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로써 많이 미숙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운것 같다.
아마도 내 마음은 부모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무턱대고 아이를 가져 참 많이 학대를 했었다.
내 기분에 맞지 않는다고..또 내 몸을 귀찮게 한다고..나를 괴롭힌다고..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이란 원래 그런것이다..내 구미에 맞게 완전히 셋팅되어 나오는게 아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땐 자기 희생이 뒤 따르는것이었는데 그걸 머리론 알면서도 가슴으론 잘 받아 들이질
못했던것 같다..
마음 편하게 화장실 한 번 못 가게 하는 아들..밥 한번 제대로 편하게 먹지 못하게 하는 아들..
어쩌다 라면이나 짜장면이 먹고 싶어도 퉁퉁 불어 두께가 두배는 넘어버린 면을 결국엔 먹게 만드는
아들...
어쩌면 부모의 희생을 당연한듯 받아 온 내가..그것을 내리사랑으로 주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늘 받는
것에 익숙해 있던 내가 갑자기 한없이 양보하고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당혹해 하고 또 많이 서툴렀던것
같다..
그런데 이제 여섯살이 된 우리 아들에게 소리 지르고 윽박 지르기 보다는 인격체로 대하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많이 변했다.
결국 문제는 아이에게 있는것이 아니라 나한테 있었던것 이다.
아이의 성가심을 참아낼 정도로 인내심이 없고 아이를 한 인격체로 대해주기엔 내 인격이 부족했던것
이다.
그런데 아이를 인격체로 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가 놀랍게 변모했다.
"네방은 네가 청소해야지!! 제발 이렇게 장난감을 좀 어질러 놓지마..엄마가 방금 힘들게 청소 하는거 너 못 봤니?"
"응, 못봤다"
"너 저번에 사준 장난감은 어쩌고 또 사달라는거니? 그렇게 물건을 함부로 다루면 엄마가 너 사달라는대로 계속 사줄것 같어? 넌 양심이 있는거야?"
"아니"
"밥 한자리에 앉아 먹어야지.자꾸 왔다갔다가 하면서 먹으니깐 자꾸 밥알을 흘리잖아..어휴~~ 너 땜에 못 살겠다. 똑바로 안 앉을래?!!"
"안 앉을래"
윽박지르는 말에 얄밉게 대답하는 아들이 또 미워 머리통을 꽝꽝 쥐어 박기 일쑤였는데 조금 더 인내심
을 가지고 친구에게 대하듯 해 보았다..
친구가 나를 귀찮게 하거나 눈에 거슬리게 한다고 해서 "너 왜 그러니 어쩌고 저쩌고.."
하진 않는다..
그래서 말하는 방법을 달리 인내심을 가지고 부드럽게 말해 보았다.
"엄마 비디오 빌려줘" 하면 "비디오는 또 무슨 비디오야 하루종일 티비만 보면서"
하던것을
내가 좀 귀찮더라도 아이의 요구를 그렇게 일방적으로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아이에게도 엄연한 자기
욕구가 있고 또 엄마는 그걸 존중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싶은 마음으로
"비디오가 보고 싶어?"
"응"
"그래, 그럼 비디오 빌리러 가자. 그런데 비디오 빌리러 가기전에 네 장난감 좀 치워 놓고 가면 어떨까?"
"아이~ 귀찮은데.."
"하지만 엄마도 비디오 빌리러 가는게 귀찮지만 네가 부탁하니깐 귀찮아도 가는거야. 대신 오면서 과자도 사와선 엄마랑 같이 먹자..복잡한것 보단 좀 정리 되어 있는 편이 비디오 보기도 더 좋지 않을까?"
"그럼..할 수 없지..."
이렇게 장난감 정리를 시작한 아들이 이제는 내가 청소할때 자기방 청소는 자기 일로 알고 한다..
엄마가 칭찬을 해 주니 아이가 칭찬속에서 놀랍게 변모하는 모습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이것 저것 사달라는 욕구를 용돈을 주면서 스스로 채우게 만들었다..
"네가 네 방 청소를 잘 하면 매일 엄마가 100원씩 줄께. 그걸 모아서 네가 사고 싶은걸 사"
"야이!! 신난다!!!"
100원이 얼만줄도 잘 모르면서 그렇게 좋아라 하는 아들을 보니 너무 귀엽다.
아들에게 100원이란 뽑기 기계에서 손톱만한 디지몬 캐릭터를 하나 뽑을 수 있는 돈이다..
그전엔 할아버지 할머니를 봐도 엉뚱한 소리나 하고 ..이리 오라고 하면 저리가고..저리 가라고 하면 이리 오고..영 청개구리 같이 굴던 애가..청소를 시작으로 자기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칭찬해 주고..
하니깐 ..태도가 달라져 영 귀엽게 군다..
할아버지 어깨에 안마도 토닥 토닥..그 고사리 같은 손으로..할아버지가 귀여워 하며 뭘 사주고 싶어 하시는걸 말리고 대신 100원만 주십사 했다..
물건을 어렵게 사야 귀한걸 알거라고 생각해서였다..
아이가 변한게 아니라 내가 달라지니 아이가 달라졌다..
마트에 가서도 끊임없이 카트에 매달리고 장난치고 방향을 이리 저리 돌려 놓는것을 인내심을 가지고 인격적으로 대했다..
"그렇게 하니깐 힘든데...그렇게 안했음 좋겠어"
"그렇게 매달리면 위험하잖니.엄마는 네가 다칠까봐 걱정되는데..?"
이새꺄~~~~~~~ 하지마~~~~~~~~ 소리가 목구멍 까지 올라오는걸 끝까지 참고 좋은 말로 타이르길 수십차례...
무조건 하지말란 말보다 ..
"여기를 좀 잡아줄래? 무거우니깐 좀 같이 밀어줘" 하면서 지 할 몫을 주니 아이는 또 그 말대로 따른다
애나 어른이나..누구나 자기 능력을 보일 수 있는일에 즐거워 한다는걸 느낀다
비록 잡아주는것이 더 성가셨지만 아이를 자존심 상하지 않게 존중해 주면서 제지할려면 나의 성가심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것이 엄마의 몫이라 생각하니..예전처럼 짜증스럽지만은 않다.
"고마워..우리 강아지가 도와줘서 엄마가 카트 미는게 훨씬 수월했네.."
"내가 다음에 또 도와줄께~"
아이가 남편이나..친구와 똑 같은 인격체라고 생각하고 그 뜻을 존중해주고 대하니, 저 애가 그애가 맞나
싶게 변하고 날로 사랑스러워 진다..
아이의 요구에..내 몸이 귀찮다고..혹은 내 뜻에 맞지 않는다고
"안돼!" 하고 딱 잘라 말했던 과거가 미안해진다.
더 노력하는 엄마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