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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하현 14

서연 |2003.08.11 23:28
조회 98 |추천 0

 

14

 

맘좋은 민후오빠 덕택에 무사히 술까지 사서 집으로 귀환.

아저씨가 아무리 유심히 봐도 호홋, 보호자가 있는 나를 어쩔거냐.

더구나 처세좋은 민후오빠 덕에 앞으로도 무사통과는 당근말밥으로 보장받았다.

음화화. 오빠는 역시 나의 구세주야. 아까 날 죽이려고 했던건 재빨리 잊어줄게. ^^

 

술사들고 집에 들어오니 인경년이 의심에 가득찬 눈으로 날 본다.

흥! 나도 하면 한다! 못할줄 알았다, 이거지?

그러면서 날 혼자 보내다니, 너 죽었어.

 

역앞에서 파는 잡채랑 떡볶이는 진짜 맛있다.

민후오빠가 사준 김말이도 넘넘 맛있다.

인경이가 침을 질질 흘리며 젓가락 입에 믈고 애처롭게 쳐다봐서

선심쓰듯 하나 건네줬더니 환장을 한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여기꺼 진짜로 맛있다니까.

 

한잔 두잔 술도 들어감에 따라 아픈 것도 모르겠고

머리도 몽롱한 것이 정말 기분죽인다.

여기에 상현이만 있었어도…

 

다시 마음이 아팠다.

상현이한테 사과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도저히 용기가 안 난다.

상현이의 냉랭한 목소리 듣기가 겁이 난다.

 

뭐, 난 원래 비겁하니까… 조금만 더 있다가.

조금만 더 지나서 화가 풀릴 때쯤에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스스로에게 지독하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남한테 한 건 칼같이 사과를 받아내야 직성이 풀리면서

왜 자신의 잘못은 이토록 잘못했다는 한마디가 힘들까.

잘못한 걸 인정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알면서도 그 한마디를 전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나쁜 자식. 이럴때 집에 있으면 좀 좋아.

그럼 못이기는 체 얼굴보고 같이 술마시고

결국엔 언제 싸웠냐는듯 흐지부지 헤헤 웃을건데.

다 니 잘못이야!

 

상현이 생각을 하다 괜히 열이 받아서

나도 모르게 대여섯번 완샷을 했더니만 아이구야, 머리가 핑 돈다.

그러나 인경인 대작 안 해 주면 화낸다. ㅠ.ㅠ

 

혼자 술마시면 스스로가 불쌍한 기분이 든다나 뭐라나 하는 말도 안 되는 핑계 때문에

내가 피본건 어떻게 배상해 줄거냐고.

빨리 시작해서인지 티비에선 뉴스가 진행중인데

우린 키득키득 서로의 생활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었다.

 

고3이라는 압박감이 대단하긴 한지 인경이는 마냥 푸념이다.

독서실에 있다보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멍해진다나.

좁은 칸 안에서 인형이라도 된 듯 굳어있자니 정말 미칠 노릇이란다.

 

그 기분, 나도 이해한다.

시험기간 며칠만 독서실에 있어도 스스로가 굉장히 한심해지는 느낌인데

고3이라는 1년이 전부다 시험기간인 셈이니 어째 안 그럴까.

 

하루 이틀 지나면 긴장은 어느새 풀리고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혼자 하는 처지인 나로서는 유혹에 지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나서 후회하는 것이다.

후회하고 나면 절대 흐트러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결심을 지키기가 그리 쉽진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할까.

 

그 다음은 당연히 불안이 밀려온다.

하루 공부 안 하고 지나면 그 여파가 일주일은 간다.

괜히 불안해지고 마음이 급해서 실수를 하고 자괴감에 빠져 또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고…

정말로 악순환이다.

그 고리를 끊을 수는 없을까.

 

생각하니 심란해져서 인경이와 난 둘 다 한숨만 푹푹 내쉬며 술잔을 들이켰다.

