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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의 노래 #3

흑묘 |2003.08.13 00:39
조회 93 |추천 0


산돼지식당은 늦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밤을꼬박새우며, 도매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다가 이제야 일을 끝내고 조는듯 먹는듯 하는 점원이며, 밤사냥을 마치고 테이블 밑에 오소리며, 꿩을 잔뜩 쌓아놓은 사냥꾼이며, 어제 문이 닫히기 전에 들어온 모험자 일행들이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네모,세모,동그라미등등 갖가지모양의 판자대기로 대충 때려만든 테이블위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어른키로 재면, 한 20명이 누워도 족히 남을 커다란 홀저편에는 구슬땀을 흘리며, 요리를 만드는 살집이 퉁퉁한 그야말로 '식당주인'이오 하는 팻말을 단듯한 중년의 아트리아인 여자가 부산하게 돌아다녔다.

 

"제리! 그거 1번세모야 이 멍청아! 하여튼 밥을 똥구멍으로 먹는것인지, 일을 배워도, 몇년을 배워야 제대로 써먹겠냐?"

 

걸걸한 말투로 비리비리한 제리를 다그치며 주방에서 첫번째로 놓인 세모꼴로 생긴 테이블에 요리를 놓는 산돼지식당의 주인 '마렐'은 구석에 있는 4번네모에 앉아있는 곰가죽을 두른 괴상한 소녀와 늘 3인분씩은 먹어대는 기드를 흘끗 쳐다봤다. 마렐은 얘기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 음흉한 노총각이 최상급 루비를 가지고있었다는게 영 꺼림직했다. 앞집 백야의주인이자 마렐의 조카인 루프에게는 꼬박꼬박 집세를내면서, 한달을 매식하는 주제에 벌써 2달이나 밥값을 밀리다니! 그리고는 루비를 가지고 있어? 마렐은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올랐다.

 

"어이 노총각씨! 뭐 먹을래? 아니 그전에 밀린 밥값이나 내시지."

 

마렐을 쳐다보지도 않고, 담배만 뻑뻑 피워대가가 기드는 쌈지에서 은화를 꺼내서 테이블위에 턱하니 올려 놓았다. 마렐은 마뜩찮은 얼굴로, 은화를 집어들고 깨물고 하다가 주방쪽에 소리쳤다.

 

"볶은 돼지고기 두접시에 빵4개 그리고 치즈반쪽 오늘 스튜..가 뭐더라? 어쨌든 오늘 스튜한냄비.. 한그릇이 아니라 한냄비야! 그 찬장에 있는 '노총각전용냄비!' 그걸루 담아야해! 그리고 꼬맹이는 뭐먹는데? 후투족이니 생고기라도 갖다 주랴?"

 

기드는 늘먹는(?) 식사를 듣다가, 말을 했다.

 

"적당한 것으로.. "

 

마렐은 곰곰히 생각하다가, 소녀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거의 '정식'이 되어버린 '오늘의 스튜한그릇'에 빵몇조각 그리고 겨우내 질리도록 나올 양념에 담가놓은 야채를 주방쪽에 주문했다. 마렐은 예전처럼 '여자'앞에서면 숫기가 없는 기드에게 농을걸까 하다가 그냥 옆의 3번동그라미에 앉은 놈팽이와 욕설을 주고 받으며 주방쪽으로 걸어갔다. 기드는 연이어 담배를 피워대며, 소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소녀는 아직 증오심이 가시지 않은 눈빛으로 기드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테이블옆의 모래가  많이 들어간 값싼 유리창으로 밝은 햇살이 소녀의 까만머리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마치 보석으로 만든 인형처럼 그늘에서 보면 까많고, 이렇게 햇빛아래서 보면 갈색으로 윤기나는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까만 눈동자는 고혹적이었다. 은카나의 과장된 말투가 아니더라도, 기드가 아니었다면, 누군가의 노리개가 되었을것이 뻔했다. 이 소녀는 여성이 그렇게 예쁘지 않은 후투족같지 않았다. 다만 미간사이에 보일듯 말듯 세모꼴로 찍힌 각인은 이 아이가 분명히 그 호전적인 후투족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 알폰소 기드랜드. 아니아니,  나 기드 너?"

