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제 마음을 다잡기 위함과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기 위함입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은 이미 저 편으로 보낸지 오래입니다.
남자친구는 군대에 있지만, 여기 제 주위에 있는 다른 남자들 몇 만명보다 저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문제의 시작은 12월 초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남자친구는 제가 밖에 있으니까 약간의 불안함과 그리고
다른 남자애들 이야기 할 때 질투어린 마음, 저는 남자친구가 혹시나 다른 이상한 곳에
선임들을 따라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스런 마음 이런 게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귄지 600일이 다되어 가는 저희 커플은 다른 사람들이
정말 예쁘게 사랑하는 커플이라고 인정할 정도였습니다.
(지금도 안 그렇다는 건 아니구요;;)
근데 12월 초...
오빠가 자살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같으면 바보같은 짓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저희 집 환경이 오빠를 그렇게 내몰았던 거였습니다.
저희 아빠.
저 대학 올라오고 나서 4년 동안 계속 해서 바람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아니, 저 고3 수능 보기 전부터 그랬으니 거의 5년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 바람난 여자가 집에 찾아와 엄마보고 언니 동생하며 지내자고 했던 날도 있고,
아빠가 한달에 한번 집에 들어와서 엄마한테 돈을 가져 간 적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빠를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던 엄마도 마음을 천천히 고쳐먹고
저희만 바라보고 살았구요. (저는 오빠, 언니, 저 이렇게 삼남매예요.)
그러면서 점점 집안 형세는 기울어져서 정말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엄마한테
여기는 마당도 있으니까 채소도 키우면 되겠다면서 억지로 웃으며
집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제 그 여자 집에서 멀어졌으니까 아빠도 다시 되돌아 오겠지 싶어서요.
하지만 아빠는 엄마 몰래 보증금까지 빼내어서 그 여자에게 모두 갖다 부었습니다.
저희는 돌보지 않았던 그 때에 그 여자의 자식에게 책상을 사주고,
그 여자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며 - 가끔 옷 갈아입으러 집에 왔었죠.
그리고 일이 터진 건,
남자친구가 군대에 제대한 2007년 1월 이었습니다.
오빠는 2006년 11월에 군대에서 제대를 했죠.
아빠가 신용불량자가 된지는 이미 오래전이었고, 아빠가
엄마의 명의를 빌어서 산 핸드폰을 그 여자에게 주는 바람에
그 여자의 핸드폰 요금을 엄마가 내야 할 상황까지 온겁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빠는 술을 먹고 운전을 해서 사고를 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돈이 600만원. 그것도 엄마가 빌리고, 할머니가 막아서 겨우 겨우
막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돈을 받기 위해서 6월 초 부터는 집에 중년의 남자 분들이 한명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에까지는 못 들어오고 계속 해서 대문을 두드렸지요.
집안 사람들 모두 노이로제에 걸려서 문소리만 들어도 흠칫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상황을 피해 버렸습니다.
집을 나가서 몇 주에 한번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들어오는 거였죠.
그 모든 스트레스와 압박을 가족들이 견뎌가면서 아빠에 대한 미움을 커져만 갔고
상황은 더욱 힘들게 치닫았습니다.
그리고 오빠의 아빠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 커져만 갔죠.
오빠는 아빠가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안절부절해서 집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고,
집안의 구석진 곳에만 있으려고 했습니다.
몸에 끌어오르는 화를 잠재우려고 웃통을 벗고는 그 추운 겨울에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심지어 나중에 들었지만, 잘못될 경우를 생각해서 아빠를 때린 돌까지도 준비했다고
하더라구요. ( 아빠가 다혈질이 심하거든요.)
그런 오빠에게 오직 위안이 되어주는 존재가 엄마였습니다. 오빠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는 오빠의 유일한 친구였고, 오빠의 유일한 말벗이었습니다.
(저희와는 말도 자주 안 했으니까요.)
오빠는 성격이 소극적이었고 그리고 예민했습니다.
자기비하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아빠는 오빠 어렸을 때 오빠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오빠가 장남이었기도 했고, 어렸을 때의 오빠는 무척이나 똑똑해고 학교 성적도 좋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사를 오게 되면서 오빠는 고등학교부터 공부가 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든 게 아빠와의 마찰에서 생긴 병이었겠지요.
원래 머리가 좋았던 오빠는 뭐든지 하면 될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오빠에게
경찰이 되라, 아니면 군인이 되어라, 아니면 변호사가 되어라 였지요.
