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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담배란 어떤 의미인가요?

골룸 |2003.07.30 11:05
조회 864 |추천 0

  2003/07/30  

네이트닷컴 게시판지기가 드리는

당신에게 담배란 어떤 의미인가요?

담배값을 둘러싸고 난리입니다. 담배값을 올리면 금연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와 왜 하필 값을 올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반박의 충돌인데, 마치 초등학교때 남자 대 여자로 말싸움하는 것처럼 진부하고 짜증나는 논쟁입니다. 그래서 흡연자의 한 사람으로서 담배란게 대체 나에게 뭔가 하는 생각을 해본겁니다. - 객원지기 골룸

 

 

(매주 수요일은 객원지기 골룸님의 한마디로 꾸며집니다. 매주 수요일을 기대해주세요~)

 

 골룸의 한마디..

 

제가 처음으로 담배필터와의 키스를 경험한것은 9살때입니다.
거북선이니 환희니 썬이니 하는 담배들, 심부름만 했지 감히 입에 대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시절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외삼촌께서 피우시던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지셨는데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저는 창밖으로 몰래 나가 꽁초를 주워 입에 살짝 대고 빨아봤던 것입니다. 그 입안 가득한 구수한 향내라니... 물론 그때야 연기를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담배, 피울만하구나..

 

처음으로 나를 위한 담배를 구입했던건 17살때입니다.

왠지 어른들이 담배와 라이터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장미 담배와 가스라이터를 하나 구입했죠. 그리고 혼자있는 시간마다 한 가치씩 꺼내 불을 붙여 멋지게 연기를 뿜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공상으로 안내하는 멋진 도우미였던 셈이지요.

그런 저에게 담배연기의 깊은맛(?)을 일깨워준건 당시 잘나가는 친구녀석이었습니다. 녀석이 시키는대로 연기를 깊이 들이켰던 순간은 정말 아찔하고 당혹스럽더군요.

아무튼 그때부터 담배와 저는 허물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응아할때, 운전면허시험 차례를 기다릴 때, 실연하고 쓴 눈물을 삼킬때,
첫경험을 하고 났을때, 군대 화장실에서 엄마생각할때, 면접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릴때 등 나의 모든 결정적인 순간에 빠짐없이 함께한겁니다.

 

그런 담배가 언제부턴가 서서히 사회의 공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흡연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당연한 것이지요. 다만, 담배피우는 사람들도 얼마간 불편을 감수하면서 장소를 가려가며 담배를 피우는데도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마치 미개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각엔 슬퍼지더군요. 게다가 엊그제 담배를 끊고선 흡연자들을 타박하는 사람을 볼때면 개구리 올챙이적 하는 생각이 다 납니다.

 

언젠가 제 은사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예전에 문학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술이
말술이었고 담배는 골초였다고. 술 한잔 하고자 강에 배를 띄우면 소주 몇십병에
담배 몇십갑을 태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시길 요즘 문인들은 대부분
술이나 담배를 잘 안하는데 그게 언제부턴가 우리 문학에 호방한 대륙적 남성성이
사라진것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비록 지나친 비약이자 궤변일 뿐이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주장 아닌가요?

 

말이 너무 길어졌군요. 아무튼 저에게 담배란 그냥 절친한 친구에 다름 아닙니다.
어깨에 피로라는 이름의 스트레스를 몇 마리씩 업고 사는 요즘의 저로선 우루사보단
담배 한 대가 때론 달콤한 자양분이 되는 것입니다. 며칠전 100인 토론에서 담배값
인상문제로 대판 토론이 벌어졌는데 찬성론자쪽 패널로 나온 기자가 말하기를
왜 스트레스 해소하는데 하필 담배냐, 차라리 맨손체조를 하거나 등산을 하지 하는데
옆에 있으면 몇 대 패주고 싶어지지 뭡니까.

 

당신에게 담배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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