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현재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얼마전에 당한 일 때문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올리는 의도는 저 같은 피해자를 방지하고 외국에 체류하시는
재외 대한민국 국민들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의 안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는 것을 미리 서두에서 밝힙니다.
며칠 전의 일입니다.
2007년 12월 24일 월요일 크리스마스이브 날 저녁이었습니다.
저녁 11시경 시내(아드리아띠꼬거리 말라떼)에서 볼일을 보고 숙소로 가고 있었습니다.
메트로마닐라(필리핀의 수도) 소재 마닐라시티 하리손플라자앞을 지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여러명이 목과 팔 그리고 온몸을 제압하며
마이프렌드
(필리핀 경찰들과 불량배 및 거지들이 그 특이한 눈빛[눈썹을 치켜들며]으로 외국인들에게
삥 뜯을때 그리고 구걸할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오마이 프렌드 으~응,,,
아임 헝그리 마이 프렌드라고 합니다.)
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소름이 끼치더군요.
순간 몸은 움직일 수가 없이 순식간에 그놈들에게 제압이 되어버렸고
이게 말로만 듣던 강도라는 것을 직감하고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뿐이였습니다.
앞에서 나타나서 위협했었다면 있는것 그냥 다 주고 왔을것입니다.
제가 외국인이고 혼자서 걸어 가는것을 보고 가방 및 핸드폰 등을 뺏기위해 따라왔나봅니다.
예전에 들은 얘기입니다.
강도에게 왜 강도짓을 했냐고 물으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위해 강도짓을 했답니다.
이놈들 외국인이라면 무조건 돈으로만 보고 달려드니 참 단순합니다.
아무튼 소리를 지르면서 놈들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습니다.
순간 팔에서는 전기 충격기에 맞은 듯한 찌릿하고 뜨끔한 느낌이 들었고 상처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일단 뛰었습니다.
한참을 헬프미!!!! 헬프미!!! 악을 쓰며 뛰고 또 뛰다가 지쳐서 뒤돌아보니
놈들이 따라오는 기미가 없었고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이내 팔에서는 아픔이 밀려왔고 왼쪽과 오른쪽 두군데 쇠꼬챙이에 찔려 구멍이 난 채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습니다.
팔에서는 피가 계속 흘렸고 너무나 아프고 서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리를 너무나 질러대서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가 않더군요.
객지에서 이런 일을 당하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서러운지 순진하게 매스컴에서 배운대로
일단은 대사관에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더군요.
땅바닥에 주저앉다 피범벅이 된 손으로 핸드폰을 눌러 댔습니다.
입력이 되어있던 대사관에 전화를 하기위해 여러차례 시도를 했습니다.
업무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연락이 안되더군요.
이곳저곳 알고 있는 관공서에 전화를 했고 비상시 연락하려고 수첩에 적어놨던
한국의 방송국 전화번호로도 이곳 저것으로 시도를 해봤지만 업무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그 어느 곳도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라 그런지 콜렉트 콜조차도 연결이 안되더군요.
순간 두렵웠고 앞이 깜깜하더군요. 그러고 서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필리핀 현지 한국대사관 02)811-8260으로 전화를 했을 때 나왔던 안내방송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주필리핀대한민국 대사관입니다.
통화를 원하시는 직원의 내선번호를 알고 계시면 지금 눌러 주십시오.
영사교민안내 업무를 원하시면 1번 대사관 업무를 원하시면 2번을 눌러 주십시오.
그 어디에도 비상시 연락을 하라는 멘트는 하나도 없었고 자동연결기능 조차도 없더군요.
참 기가차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당황스러웠습니다.
당연히 대사관에서 도움을 받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런일이 처음이라... 말로만 듣던일이 생기다니...
서러워서 절규하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헬프 미... 플리즈 헬프 미... 아!!!!!!!!
지나가던 필리핀 현지인들은 못 본체 그냥 지나갑니다.
그놈들이 주위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공포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다니...
일단은 정신을 차리고 쇠꼬챙이에 찔려 피가 철철 흐르는 팔을 치켜들고
큰길로 나가서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인근 병원으로 갔서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쇠꼬챙이에 두 군데가 찔렸고 한군데는 심하게 찔려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의사가 이정도 다친 게 다행이랍니다. 운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이때 신고를 받고 온 현지경찰은 사건현장이 자기네 관할이 아니라고 그냥 가버렸습니다.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담당구역경찰에게 연락이나 인수인계도 하지않고 가버렸습니다.
처음부터 현지경찰에게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어이가 없더군요.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참 어이가 없고 화가 났습니다.
알고 있던 것은 대사관은 일반전화번호 밖에 없었고
전화를 했더니 자동응답기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줄수 없는 멘트만 나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 같은 사고로 또다른 피해자가 생긴다면,,,
그리고 영어나 현지어를 할줄 모르는 노약자나 어린이들이 이런일을 당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더군요.
다음번에 이런일이 또 반복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숙소로 갈까 하다가 지인의 집으로 가서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연말연시에 해마다 마닐라에서는 각종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데
저같이 도움을 받고 싶은데 연락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곳저곳 연락처를 뒤졌습니다.
좀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일단, 인터넷에서 전화번호들을 찾아서 전화를 했지만 밤늦은 시간이라 연락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연결된 곳이 모 시청입니다.
