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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첨 파마했는데...

막내 |2003.08.06 01:38
조회 338 |추천 0

저녁 나절에야 갑자기, 불현듯, 오늘은 파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일, 그동안 수차례를 고심하고 고심하던 일, 하려다가도 막상 겁이 나서 못하던 일...
그런데 왠일인지, 오늘은 그냥 꼭 해야겠다는 결단이 서버린 거다.
한가지 문제라면, 내가 집을 나서려는 찰나,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는 것..
사실 그동안 막상 파마를 하려면 비가 내리는 통에, 더 망설였었다. 비오는 날은 파마가 잘 안 나온다나 머라나 하는 얘기는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오늘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넘치는 의욕과 어떤 운명과도 같은 필을 받고, 전에 점찍었던 미용실로 향했다.
그러나...일은 그다지 순조롭지 못했다.
나에게 잘 해주겠노라고 신신당부했던 선생 쉬는 날이 바로 오늘일 줄이야.. 그러면 그렇지...내가 머 한가지 쉽게 풀리는 일이 있어야지..
난생 첨 파마한번 말아보겠다는데, 늘 하는 일이 이렇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순간 '하늘이 나를 말리나..'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내친 김에 그냥 아무 선생에게나 하기로 했다.
남자 선생이 좀 자상하게 설명해주려는 성의를 보여, 이 선생이면 먼가 되겠다 싶었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이거 저거 과감하게 물어보고, 비교해보고, 소견도 피력해 보고, 심지어..의심도 해봤지만..결국..그냥 그 선생이 권하는 대로 다 했다.
세시간 째.. 잡지 책을 뒤적거리고 있으려니, 드뎌 머리를 풀기 시작한다.
뜨...아....풀긴 풀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머리를 감아봐야 알겠다.
감았다. . . 근데, 감았는데도 잘 모르겠다.
일단 말려봐야 알겠다.
말렸다. 근데..
보면 볼수록 우리 엄마 파마랑 비슷하다.
설마...스타일링을 해 봐야 알겠다.
머리에 바를거 다 바르고 정리하는 분위기다.
선생 왈, "너무 강하게 컬을 하면 적응 안되실까봐, 좀 굵게 말았어요"
그래..굵긴 굵은 거 같다.
그치만 왠지...
앞머리는 '로망스'의 김하늘이요, 뒷머리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니...
이것이 과연 '베이비펌'이 맞는 것인가...
사진에서 볼 때는 다빈치의 벽화에 나오는 아기천사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던데, 거울 속에서 왜 자꾸 나는 우리 엄마를 발견하는 건지...
그래, 얼굴이 안 받쳐주는 내 자신을 탓할 수 밖에...

그래도 나는 미장원 문을 나서면서, '머리감으면 컬이 더 탱탱해져요', '스타일링하기 나름이죠'라는 선생의 말을 상기시키며 아직 절망할 때는 아니다라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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