 

기드는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는 담배를 비벼끄고, 손가락으로 자신과 소녀를 번갈아 가리키며 소녀의 이름을 묻는듯 했다.

 

" 나 기드 너?"

 

가뜩이나 숫기없는 기드가 몇번을 반복했지만,  선문답같이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듯 했다.

 

"내이름은 베로이 후투족 전사 샤쿠의 아들!"

 

또박또박한 북부공용어였다. 기드는 깜짝놀라 아연한 얼굴로 베로이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여전히 증오심이 담긴 어투를 입을 떼었다.

 

"왜 날 샀지?"

 

기드는 소녀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역시 어설프게 만든 산돼지식당의 천정을 쳐다봤다.

 

"날 가지고 논다면, 네목을 따겠다.난 전사 샤쿠의 아들 베로이!"

 

"밥이나 먹어."

 

기드는 사교성이라곤 요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태도로 말을 던졌다. 묘한 타이밍에 제리가 쟁반한가득 음식을 받쳐들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말이지 마렐이 노총각전용냄비라고 말한 냄비는 어린이 머리통이 들어갈만큼 컸다. 제리는 구슬땀을 흘리면서 소녀에게 싱긋 웃어보였다. 소녀는 제리의 웃음을 쳐다보지도 않고, 빵을쪼개서 스튜에 적시고는 한입에 집어 삼키는 기드를 뚫어져라 쏟아보았다. 그제서야 분위기를 눈치챈 제리는 안절부절하면서 기드와 베로이사이에 음식을 내려놓았다. 기드가 제리에게 팁으로 동전몇개를 건네자, 제리는 쏜살같이 주방으로 튀어들어갔다.

 

"죽일려면 벌써죽였다. 독은 없어. 먹어라."

 

기드는 우적우적 연신 씹어대면서 불명확한 발음으로 베로이에게 음식을 권했다.

이런느낌으로, 기드는 제리가 들고있는 쟁반에 손을 뻗쳐 우적우적 연신 씹어대면서 손짓으로 베로이에게 음식을 권했다. 베로이는 머뭇거리다가 곰의가죽사이로 왼팔만 빼꼼내밀고는 숟가락으로 스튜를 한모금 삼켰다. 기드의 말이 아니더라도, 마치 독이 있나 없나를 살피는 양으로 입맛을 다시더니 허겁지겁 숟가락으로 스튜를 연신 삼키다가 아예 국그릇을 들고 마셔버렸다. 어딘지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후투족이 아니라 한 3주 얼음의 사막을 헤멘 귀족나리와같은 고상한 행동거지였다. 무엇보다, 기드는 숟가락을 사용할줄안다는 것에 내심 놀랐다. 베로이는 양념에 절인 양상치를 빵에 올려 우적우적 씹다가, 기드가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기울이고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먹는것을 잠시 중단했다. 그리고는 화가 난듯 말했다.

 

 "우에 텨다보지 머ㄱ-!"

 

그녀는 급하게 씹어삼키다가 말을 하느라 우스꽝스런 발음으로 말을 하려다 사레가 들려서 음식물조각을 사방에 튀기면서 켁켁대기 시작했다. 기드 역시 연신 먹을것을 통째로 삼키듯 먹다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사레가 들렸다. 기드를 잘아는 놈팽이들이 죽치고 앉아 엿듣고 있는 옆테이블에서는 죽을 지경이었다. 가뜩이나 할머니에서 부터 꼬맹이까지 여자앞에서면 놀림거리를 만들어내는 노총각 기드하고, 이 당돌한 체하는 후투족의 꼬마는 작년 추수제때 춤추다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광장한가운데 오도카니 섰던 사건 이후 사람좋은 기드를 놀릴수 있는 좋은 기회인것 같았다. 이 칼체스터에 흘러온지는 작년 보리추수를 끝낸후이니 1년도 채 안되었지만, 그런저런 '놀림거리'덕분인지 기드는 한 10년은 이 도시에서 살아온것 같았다. 그렇다고, 기드가 놀린다고 해서 발끈하고 하는 성격이 아니었기때문에 사람들은 기드와 친해지려고 갖가지 사건을 줄줄외워서 기드를 놀렸다. 루프를 처음보고는 북부귀족예법으로 인사한 사건이라던지, 바레스민회에서 한달에 두번씩 주는 급료를 받을때 마침 담당관리가 여자여서 몇딜을 손해봤어도 그냥 왔다는둥. 개중에는 너무 과장된 사건도 있고, 아예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서 말한적도 있지만, 기드는 대개 불평하거나 반론도 하지 않고, 눈썹을 한번 치켜뜨고는 지나갈 뿐이었다. 기침을 하다가 낮게 가르릉 거리고는 다시 기드는 빵을 먹었다. 소녀는 갈색피부로도 벌겋다는 것이 보일정도로 기침을 하고는 새초롬하게, 무슨 오우거처럼 먹어대는 기드를 다시 쏘아보았다. 그러나 이미 진중한 분위기는 깨진지 오래였다. 어느새 슬금슬금 다가온 기드의 동료 조르쥬며,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저 구석의 술집 주인장 '벅시'며, 패싸움이 있으면 꼭 맨앞에 나서는 푸줏간주인 '데르푸'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4번네모를 둘러쌓기 시작했다.

