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한번 올렸었는데, 길다고 머라고 하시더군요. 짧게 적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만 어찌될지 모르겠네요. 이번에는 제가 아닌 대학교 후배가 말해줬던 경험담 입니다. 그 후배의 두서없는 이야기 형식에 약간의 픽션과 편집을 가했으니 참고 하시길 바라며, 편의상 반말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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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3때 일이다.
우리집은 거제도 이다. 사람들이 배타고 들어가니, 걸어서 한바퀴 돌려면 얼마나 걸리니 하며 놀리는데, 다리가 2개 있고, 걸어서 한바퀴 돌려면 부산에서 대구까지 걸어가는 것보다 더 오래걸린다고 말해주고싶다.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내가 살던 곳은 거제에서 이른바 번화가라는 곳에서 많이 떨어진 외딴 동네였다. 슈퍼나 가게는 물론 사람도 잘 살지 않는 곳이라서 우리집 주위에 10집이 있는데 그 중 6집이 폐가였다. 우리집은 그 런 마을에서 제일 윗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고, 우리집 뒤로는 제법 높은 산과 그 산에 있는 농장으로 올라가는 자그마한 길, 그리고 그 길 중간에 딱 한개 서있는 가로등이 전부였다.
어느 여름 날. 밤 9시 까지 하는 자율을 빙자한 타율학습을 하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달 날이다. 그 날은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볼일이 있어서 집을 비운 상태였기 때문에 나 혼자서 큰 집을 지켜야 되는 날이었기도 했다.
19살이 넘어 귀신이니 뭐니 하는 것은 별로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곳곳에 폐가가 있고, 그나마 사람이 살던 집에도 불이 다 꺼진 그 시간은 약간의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나는 온 방이며 거실, 부엌에 불을 켜고 마루에 앉아서 티비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자정이 덜되었을 쯤, 밖에서 희미하게 여자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양이 울음소리려니 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우리집은 산 바로 아래라서 야생고양이가 많다), 비명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서 희미하게 '살려주세요' 란 단어들이 동반되어 들려왔다. 그래서 난 누가 다친건가 하고 창문을 열고 슬며시 밖을 내다보았다. 우리집은 앞쪽으로 트인 창문과 뒤에 산길로 트인 창문이 있었는데, 그 비명소리는 산길쪽에서 나고 있었다.
나는 그쪽으로 향한 창문이 있는 화장실에 들어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혀버렸다. 그 비명소리의 출처는 산에 있는 농장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나는 소리였는데, 내가 밖을 내다보는 그 순간에 하나밖에 없는 가로등으로 여인하나가 산으로 미친듯이 질주하는 장면이 잡혔고, 곧이어서 그 뒤로 뭔가 허연 물체 서너개가 허공에 떠서 그 여인을 뒤쫓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처음엔 새나 곤충이 아닌가 싶었는데, 곤충이라보기에는 너무 크고 새라고 보기에는 모양이 둥근게 이상했다. 여인은 계속 산위로 뛰어올라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점점 여인의 목소리가 멀어져가다가 갑자기 찢어지게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잠잠해져버렸다. 나는 그때까지 몸이 굳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그 장면을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다시 가로등으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위로 뛰어올라갔던 그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고개를 푹 수그리 있어는데 전체적인 하얀 계통의 옷이 모두 붉은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 여인에게 소리를 질렀다.
"괜찮아요?! 무슨 일입니까?!"
그 여인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산길에 있는 가로등까지의 거리는 약 100에서 130미터정도의 거리. 그녀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오는 동안 나는 경찰이나 119에 신고를 해야되나 여인을 집으로 들여야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10미터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왔을때 나를향해 고개를 들었고, 나는 기절할뻔 했다. 그 여인의 얼굴에는 턱이 없었다. 턱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시뻘건 액체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눈은 흰자위 검은자위 할것 없이 모두 새빨간 색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온몸이 얼어붙은 나에게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온 관절이 부러진 것처럼 몸을 기형적으로 흔들면서 말이다. 내 코앞까지 다가오는 순간 나는 기절하고 말았다.
다음날 정신을 차렸을때는 혼자 화장실 바닦에 누워있었다. 나는 낮인데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지 못해 시내에 사는 친구를 불렀고, 수십분 뒤 친구 두 명이 우리집에 온 뒤에야 밖에 나가서 사건현장을 살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제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도 그 여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어제 들었던 비명소리는 나 말고는 마을 사람들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여인은 대체 누구였던 걸까?
그리고 그 여인을 쫓아가던 둥근 물체는 과연 무었이었을까?
아직까지 그 기억은 나에게 생에 최대의 공포와 미스테리를 준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