 

분위기가 다운되었군. -_-;;

주인된 도리로 어떻게 나서 봐야지.

에휴후, 이 한몸 불살라서 오늘밤을 태워볼란다.

 

 

“근데 인경이 너, 요즘 사귀는 사람 있지??”

“메, 메, 메, 메이얏!”

 

오호, 진짜냐.

왠지 사이코랑 자주 통화하길래 짚어본 것 뿐이건만

너, 굉장히 오버다.

나쁜 뇬. 남친이 생겼으면 말을 해야지!

너, 오늘 잘 걸렸다.

 

“사귀기는 뭘? 그런거 없어.”

 

그래? 그 벌개진 얼굴이나 감추고 그런 소리해라.

 

“야, 진짜야. 왜 그렇게 징그러운 눈으로 웃는거야? 아니라니까!”

 

발악을 한다. 쯧쯔.

내가 너 남친 생겼다면 질투할까봐 그러냐?

아무래도 그 대상이 사이코로 낙점되는 이상 오히려 동정하고 싶은 것을.

 

“그래? 아니면 됐고.

난 혹시나 니가 이상한 사이코한테 걸려서

팬티색깔맞추기놀이할까봐 좀 걱정이 되어서 말이지.”

 

오호, 몰랐냐? 눈에서 번쩍번쩍 불이 나오네.

ㅋㅋ, 재밌다. 너 몰랐구나.

맞다. 내가 그날 좀 정신이 없어서 이야기 안해줬구나. ㅋㄱㅋㄷ

아아, 사이코, 그동안 갈아놓은 나의 칼을 받아보시지.

 

“그래? 그 사이코가 어떤 사이콘데?”

 

오오, 나왔다. 인경이의 입헤벌쭉눈얼음.

절대로 안 웃으면서 부드럽게 입만 웃는 최고난이도의 어택!

이때의 인경인 그야말로 고스트라고 본다.

 

은밀히 다가와 핵을 쏘고 지나가는 그 놈.

지나간 자리엔 폐허만이 남는다는 전설이 있는 바로 그거.

오오, 불쌍한 사이코. 너 오늘 죽었다. 새꺄. 캬캬.

나, 좀 많이 쪼잔해서 복수 안 하고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오호호호호홋.

 

“응, 있어. 어떤 사이코.”

 

하지만 날 겨냥한 것이 아닌 이상 절대로 안전하기도 하다.

이럴때 맘껏 약올려서 데미지를 극대화하는게 나의 즐거움이지.

 

“그래? 어쩐지 그 사이코가 내가 아는 사이코인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러는데

그쉑 이름이 좀 특이하지 않냐?”

“글쎄. 그게 특이한가? 뭐, 가명은 열라 특이하지.”

“가명이 있어? 점점 내가 아는 새끼같아지는걸.”

 

이를 갈아붙이며 주먹을 쥐는 인경아, 좀 무섭구나.

내가 그 놈이라면 지금 빨리 저 멀리 도망쳐서

두달은 니 앞에 얼굴을 안 들이밀겠다만.

 

저기 인경아, 그렇게 웃지 말아 줄래?

나 머리칼이 쭈뼛 서고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이….

한여름인데 왜 이렇게 춥냐. -_ㅜ

 

“잠깐 전화 좀 하고오마.”

“응 ^^. 천천히 해. 나 그동안 알탕 뎁혀놓을게.”

 

죽어봐라, 사이코새끼. 내가 뭐랬냐. ㅋ ㅑ ㅋ ㅑ ㅋ 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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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또 오랜만이 되어버렸네요. ;;

보고싶었던 사람을 보며

새삼 내 그리움이 얼마나 컸었는지 깨달았답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도 보고.

즐거운 주말이었어요. ^^

 

자, 힘을 내서 또 이야기를 시작해야죠.

이번엔 진짜로 열심히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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