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에게 내 하소연 하는거 무척 싫어해서 님들께 여쭙니다.
남편은 회사원이고 차분하고 성실한 성격입니다.
결혼후 직장을 다니면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번에 박사학위도 받게 되었습니다.
골프도 수준급이고 테니스, 수영도 잘하고, 스키, 보드도 즐기고, 축구 동호회에서 활동도 하죠.
고향친구 모임, 고등학교 모임, 대학 과모임, 대학 동아리 모임, ROTC모임, 회사동기 모임.....
수없는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고, 그사람들 결혼, 돌잔치, 상가집 등등등
다들 제 남편이 멋지다고 하네요. 직장다니면서 공대쪽 박사학위까지 받는다고 대단하다고..
좋겠다고... 정말 제가 좋을까요?
전 4년 전까지 외국계 은행에서 연봉 5천정도 받는 잘나가는 커리어우먼 이였죠.
은행다니면서, 아이 키우면서 남편 석사시키기 참 힘들더군요. 그래도 열심히 하는 남편 장하다 생
각했죠. 석사를 받은 후엔 기술사 공부하러 주말마다 노량진으로 가더군요. (참고로 여긴 충청도예
요) 결국 기술사는 못땄어요.
전 퇴근이 늦었고 남편은 일찍 퇴근을 했어요. 남편이 퇴근후 시댁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집에서 저를 기다려 주면 좋은데 그런적 별로 없었어요. 제가 퇴근할때까지 골프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내더군요. 당연 아이는 내내 시댁에 있다가 주말에만 데리고 왔구요.
그러다 저와 아무상의도 없이 박사를 시작했어요. 등록금 달라고 얘기 할때 첨 알았네요.
둘째 아이가 생기고, 시부모님께서도 더이상 아이를 봐주실 수가 없다 하셔서 아쉽지만 은행을
그만뒀어요. 시부모님과 남편은 입주 아주머니를 두고 직장을 다니라고 했지만, 제 일 특성상
일을 하면서 두아이에게 사랑을 주긴 무리였죠. 더군다나 남편은 박사과정 시작했는데..
남편의 왕성한 사회 활동은 계속됐고, 나와 아이들 집안일에는 무관심 또 무관심
친정의 각종 행사에는 당연히 빠지는 걸로 알고.
소파 팔걸이위에, 런닝머신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옷, 거실 바닥에 내팽겨쳐진 뒤집어진 양말.
첨엔 치워주었죠. 보기가 안좋으니깐. 근데 하도 짜증나서 며칠 둬 봤더니 남편 옷장은 텅텅비고
온 집안 의자란 의자엔 온통 옷이네요. 옷 뿐이겠어요. 일일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가지가지 밉상이
네요. 집밖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오니깐 집에오면 자기 옷 정리하는 거, 저와 아이들에게
살갑게 말한마디 하는게 귀찮고 힘들겠죠.박사 끝낼때 까지만 참자참자 하며 꾹꾹 참아왔어요.
그래도 박사학위 받고 나면 적어도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겠지. 근데 이제 영어공부 시작
할거랍니다.
저더러 답답하게 자기만 바라보고 있지말고 네비게이션 사서 주말에 아이들이랑 놀러 다니랍니다.
결혼후 남편의 생활은 별로 달라진게 없는데 아니 더 편해 졌는데
제 생활은 어쩌면 이렇게도 변했을까요.
남편은 자기 칫솔이 오래되서 옆으로 벌어지고 누렇게 변해도 그거 하나 바꿀 줄 모릅니다.
욕실 서랍을 열면 새 칫솔이 천지인데도 그거하나 꺼낼 줄 모릅니다. 매번 제가 바꿔준게 버릇이
된게지요. 어제는 그걸로 제가 한소리 했더니 집구석에 있으면서 남편한테 그런 것도 못해 주냐고
그러네요. 저도 은행 그만두고 과외 몇 개 하고 있습니다. 많이는 못 벌어도 큰아이 학원비랑 작은
아이 어린이집 원비는 벌어요.
참 우울하네요. 제게 관심하나 없는 남편의 칫솔이나 챙겨주려고 사는 사람인가.
한평생 이사람과 살 생각을 하니 정말 울화통이 터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