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설핏 하늘을 넘어버리고
나무그림자 어둑하니 서서 말없을 그때쯤,
아이 한둘을 달고 시장 본 비닐봉지 들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이웃의 여자들을 만난다
뒤따르며 그 신발 끄는 소릴 듣는다
그 걸음에 가락은 없다
그 걸음엔 걸음이 없다
벽에 부딪혀 돌아오며 앞을 가로막는
부르짖는 저 내면의 소리
비 오는 저녁이면 소리 소문도 없이
거둬들여야 했던, 창을 향해 뻗던 손
보이는 듯 들리는 듯,
실팍하니 살 오른 엉덩이에 바람이 머물고
참으려 앙다무는 입가로 웃음보가 미어터지던
꽃 피우던 계절도 있었거니,
현관문 열고 들어서는 부엌 식탁에
검은 시장바구니 내려놓는 이웃의 이웃여자,
내 아내
그 쏘아붙이는 눈 속에 유리잔 하나가 깨어진다
해가 설핏
하늘을 넘어가고
어둑하니 길가에서 나무그림자들 침울할 때
터덜터덜 돌아오는 이웃여자들의 이웃, 내 아내
그를 향해 던지는 내 마음의 푸른 올가미
오늘도 헝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