현지시간 01:20AM 최모 당직자가 전화를 받았고 상황을 설명을 했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쪽에서 제 연락처를 물어봤고 조금 있다가 연락이 와서 도청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고맙더군요.
두 번째 모신문사에 전화를 했고 01:38AM 김모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일단 상황설명을 장황하게 하고 도움을 요청 했습니다.
현지에서 도움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했습니다.
어떡해야 합니까? 여직원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자기네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일단은 기자에서 보고를 하고 차후 기자가 판단해 기사거리로
채택이 된다면 취재를 하겠단다.
참 현실적인 대답이였습니다.
외국에서 사고를 당하면 언론사에 연락을 해야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어디선가에서
봤었는데 잘못 봤나봅니다.
세 번째 또 다른 신문사 01:40AM 누군가가 받았고 담당부서로 연결시켜준다고 했는데
한동안 연결음만 들리더니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진짜 실망입니다.
네 번째 01:55AM 외교통상부에 전화를 했습니다.
상황설명을 하니 여자분이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셨고 이런 경우 야간 당직 영사가 있으니
그쪽으로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 연락번호를 물어왔고 02:07AM경에 0917-851-6142에서 당직영사라는 분한테 핸드폰으로
직접 연락이 왔습니다.
사고에 대한 모든 상황설명을 했습니다.
저 너무나 아픈데 어떻게 했으면 합니까?라고 물었다.
당당직원이 하는 말이 치료도 하고 하셨는데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냐고 되려 내게 물었다.
조금 실망이었다. 인제 기댈 곳이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분이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다니... 순간 할말이 없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외국에서 이러한 불이익을 당했는데 적어도 “거기 어디입니까?
많이 다치지는 않았습니까?
지금 당장 갈테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정도는 얘기해 주실 줄 알았다고 반론을 했다.
너무나 서운했다. 남이라도 그렇게 얘기 못할것이다.
그때사 자기는 당직이지 담당영사가 아닌데 원한다면 담당영사한테 연락을 해서
지금이라도 조사를 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대사관쪽에서 와봤자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됐다고 했다.
다음날 내가 잠들어 있던 아침 현지시각 8시에서 9 시 사이에 3~4번의 부재중 전화가
왔었던것이 다였다. 이후 연락은 없었다.
그 다음날에도 연락이 없었다. 연락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정리를 하자면 그 시각 밤늦게 위험하게 혼자 다닌 것이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사람일이라는게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 현지의 사정이고
누구에게나 일어 날수도 있고 그동안 실제로도 일어 났었던 일들입니다.
잘하고 잘못한 것을 떠나 이런 경우 대사관에서는 현지에 있는 재외국민들은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에대한 보다 현실적인 대처나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재차 외교통상부에 전화를 하여 건의를 했습니다.
한참을 입에 침이 말라가며 설명을 했는데 전화를 받으시고 들어 주신분은 경비원이었다.
신신당부를 했다. 확인할테니 꼭 담당직원에게 내용을 전달해 주십시요!
제가 요구했던 내용은 업무시간이 끝난 뒤 자동응답기의 안내멘트를 조금더 현실적인 내용으로
바꾸시던지 아니면 아예 당직근무자의 번호를 넣어주시거나 당직영사에게 연결이
바로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었고 12월27일 야간에 다시 확인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바뀌었더군요.
안녕하십니까?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입니다.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니오니 긴급한 용무가 있으신 분은 비상전화
0917-817-5703으로 연락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신경을 써 주신 외교통상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약간 아쉬움이 남는것이 있다면
이런 일들이 처음 일어난 것도 아닌데 제가 사고당할 당시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었냐는 것입니다.
대사관에서 직접 나오셔서 도와주셨으면 얼마나 안심이 되고 든든했을까요.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언론사의 당직근무자들 기사거리가 되지 않으면 도와주실 수 없나요?
절박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전화 했습니다.
우리도 독자의 한 사람이고 인터넷으도 신문 봅니다. 많이 서운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외국민이나 한국인 관광객들의 안전에 조금 더 신경 써 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에게 제 얘기는 남의 일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일이 될수도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외국에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우리나라가 조금 더 잘살고 강대국이였다면,,, 아닙니다.
강대국이 아니더라도 자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싸워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 방송에서 본 것 같습니다.
재한필리핀대사관의 직원이 자국의 근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곳이 있으면
언제 어느 곳이든 달려가 대변해 주고 싸움닭처럼 싸워 주는 것을 보며 감동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비단, 재외국민보호 서비스는 국력에 비례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재외공관에 근무하시는 분들 조금만 더 자국민들의 보호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해 주신다면 현지경찰이 관할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가버리지는 않았겠지요.
외국에서 국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고 노력하시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쇠꼬챙이에 찔려 피를 질질 흘리며 순진하게 대한민국 대사관의 전화번호만 계속 눌러댔던
절박했던 그 상황을 조금만 이해를,,, 그리고 배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순간 저는 이렇게 외쳐 댔습니다... 도와주세요... 저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지금도 아픈팔은 움켜쥐며 이렇게 타자를 치고 있습니다.
외국 여행시 비상시 현지에서 연락할수 있는 비상 연락처를 필히 준비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