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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결혼은싫어 |2007.12.29 20:39
조회 675 |추천 0

톡님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좀 길지만, 현명한 의견 부탁드릴께요..

남친과 2년째, 참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집은 따로 있지만, 남친 집에서 생활한지는 어언 1년 되었네요.
지금 사는 모양새..동거지요. 우리 둘이 좋다고 해도 남들 알면 다 욕하는 동거입니다..ㅡㅡ
 
남친 어머님은 둘이 같이 사는 걸 아셨을 때 오히려 반가와하신 듯합니다.
(10분 거리에 따로 사십니다.)
같이 지내면서 사람 사는 모양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챙기고 잔소리하다 결국 포기하시고, 이 사람이 어쩔 수 없는 부분(빨래 같은)만 도와주시는 상황이었고, 저희가 나이도 있고,(둘다 30대 중반 넘었음), 제가 어디 가서 빠질 조건도 아니구요.

저 여기 와서 집 페인트칠 직접 다하고, 방 두 개에 정신 하나 없이 마구잡이로 쌓여있던
이런저런 살림들 다 정리했구요,
피자, 치킨 라면으로 살던 사람인데, 집에서 제대로 만들어 먹입니다.(제가 요리가 좀 돼요).
이 사람, 게임폐인이었는데, 지금은 다 접었습니다.
대신 제와 함께 책도 보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살림도 열심히 도와줍니다.
그게 취미가 되었다고 합니다.
청소나 설거지는 저 힘들다고 이제 도맡아 하고, 어쩌다 제가 하면 오히려 미안해 합니다.
처음엔 이렇게 사람이 바뀔 줄 몰랐는데, 지금은 딱 여자들이 말하는 천상 좋은 남편감입니다.
감사할 따름이지요.

문제는..
결혼입니다.
결혼은 정말 하기가 싫네요.
 
저는 지금 이 사람과 같이 이렇게 사는 게 참 좋습니다.
함께 있지만, 서로 독립적인 모습으로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거 격려해주고,
성실하게 서로만을 바라보고,
배려하고, 배려받고,
장래를 위해 함께 투자하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챙기고 싶을 때 챙기고,
그 모든 게 너무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런 말 있지 않나요. 결혼이란 건 부부 두 사람의 침대에 6명이 눕는 거라는..
네,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까지 다 하면 6명이 되는 거죠.

지금이야 서로 가족 따로 챙길 거 챙기고, 그러다 서로 말 한마디라도 배려하면
그게 고마운 상황인데, 결혼하면 그게 그럴까요....
고마워했던 일은 해야 당연한 일이 되고,
이전엔 기대 안했던 것도 당연히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욕이나 먹기 십상이겠죠.
 
저희 집은 별로 걱정이 안 되는데, 남친 쪽은 그게 아닐 거 같습니다.
남친이 나 요리하느라 고생한다고 씽크대와 냉장고를 바꿔 주었는데,
남친 어머님이 그걸 왜 네가 샀냐고 하셨답니다. ㅜㅜ
 
또 결혼하라고 자꾸 말씀을 하셨는데 저희가 반응이 없자,
남친에게 다른 사람하고 선보라고 강력히 말씀하신 적도 있구요.
결혼얘기가 부담이 되서 생각 좀 해보자고 제 집으로 두어번 돌아갔었습니다.
현재로서는 남친도 결혼 얘기는 꾹 참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결혼 뒤라면이야 귀찮게 하실 일 없지만,
저희 집에서 지금 제 남편감으로서 남친 보면, 결혼은 당연히 반대하실 상황입니다.
남친 직업이 나이드신 분들이 남자직업으로 믿음직하게 볼만한 직업이 아닙니다.
또 지금 몸이 좀 안 좋아요. 키가 커서 좀 커버는 되지만, 누가 봐도 8개월....ㅜㅜ
저야 이사람 마음 보고 있으니, 별로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가끔 우리 부모님이 저 배를 보신다면..하고 생각하면 귀에 선합니다.
“자기관리도 못하는 사람이니 더 볼 것 없다.”

전 남친이 좋습니다. 이 사람과 있으면 편안하고, 든든합니다.
제가 좋은 여자라는 것, 좋은 사람이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결혼..머리가 지끈 거립니다.
제가 남친에게 물었습니다. 결혼해도 지금처럼 살게 해줄 수 있냐구요. 남친 확답 못했습니다.

결혼이라는 이름 안에서 흔히들 며느리, 아내 라는 이름으로 해야만 하는 뭔가를
그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중의 많은 부분이 남친의 어머님을 모시는 것과 관련이 있구요.
 
제가 내켜서 하면 기쁜 일이겠지만, 해야만 해서 한다면 글쎄요..행복할까요...
결혼 자체도 그렇고, 결혼 이후의 일들도요..

남친 어머님께서 새해 첫 예배를 저도 함께 가자고 하셨답니다.
저희 결혼할 때까지 아침 금식 중이라고 가끔씩 상기시켜 주시구요.(두어달 전 선언하셨어요.)
제 주장을 하면서 버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을 안 하려면 이제 헤어지는 수 밖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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