 

"나이는 몇살이나 되었나?"

 

그녀가 공용어를 할줄안다는것을 눈치챈 이들이 여기저기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꼬마 이쁜데? 그래 말을 탈줄은 아나? 후투족은 말을타는것이  제일 무섭지!'

 

"어이, 말은 어디서 배웠나? 제법 죠르쥬처럼 사투리도 안쓰고 제대로 발음하는걸?"

 

"니 뭔데! 와자꾸 사투리갔다 놀리노!"

 

조르쥬는 씩씩대며, 발길질을 했지만 건어물상 점원인 피터슨은 깔깔대며, 산돼지식당 밖으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근데 어떻게 잡힌거지? 후투족이 겨울숙영지는 이 근처가 아닌데, 또 비교적 가까운 여름숙영지라고 해도, 말로 몇일을 달려야 하는지 몰라. 암만 후투족이 말을 잘다룬다고 해도, 꼬맹이가 몇일을 달릴만큼 말을 잘다루는 것처럼 보이질 않는데?"

 

추적자출신이었던 기드의 동료 그레그가 탁자에 올린 베로이의 왼손을 찬찬히 뜯어보고는 제법 전문적인 분석을 했다. 그런가 하면 여관뒤쪽거리의 질이 나쁜 패거리들은 걸쭉한 농담을 던지기 시작했다. 

 

"젠장 기드가 쓰다버리면 우리 가게에서 쓰면 되겠구만, 제법 돈좀 되겠는데? 후투족의 미녀라.. "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뒷골목의 포주중에 한명인 필립이었다.

 

"크크.. 니말도로 돈좀돼겠는데, 성깔하며 피부가 야들야들 한걸.. 천딜은 호가하는 몸뚱이라 어이.. 기드 좋겠어. 드디어 노총각 신세는 면하는건가? 키키"

 

또 원숭이 소리같이 거슬리느 목소리의 주인공은 늘상 도박장에서 어슬렁대는 마렐의 또다른 조카 루퍼트였다.

 

"크! 나는 어린애가 좋던걸! 닳아빠진 여자는 도무지 재미가 없거든, 어이 내가 하룻밤지난 다음에 반값에 사지. 500딜 어때? 블랙잭에서 좀 딴게 있거든.  키키키..내가 갖고 논다음에 필립당신한테 600딜에 팔지? 뭐? 왜 100딜이 더 붙냐고? 알잖아.. 나는..  "

 

깜짝놀랄 만한 반응이었다. 절인 양상추를 포크로 집어먹는가 했던 기드는 어느새 번개같이 허리춤에 달린 팔뚝길이정도의 칼을 뽑아서, 루퍼트의 코언저리를 베고, 사각의 테이블 끄트머리를 뎅강 잘라 버렸다.

 

"우왓!"

 

루퍼트의 코끝에서는 살짝 베였는듯 핏방울이 일자로 슬며시 돋아났다.

 

"이 아이는 장난감도 아니고, 곡마단 원숭이도 아니야. 그따위로 마치 동물쳐다보듯 쳐다보지들 말고, 각자 밥빌어먹을 생각이나 하시지!"

