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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국토 가로지르기

alexdodo |2007.11.20 15:17
조회 653 |추천 0

사진 / 먼 길을 달려온 자전거도 지쳐 쉬고 있네.


말을 갈아타고 상주에서 부산으로 점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본 적이 있는가.
옷이 몸에 크거나 작으면 꼭 얻어 입은 것 같고 남 보기에도 민망하지만
우선 내 몸이 불편하다.
문경에 도착할 즈음 여기 저기 ‘증상’ 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팔이 아프더니 어깨가 아프고 나중에는 목이 뻣뻣해졌다. 목 통증은
중추를 타고 내려와 허리에 이르렀다. 오후 들어서 통증은 절정에 달한다.
피로에서 오는 증상이려니 싶었지만 아무래도 자전거가 원인인 듯 해
나는 병원이 아닌 바이크샵을 수소문해 ‘정밀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금방 밝혀졌다. ‘자전거가 너무 크다’ 는 진단이다.
핸들 중심부와 의자 중심부까지의 거리가 길어 안장을 낮추면 거리를
좁힐 수 있지만 안장을 낮추면 다리가 곧게 펴지지 않아 페달링할 때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려워진다.
핸들과 의자까지의 거리가 길면 상체를 앞쪽으로 구부리게 되고 그럴수록
체중이 앞으로 쏠려 팔이 아프고. 상체를 앞으로 구부릴 때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고개를 들게 되므로 목이 아프고 하중을 받는 허리까지 통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손바닥을 손잡이에서 떼고 손가락을 세워 손잡이를
잡고서야 힘이 덜 들었던 터였다.
한두 시간이나 두세 시간을 탔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증상이었다.
그렇다고 자전거를 옷처럼 수선할 수도 없고 장고 끝에 결국 말을 바꿔 타기로
결정했다.
바꾼 말은 16inch 메리다. 산악용이지만 도로용으로 더 적합한 납작한
마름모꼴의 프레임을 가졌다.
바닥에서 전해온 진동은 타이어--튜브--스포크--차체--의자로 전달되는데
메리다의 차체는 단거리보다는 장거리 라이딩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앞샥(포크)도 부드럽게 작동한다. 부드러운 앞샥은 특히 갓길을 주행할 때
작은 돌이나 떨어진 볼트너트 등을 밟고 지날 때 손으로 전달되는 진동을
줄여주기에 훌륭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단지 2.2inch 타이어가 마음에 걸렸지만 도로용으로 적합하고 마찰력이 적은
좁은 타이어로 바꾸고 빼두었다가 겨울에 단거리용으로 쓰면 되리라 생각
했다.  
브레이크는 유압디스크 브레이크.
림브레이크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자동차 문짝과 충돌할 뻔한 적이 있는데
며칠 후 내 바로 앞에서 우회전하던 자동차가 급정거했을 때 디스크브레이크는
확실한 제동능력을 보여주었다.

다리길이에 맞도록 의자를 셋팅하고 핸들 중심부와 의자 중심부도 몸에
맞도록 셋팅했다. 손잡이도 넓고 탄력있는 소재로 교체하고 몸무게에 맞게
타이어 압력을 조절한 후 시운전을 해보니 몸에 착 달라붙는다. 비로소 옷이
몸에 맞은 것이다.
몸에 맞는 자전거라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아니, 사실 우리가 언제부터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탔는가. 그저 고물 자전거라도 한 대 있었으면 신나는 일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번 경험으로 자전거는 성장기 때부터 몸에 맞는 자전거를 타게
해야 체격이 고르게 발달하고 바르게 성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청소년기에 몸이 자랄 때마다 자전거를 바꿔준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을 바꿔 타고 상주에 도착할 즈음 주남저수지에서는 언제 도착하느냐고
연신 성화다. 주남저수지 철새 축제 때 두루미 그림 그려주기 퍼포먼스가
예정되어서다. 축제가 시작된 지 이틀이나 지났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상주에서부터

여행을 계속하기로 작정하고 나는 일정을 앞당겨 상주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 안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티켓팅을 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화살처럼 몰려와 꽂힌다. 자전거와 함께 버스를 타려는 게 생경한 모양이다.
울긋불긋한 복장에 자전거라니 나 역시 생경하긴 마찬가지,
창원행 버스는 없대서 부산행 티켓을 끊고 기다리는데 닭꼬치 냄새에 갑자기
허기가 진다.
알 게 뭐람, 닭꼬치 한 개와 커피 한 잔으로 허기를 면한다.  

자전거를 버스 하단 짐 싣는 트렁크에 집어넣고 상주에서 부산까지 점프,
다음날은 자전거를 타고 주남저수지로 향하는 길에 김해 챔피언 바이크에서
타이어를 1.75inch 로 교체했다. 타이어를 교체하고 나니 평지 속도가 18km에서
23km로 올랐다.  
드디어 창원 주남저수지에 입성, 주남저수지 제 1회 철새축제는 말마따나
‘대박’ 이었다. 영상관, 탐조장비관, 철새관, 사진전시 등등 처음 열리는 축제로는
대단히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주남 지킴이 여러분도 유니폼을 입고 안내에 열중이다. 원근각지에서
알만한 분들이 많이 오셔서 자원봉사 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특히 제주도의 조류사진가 강창완 님 내외도 오셔서 축제가 끝나는 날까지
애쓰셨다.
첫날은 윤무부 국민새박사님과 나란히 앉아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질문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모여든 사람들에게 새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한다.
다음날은 2008년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아나다 티에가(Anada Tiega. 니제르)
람사르 사무총장이 주남저수지를 방문해 그 자리에서 두루미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 (가족이 모두 다섯 이라고 하여 다섯 마리의 활짝 날개를 편 두루미를
그렸다.)

주남저수지에서의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여독을 풀기도 전에 나는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찾아온 고니를 보러 나섰다.
열흘 전 250 마리였던 고니가 1,000 마리쯤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일주일
후면 지난해처럼 3,000 마리 이상의 고니가 을숙도 너른 개펄을 하얗게
수놓을 것이다.
특히 100 여 마리의 고니들은 사람을 피하기보다 되레 50m 까지 접근했는데
아마도 러시아 호수에서 살 때 사람들에게 먹이를 얻어먹던 녀석들이 아닐까
짐작되었다.

내일은 행사 내내 수고했던 주남 지킴이 몇 분과 자동차로 철원에 다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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