그런 것들이 오빠의 머리에 박히게 되어서 군대를 제대 한 후에도 오빠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빠의 손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부터는 친한 친구도 없었구요.
그런데 오빠가 집안일로 그리고 군대에 적응을 못해서 몇 시간 탈영한 이후로,
오빠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렸습니다.
저는 오빠의 성격이 그렇게 된 모든 게 아빠의 집안 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구요.
때문에 오빠가 아빠를 더 미워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빠에 대한 애증과 빚독촉에 대한 스트레스를 참아내던 오빠는..
아빠가 집에 들어왔다가 나간 그 다음 날,
그리고 빚 독촉을 하러 어떤 아저씨가 다녀간 후-
그렇게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장례식장에서조차 아빠의 행동은 실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아들을 잃은 슬픔때문인지,
딸자식이 둘이나 있는데 아들이 갔다는 말,
오빠 앞으로 보험을 들어놨다는 말,
아빠를 탓하는 외갓댁 식구들에게 욕을 하고..
그런 모습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펐고 정말 이젠 아빠라고
생각되지도 않았습니다.
오빠가 떠나간 순간에도 아빠는 결국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
이라고 생각되어 지자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장례식이 끝난 그 이후로
바로 외갓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돌아오시지 않을 생각이며,
저 역시 그 편이 좋다고 엄마한테 말씀드렸습니다.
이 이상 아빠와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자기 아들을 죽인 남편과 살 수 있는 여자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지금 그게 현재 저의 상황입니다.
아빠와 언니와 계속 살고 있습니다.
(이사는 했습니다. 오빠가 집에서 그랬으니까요- 그 집에 있을 수 없었죠.)
할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아빠와 함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자식을 둔 게 잘못인 할머니를 차마 뿌리칠 수 없기도 하구요.
엄마와 연락이 되는 건 아빠는 모릅니다.
그 일이 일어난 후, 엄마와 만난 건 딱 한번 뿐입니다.
엄마가 무척이나 보고 싶고, 그 사건 이후로 밤에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거의 3주동안은 개벽 3~4시에 잠들어서 6,7시에 깨어났습니다.
2주까지는 하루에 한 시간도 못잘 때가 많았구요.
아빠를 보고 밥까지 챙겨줘야 하는 스트레스는 갈 수록 심해만 지고
결국 어느새 우울증까지 자리잡고 말았습니다.
요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빠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정도니까요.
나 역시 아빠때문에 죽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었으니까요.
거기에 이제 대학 4학년인 저에겐 취업이라는 스트레스까지...
모든 상황이 안좋게만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그 녀석이 군대에 있는 것도 괴로웠습니다.
제가 지탱해줘야 할 그녀석에게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하는 건-
아무래도 제가 더 힘들어 질 것 같았습니다.
그 녀석 힘든 거 보기 싫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모르게 제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는 게 그 녀석 뿐인지라
짜증도 많이 내게 되고, 예민해지고, 함께 있을 수 없다는 서운함이
표현되었나 봅니다.
그 녀석과 저를 둘 다 알고 있는 知人이 전해주었습니다.
전화 통화로 그 녀석이 그랬다구요.
" 요즘 많이 힘든 거 알고 있는데, 자기 상황을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 이후 그 동안 제가 그 녀석의 말을 하나도 듣지 않고 항상 힘들다고
그리고 안좋은 것들만 그녀석에게 이야기 한 것 같았습니다.
저도 힘들지만 철원에서 복무하고 있는 그 녀석도 일병이라서 힘든 상황인데,
난 너무 나만 알았던 건지도 모른다.
무조건 그 녀석이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그 녀석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저번주를 보냈지요.
그 녀석에게는 지금 자기 상황을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을텐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제가 항상 제 이야기만 했으니
어쩌면 이기적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긴 이야기 였죠~?
집안 문제는 이미 결론이 나 있습니다.
만약 아빠가 다시 한 번 그여자를 만난다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저와 언니는 바로 집을 나가서 엄마와 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빠 일은 어떻게든 극복해 내야 겠지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빠 일이 너무 크게 마음에 자리 잡아 있었나봅니다.
저도 모르게 상처가 너무 깊은 곳까지 나 있었나 봅니다.
남자친구에게 특히나 그랬던 건
약 2주동안 이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예전처럼 그 녀석과 잘 지낼 수 있겠죠?
그 녀석이 절 사랑하지 않는 다고 생각 한 적 한번도 없어요.
그리고 저 역시 그 녀석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그 녀석과 더욱 굳건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그냥 예전처럼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 녀석에게 예전과 같이
편하게 대해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