 

사람들은 사람좋은 기드가 이토록 화내는 것은 처음 보았다. 더군다나 칼까지 뽑아들고, 칼부림까지 할줄은 아무도 몰랐다. 3박4일을 놀려도 그저 눈썹한번 찡끗하고는 넘기는 기드였기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 시끌시끌하던 산돼지식당은 일순 정적으로 가라 앉더니,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신발을 탈탈털고 산돼지식당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레그는 다시 3번동그라미인 자기 자리로 돌아오면서 혀를 내둘렀다. 작년 가을 도르레옆에 쭈그리고 앉아 겁나서 덜덜떤 사람의 검술이 아니었다. 사람의 코끝을 베고는 테이블 언저리를 일도양단한다.. 칼부림은 자신있는 그레그로서도 힘을 조절하는것이 꽤나 힘든 그런 위험한 짓거리를 할 용기는 없었다.


더군다나 칼까지 뽑아들고, 칼부림까지 할줄은 아무도 몰랐다. 3박4일을 놀려도 그저 눈썹한번 찡끗하고는 넘기는 기드였기에 놀랄수 밖에 없었다. 시끌시끌하던 산돼지식당은 일순 정적으로 가라 앉더니,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신발을 탈탈털고 산돼지식당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레그는 다시 3번동그라미인 자기 자리로 돌아오면서 혀를 내둘렀다. 작년 가을 도르레옆에 쭈그리고 앉아 겁나서 덜덜떤 사람의 검술이 아니었다. 사람의 코끝을 베고는 저 두꺼운 테이블 언저리를 일도양단한다.. 칼부림은 자신있는 그레그로서도 꽤나 힘조절이 힘든 그런 위험한 짓거리를 할 용기는 없었다. 그레그는 처음으로 '니블레스'창병의 실력을 느끼는듯 했다. 알펜하임의 엘프기병조차 할버드를 치켜든 니블레스 창병이 버티고 있다면, 고개를 가로젓고 돌아갔다. 강인한 루시아지방의 산악의 용자.. 그레그는 문득 기드가 드워프피를 이어받았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다. 언젠가 포도 증가는 말로 루시아지방에는 드워프와의 혼혈이 많다면서, 자신역시 증류주를 마시면서, 지나워프의 피를 이어받았는지도 모른다고 빙긋 웃는 기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옷을 사야겠다."

 

아까 사람들을 내쫒은 이후 그 분위기 그대로 기드는 손을 닦으며 말을 툭 던졌다. 베로이는 기드의 칼놀림을 보고는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았다.

 

"아까 질문했잖아. 왜 나를 샀냐고. 부자처럼 보이지도 않는 냄새나는 노총각주제에.."

 

기드는 끄응하는 한숨소리를 낼수 밖에 없었다. 베로이는 꽤나 눈치가 빠른 소녀였다. 어느새 기드를 놀리는 패거리들이 쓰는 말을 섞어쓰며, 기드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첫째, 나는 여자에 별로 관심이 없다. 루프라면 예외지만."

 

기드는 트림을 꺼억 하면서, 말을 이었다.

 

"둘째, 너를 산게 아니라 너를 고용한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요 앞집여관인 '백야'에서 전전달에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신경통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 주인장인 루프가 혼자서 힘들어 하기에 너라면 도움이 될수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베로이는 영리해 보이는 눈을 또르르 굴리며, 기드가 설명할때 쓰기 좋아하는 첫째 둘째 세쩨하는 번호가 매겨진 설명을 찬찬히 들었다.

 

"세째 고용했기에 너를 사느라 쓴 금액은 루프에게 네 월급에서 다달이 돌려 받겠다. 그리고.. 그리고. 네째.."

 

기드는 이왕말한 김에 네째를 말하려고 했으나, 도무지 네째에 해당하는 딱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네째, 고용같은 계약이라면 급료는 필요없으니 칼쓰는법을 가르쳐줘."

 

베로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천장을 쳐다보며, 적당한 조항을 찾던 기드는 눈썹을 치켜뜨며, 베로이를 쳐다봤다.

 

"칼쓰는 법?"

