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입니다.
친구가 마늘치킨이 먹고 싶다 하여 마늘치킨으로 유명한 반포에 있는 치킨집에 갔습니다.
이미 자리는 만석이었고 한 커플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녁 시간이라 많은 식탁에서 술을 드시고 있는 상태라 쉽게 자리가 날 거 같진 않았지만, 일부러 버스를 세번이나 갈아타고 먼 거리를 온 친구를 위해서 까짓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날씨도 춥고 해서 좁은 가게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화장실 손님, 포장 손님) 사이에 치여가며 대략 30여분을 기다린 끝에 한 자리가 났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기다리던 커플이 자리를 잡았고, 우린 배고픔을 게임으로 잊어보려하면서 쭈욱 자리가 나길 기다렸습니다.
조금 후 저희 뒤에 3명의 외국인(일본인) 손님이 들어왔고, 그때까지만 해도 느긋하던 치킨집 아줌마들 갑자기 식탁 사이 돌아다니며 빈접시 치워가며 분주해지더군요.
곧바로 한 자리 손님이 나갔고, 상이 치워지길 기다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로 옮겨갔죠.
그런데 상 치우던 아줌마가 우리를 자리에 앉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외국인이 먼저랍니다.
친구가 "우린 한국인인데요?"(외국인보다 한국인을 더 우선시 해야하지 않냐는 의미)라고도 했지만 그 아줌마 그래도 외국인이 먼저라고 우리보러 더 기다리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줘야한다면서 말이죠.
기가 막혀서 30분 더 기다리느니 안먹는다고 뒤돌아서 그냥 나왔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다시는 반포닭집 안갈거라고 생각하면서요.
그 자리에서 한바탕 하고 싶었지만 아줌마 말대로 외국인에게 나쁜 이미지 심어주면 안되니까요.
제가 기분이 나쁜 건 외국인에게 자리를 빼앗겼기 때문 아닙니다. 충분히 양보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자리에서 몇십년간 장사를 하면서 일본잡지에 소개도 여러번 나온 가게라는 곳에서, 외국인이 왔다고 해서 말도 안되는 언어를 써가며(모시모시 라고 하더군요. -_-;;) 순서와 질서를 무시하고 내국인이라고 홀대하며 막무가내로 외국인을 우선시하는 아줌마의 태도가 섭섭한 겁니다.
사전에 우리에게 "외국인이 왔으니 자리 먼저 해주고 조금만 더 기다려줘요. (말 뿐이더라도) 닭 큰 걸로 해줄께."라고 동의를 얻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 상황에서 외국인이 무엇을 느꼈을까요? 외국에도 엄연히 질서과 규칙이 있고, 특히 일본에선 식당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게 일상다반사 인데 말이죠. 한국에서 외국인이라면 새치기가 당당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 여기게 되지 않았을까요?
반포닭집에서 기다리는 건 손님 마음이지만 자리에 앉히는 건 주인 마음이네요.
기다리는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외국인 우선이에요.
혹시라도 여러분이 이 가게에 갔을 때 자리가 없으면 절대 기다리지 마세요.
만약 외국인이 뒤늦게 온다면 순서 새치기는 물론이거니와 자리에 앉아있더라고 눈치줘서 빨리 먹고 나가라고 쫓아낼지도 몰라요.
제 경험이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어제일로 이 가게는 (또 언제 다시 찾아올 지 모르는) 외국인에게 치킨 1마리 팔려고 내국인에게 팔 100마리를 손해본 것과 같습니다.
저 은근 여기 단골이었는데 정말 다시는 안 갈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혹시 여러분이 알고 계신 마늘치킨 맛있는 집 좀 가르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