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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져보자.^-^&

독립녀 |2003.08.19 13:53
조회 1,365 |추천 0

여름이 다 가고 있네요.^^

 

청승을 떨면서 이 여름을 보내버리기에는

젊음이 너무 아깝죠?

 

("오홋~ 젊으신가요?" 이러는 분들이 보이네요 ^^;)

 

 

 

 

저 여행 다녀왔어요.

 

 

남해바다를 보고왔습니다.

 

육지 네개를 하나로 이은 다리가 있다는 말에

그만 삼천포로 빠져버렸더랍니다.

(정말정말 삼천포에 있습니다 그 다리)

 

 

 

장관이더군요.

삼천포항에서 남해창선까지 쫘~악 이어지는

빨갛고 웅장한 다섯개의 다리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건

 

바다를 보며 다리위를 걸어다닐 수 있게 해놓은

양쪽 갓길이었답니다.

 

 

삼천포에서 시작되는 다리에서

남해창선에 도착하면 끝이나는 다리까지

천천히 걸으면 약 50분 정도,

왕복은 약 한시간 반정도 걸리는 것 같았습니다.

 

 

바다위 걷기...

참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저는 바다 한중앙에서 

난간에 기대

눈이 짓무르도록 바다를 보고 서 있다 왔습니다.

 

 

 

그런데

눈밑의 시퍼런 소용돌이를 가만히 보고있자니

인생이 하찮게 느껴지는 폐단이 있더군요.

 

까딱 잘못했으면

치마 뒤짚어쓰고 풍덩 뛰어들뻔 했습니다.

정말 다행이지요?이렇게 돌아와서.

 

말씀들 안하셔도 저 반가워들 하시는거 다~압니다

 

 

 

 

 

 

그나저나

바다위 바람은 장난 아니게 세차더군요.

 

 

옷은 미친듯이 펄럭거리고

 

머리는 깃발마냥 나부끼고

 

몸도 흔들흔들 박자를 타더랍니다.

 

 

 

제가 조금만 더 약했더라면

휘익하고 날라갔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약하다 생각하시는 여자분들은

남자분이랑 동행을 권하는 바입니다.

 

 

근데 

막상 같이 갔는데

발에 못이라도 박아논양 꿈쩍도 안하면

그것도 난감한 노릇이니까

직접 몸을 흔들흔들 해주는 기술이 이부분에서는 중요할듯도 하네요.

 

 

 

 

 

 

 

 

에니웨이~ ^^

 

저는 3시간이 조금 넘게 다리위에 서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다가

저 멀리 섬들을 보다가

등대에 불이 들어오는걸 보고서야

자리를 떳지요.

 

그렇게 오래 서 있었는데도

돌아서는 걸음이

아쉬워

 

나라에서 허락만 해준다면

다리위에 집이라도 한채 지어놓고

평생을 살고싶었더랍니다.

 

 

그치만 누가 그런걸 허락해주겠습니까.

무슨 검문소도 아니고...

 

 

 

 

 

 

 

 

 

돌아나와서는 근처 횟집에서

하모회

(여름 한철밖에 나지않고,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에서만 잡을 수 있으며,

대부분을 일본에 수출하는 보기 귀한 회라고 하더군요.)

 

한접시를 시켜놓고

소로우의 '월든' 을 읽었습니다.

 

 

 

 

참,이번 여행에는

가방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하나만 넣어갔더랬습니다.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바다로 난 포구,

혹은 마을 입구 정자나무 아래,

가끔은 어느 소도시의 커피숍

 

뭐 그런데서 읽는

마음에 와 닿는 한구절의 글이 아니겠습니까.

 

 

 

 

 

 

 

 

『왜 우리는 성공하려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서두르며,

그처럼 무모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고수의 북소리를 듣고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

 

 

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

또 그 소리가 얼마나 먼곳에서 들리든 말이다.

 

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위해 자신의 봄을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이 대목을 읽곤

책을 손에서 놓고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그런 단계를 밟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겠다고요.

 

 

넘어지면

이렇게 쉬어도 가면서

 

내 나이에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제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분명

종종 조급해지겠지요.

 

때 맞춰 결혼하는 친구를 보거나,

그 나이에 맞게 학업을 마치고,

또는 승진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사람인 이상

조급해지고

어쩌면 나 자신이 못나보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길을 가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순간에 내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일들을 할 것이며

세상의 기준에, 틀에 

나를 끼워맞추려 하지 않을거라고..

 

 

뭐 이런 생각들을 했더랍니다.

 

 

 

 

 

 

 

즐겁게 떠난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 자신이 가벼워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이래서 길들을 떠나는 거겠지요.

평소에는 엉켜있던 생각들이

한줄로 정리가 되는 묘미에...

그리고 뭔가를 놓고오는 가벼움에...

 

 

 

 

 

 

 

 

비오는 화요일..

잘들 보내고 계시죠?

몇일 지나지 않았지만 그리웠습니다.

혼.사.방의 사람사는 이야기가요... ^-^ 

 

 

 

 

 

Daniel Gerald 의 'Butterfly(German)'이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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