 

기드는 요 영악한 꼬맹이가 의외로 약탈민족인 후투족답지않게 '거래'라는 것을 안다는 것과 눈치가 빠르고, 어딘지 아트리아인의 문화를 잘아는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칼쓰는법, 내 아버지 샤쿠보다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칼을 다룰줄 아는군. 나는 몸이 이래서, 아버지에게 칼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기드는 어쩐지 이해가 갈것같았다. 베로이가 자꾸 샤쿠의아들 베로이라고 말하는것은 그녀가 여자로서 받아들여지길 원한다기 보다는 아예 남자로서 결함이 있는 몸으로 자신을 생각하며 '여성성'을 받아들인다는것을 깨달았다. 또한 사람들이 없어지자, 그제서야 부끄럽다는듯 헝겂을 풀고 올려놓는 오른손의 손가락이 엄지와 검지를 제외하고 모두 나병비슷한 사막의 병때문에 떨어져나간  것을 보고, 그녀가 왜 버려졌는지도 동시에 알수있었다. 후투족은 말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자는 버린다.

 

"음... 너는 잡힐때, 호위꾼 몇명을 해치울정도로 대단한 솜씨를 가지고 있지 않나?"

 

"그건 낫질이지, 칼쓰는법이 아냐."

 

기드는 예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곤란하다는듯 다시 천장을 쳐다보았다. 오른손 손가락이 거의 없는데, 검술을 쓸수 있을리가 없다.

 

"그럼 이렇게 하지. 내 특기는 검술이 아니라, 창술이다. 창술을 가르쳐주는것으로, 협상하자."

 

기드는 어느새 베로이의 화술에 말려들었다.애초에 창술이고 검술이고 여관종업원이 배워야 할이유는 없었다. 또한 계약이란건 동등한 사람들이나 한느 것이지 뒤따라온 은카나로부터 노예증서를 받아든 기드에게 감히 요구할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베로이는 말하는 품새나 영악함이나, 모두 후투족과는 거리가멀었다. 기드는 자신이 지금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건가 아연해졌다. 베로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다시 곰가죽 속에 집어 넣었다. 그녀는 떨어져나간 오른손을 탁자위에 올려놓음으로서 기드에게 꼭필요한 정보만 전달했다. 그녀는 그녀의 종족에게 버림받았으며, 꽤나 '손'이 필요한 '혹'이다.라는 최소한의 정보를 말이다.

 

"그리고 하나만 물어보자, 너는 공용어도 잘하고 꽤 이쪽에 익숙한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지?"

 

기드는 다시 담배를 피우며 베로이에게 물었다. 베로이는 주춤하다가 말을 이었다.

 

"내어머니는 남부 아르덴고원에 사는 아트리아인이었다."

 

아르덴 고원은 칼체스터에서 남부산맥쪽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낙농업이 대부분인 촌구석이었다. 칼체스터에 우유를 대는 상인이나 그곳에 들어갈뿐 별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샤쿠에게 납치되어 얼음의 사막에서 한동안 살았다..여기말을 잘하고, 여기에 익숙한

이유는 어머니가 그때 나에게 그립다는듯 자주 이야기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9살이 되었을때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도망쳤고, 아버지샤쿠는 어머니를 따라잡아 죽이고, 나를 데려왔다. 그러나, 내가 병에 걸려 손가락을 잃게 되자, 나를 버렸다. 나는 몇주동안 물을 찾다가, 그 노예상에게 붙들렸다."

 

기드는 눈살을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이 무슨.."

 

둘사이에는 얼마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기드는 정적을 깨려는 듯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했다.

 

"나는 용병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로 갈지는 모른다. 그러나 너와 한 약속 가능하면 지키도록 하지. 어디가서 밥빌어먹을 정도는, 창쓰는 법을 가르치겠다. 그리고........ 네째 반말하지 마라. 너보다 세곱절은 나이를 더먹었다. "

 

기드는 마침내 네째에 해당하는 알맞은 조항을 찾았는지 보기 드문 미소를 띄우며, 베로이를 쳐다보았다. 따뜻한 햇살이 모래가 섞인 유리창 사이로 들이 비치면서 기드의 듬직한 모습에 금가루처럼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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