
아니, 그것은 색과 모양이 조금 달랐지만 입구에서 보았던 로봇이었다.
두명의 로봇군인들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 중 한놈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흑인이 그들을 알아보고는 얼른 다가서며 스파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징얼거렸다.

 

"아니, 글세 저 불한당 같은 놈이 내 물건을 없어지게 하고는 변상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로봇이 스파키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물었다.

 

"이 자의 말이 사실입니까?"

 

스파키는 얼른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 사람이 너무 비싼 값을 불러서 그랬습니다. 곧 잘 해결하겠습니다."
"이곳에서의 싸움은 범죄로 간주됩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을 하더니 로봇들은 왔던 방향으로 다시 가버렸다.
그들이 가버리자 흑인이 스파키를 보며 다시 으르릉거렸다.

 

"너, 이 도시엔 처음이냐?"
"........."
"멍청한 놈. 여기선 싸움을 하면 바로 추방당한다."
"먼저 덤빈 것 같은데."
"네가 그렇게 엄살을 떨지는 몰랐지. 이 겁쟁아. 군인들을 부르다니. 재수없는 놈."

 

스파키는 흑인에게 다가섰다.

 

"이걸로 변상이 될지 모르겠군."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허리춤에서 검은색의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전기를 증폭시키는 장치다. 원래 전력의 2배 이상의 힘을 내지. 어떻게 쓰는 건지는 모른다. 나도 받은 거니까."
"어...... 정말이야?"

 

흑인은 스파키의 손에서 그것을 팍 낚아채더니 눈 앞에 대고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수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는 증폭기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대 보았다.
그리곤 써억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거 굉장한데. 이렇게 작은 물건에서 이정도의 전력이 생기다니."
"그걸로 흥정은 이루어진 셈인가?"
"남지~ 어쨌든 고맙구만. 진작에 이럴 것이지...."

 

그는 만족한 표정으로 수레를 끌고 다시 가려고 했지만 스파키가 불러세웠다.

 

"이봐."
"또 볼일이 남았나?"
"남는다며?"
"하하, 아직 모르는군. 거스름돈 같은건 없어."
"이 마을에 대해 얘기해주면 그것으로 대신하겠다."
"난 바빠."

 

그때 스파키가 허리를 돌려 뒤쪽에 달린 증폭기들을 보여주었다.
아직도 네 개나 붙어있었다.
 
"하하하하. 친구! 내가 한 잔 사지. 이곳엔 근사한 곳이 많거든."

 

 

활짝 웃으며 다가온 그는 스파키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인파속으로 끌고 갔다.
물건을 흥정하는 사람들이 둘의 몸 여기저기에 부딪혔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고있자니 스파키는 기분이 좋아졌다.

 

"내 이름은 스캇. 자넨?"
"내 이름은...... 오지마."
"오지마! 멋진 이름이군. 자네한테 딱 어울려. 하하하하."

 

그의 팔에 이끌려 가면서 스파키는 멀리 빠르게 사라져가는 한 꼬마를 유심히 살폈다.
그리곤 씨익 웃었다.


잠시 후 그들은 작은 건물 앞에 섰다.
자그마한 이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위에는 커다란 간판이 걸려있었다.

 

"자, 이곳이 내가 자주 이용하는 식당이지."
"식당?"

 

먹을것이 귀한 지금의 시점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니.....
집에 있는 음식을 두고 다른 걸 사먹을 수 있을 만큼 풍요롭단 얘긴가.

 

"자, 어서 들어가자구. 이곳의 책임자는 아주 미인이야."

 

안으로 들어서자 시끄러운 소리가 머리를 어지럽혔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잘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지르고 있는 듯 했다.
많은 수의 테이블이 있었다.
자리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음식을 먹기도 하고 음료수잔을 들어가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어떤 테이블은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은 테이블을 서로 내려쳐가며 뭐가 답답한지 상대방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 저기가 좋겠군."

 

어차피 빈 자리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오지마, 자넨 먼저 가 있으라구. 난 내 장사밑천을 맡기고 올테니까."

 

스파키가 자리에 앉자 여자 한 명이 그의 앞에 자그마한 잔을 내려놓고는 갔다.
잔을 들여다보니 물이 반쯤 차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그냥 물같길레 그는 단숨에 마셔버렸다.
갈증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방금 온 여행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로는 최고일 것이다.
입안이 촉촉해지며 혀가 잘 돌아가자 목구멍에서 먹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말을 뱃가죽이 울리며 대신 말하고 있다.

 

"젠장. 그러고보니 하루를 꼬박 굶었군."

 

잠시 후에 스캇이 나타났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것처럼 반갑게 손을 들더니 얼른 달려왔다.

 

"뭐 시켰나?"
"아니.... 아직."
"좋아, 그럼 내가 시키지. 이봐! 메를린!"

 

그가 소리치자 저 멀리서 흑인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아니, 벌써 왔어? 장사 안해?"
"하하하. 맨날 일만 하며 살 수 있나~ 가끔은 이렇게 친구와 함께 대화도 나누며 살아야지. 안그런가 오지마."
"..........."
"하하. 이 친구는 원래 말이 별로 없어. 그건 그렇고 우리 마실 것 좀 줘."

 

메를린은 스파키를 스윽 살펴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시안이군요. 이곳에도 아시안은 많지만 당신처럼 순수한 아시안은 드믈죠."
"..........."
"무엇으로 드릴까요?"

 

스캇이 얼른 대답했다.

 

"비타민쥬스 두 잔하고 먹을 것좀 줘."
"당신이 사는거야?"
"물론이지."
"또 무슨 수작을 부릴려고......."
"어허, 손님 앞에서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친구라며? 언제 손님으로 둔갑했어?"
"어? 아~ 그게...."

 

스캇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녀는 뒤돌아 서서 가버렸다.

 

"하하. 원래 톡쏘는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여잔 말이야."
"나도 그런 여자 알고 있지."

 

스파키는 메를린이라는 여잘 보면서 같은 부대의 대원이었던 여자가 떠올랐다.
흑인이면서 매혹적인 금발을 가진 신비한 분위기를 내는 여자였다.
어울리지 않게 싸움도 잘했는데..... 어쩌면 저 여자는 그녀의 후손일지도.
그가 옛생각을 하며 잠시 감상에 젖으려 할 때 스캇이 테이블을 때리며 크게 웃는 바람에 조금 놀라고 말았다.

 

"크하하하하. 이보게, 오지마."

 

어쩌다가 이런 가명이 떠올랐을까.
본명을 말하면 이 도시에 있는 사람들 중에 자신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몰릴 것이 예상되어 그렇게 한 것인데 좀 더 그럴싸한 이름을 생각해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발음이 한국식이라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한국 이라는 것이 한 나라의 이름이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어쨌든 이 도시에 머무르는 동안은 누구든지 자신을 부르며 오지 말라고 하는 꼴이다.

 

"당신은 이 곳에 처음 온 것 같던데."
"처음이지."
"무역을 하러 온 것은 아닌 듯 하고....."
"고칠 물건이 있어서."

 

스캇의 눈이 반짝였다.
어쩌면 아주 귀한 물건일지도 모르니까.
스파키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총."
"총? 그런걸 가지고 있단 말야?"
"두 자루 있지."
"오!"

 

스캇의 눈은 윤기를 자르르 흘리며 스파키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기 시작했다.

 

"그걸 고쳐서 뭐하려고? 그것도 두 개 씩이나."
"여행중에 필요하니까."
"음...... 칼이 있잖아. 그것도 꽤 쓸만해 보이던데."
"이건 폼이야. 총이 훨씬 더 위협적이지. 빠르고."
"그야 그렇지. 근데 그걸 어디서 났나?"
"그건 왜 묻지?"
"하하. 뻔하지 뭐. 나야 장사꾼 아닌가? 그런 물건을 더 구할 수 있다면 왕창 벌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을텐데."
"이젠 없어."
"잉? 왜?"
"사막에서 망가진 트럭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 있더군. 좀 쓰다가 바로 고장나길레 고쳐보려고 가져온 거야."
"지금 어딨나?"

 

뒤통수를 툭 치면 침을 주르르 흘릴것이 분명하다.

 

"입구에서 군인에게 맡겼지. 들고는 못들어간다고 해서."
"저런~"

 

스캇이 몹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등받이에 털썩 몸을 기댔다.
그 바람에 뒤에 서 있던 메를린이 쟁반을 부딪히며 잔을 쏟을 뻔 했다.

 

"조심해."
"뭐야..... 당신이 조심해야지."
"머리만 커가지고...."
"하하하하. 어디 머리만 큰가......."

 

스캇이 접시와 컵을 내려놓는 그녀의 엉덩이를 스윽 만졌다.
그러자 번개와도 같은 그녀의 손바닥이 스캇의 뺨에서 작렬했다.
몇 사람이 그걸 보고 박수를 치고 있다.

 

"손목을 잘라버리던지 해야지 원~"
"하하하하. 어디를 잘라도 좋으니 제발 그곳만은....... 푸하하하."
"......."

 

얼굴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났다.
꽤 아플텐데 뭐가 그리 좋은지 껄껄대고 있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아파서 그런 것인지 너무 웃다가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4골드에요."

 

메를린이 가격을 말하자 스캇이 얼른 작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거기서 작고 반짝이는 알갱이 4개를 꺼내서 건네주었다.

 

"언제나 비싸~"
"그럼 딴 데 가던가."
"그게 돈인가?"

 

궁금한 스파키가 묻자 스캇의 표정이 신기한 것을 쳐다보는 것처럼 변했다.

 

"자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
"이게 이곳에서의 돈이지. 이곳은 도시 이름답게 복잡한 기계들을 많이 만든다구. 그리고 아까 본 군인들을 메카솔져라고 하는데 그놈들의 뇌는 아주 정교한 회로지. 그런걸 만들려면 금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드만. 그래서 이곳에서는 이런 작은 금덩어리가 돈의 역할을 하는거야."

 

스파키가 고개를 끄떡거리는 사이 메를린이 가버리자 스캇은 얼굴을 문지르는 척 하더니 품에서 유리병을 꺼내서는 앞에 놓인 잔에 내용물을 조금 따랐다.
옅은 갈색 액체였는데 스파키는 그 병에 붙어있는 라벨을 보고는 눈이 커졌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심장이 조금 뛰었다가 가라앉았다.
그 병은 술병이었다.
그것도 스파키가 이 대호 소령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 동료들과 자주 마시던 위스키와 똑같은 것이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