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월이면 울 부부가 결혼한지도 2년이 다 되었네요..
이곳에 들어온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울 남편같은 사람이 참 드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남깁니다.
남편과 전 동갑입니다.
2000년 11월 겨울에.. 운명같이 만났죠..
"아이러브스쿨" 아시죠? 거기서 초등학교 동창생 모임이 있었어요.
친구들이 저를 찾아내서 메일로 연락을 해왔죠..
친구들은 라이코스에 동창 모임 방을 만들어 놓고 모임을 갖고 있었구..
그 방장은 바로 지금의 저의 남편이였어요....
남편은 6학년 그 시절에 저를 좋아했었죠..
그렇지만.. 전 너무 어렸구.. 남자에겐 별 관심이 없었구.. 흔히 말하는 범생이였죠..
우린 같이 1학기 임원을 했어요...
그렇게 6학년 시절이 끝나고 중학생이 되기 위해 졸업을 할때가 되어서
졸업식장을 마지막으로 우린 긴 이별의 시간.. 각자의 시간속에 흩어져
다른 환경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16년의 세월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2000년 11월 늦가을이라고 해야하나요.. 초겨울이라고 해야하나요..
라이코스 모임방을 통해서.. 메일로 먼저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곧 전화통화를
했어요..
그사람.. 우리나라에서 수재만 다닌다던 대학원에 다니고 있더군요..
전 그때 졸업후 직장에 다니고 있었구요..
사귀던 연하 남친은 호주에 있었구.. 지금의 남편은 불어를 전공하는 대학생
여친이 있었죠...
그러다.. 졸업발표를 앞둔 지금의 남편이.. 대전에서 올라왔어요..
절 보겠다구..
그렇게 저흰 만났죠... 둘다 남친과 여친이 있었던 터라..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죠..
16년만에 만났지만 전 첫눈에 그 사람의 눈을 보고 그 사람인줄 알았어요..
여전히 까무잡잡한 피부에.. 여전히 커다란 눈..
"헉-" 숨이 멎는줄 알았어요..
그간 남자친구들이나 동생들이 주변에 많아서 별로 남자들에게 크나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때였죠.. 성격이 활발해서 친구들이 거의 다 남자였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을 본 순간.. 정말 기분이 이상했어요..
"결혼 상대자다.."란 느낌이 머리에 심한 충격처럼 다가왔었죠..
우린 첨엔 주점엘 갔어요.. 이야기하는동안.. 전 정말 혼란스러웠죠..
6학년때 이야길 하면서 추억을 더듬기도 하고 변한 환경과 상황에 놀라워도 하고..
그렇게 2차 병맥주집, 3차 커피숍을 가면서..
전 제 마음이 자꾸 그 사람에게 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그 날은 그렇게 그 사람을 보냈구.. 차를 타고 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전.. 마음에 통증을 느꼈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하면서..
제가 살면서 한가지 제 신조로 삼았던 것은 여친이 있는 사람과는 절대 사귀지
않는다였구.. 그걸 지키면서 살아왔었거든요..
그런데.. 이 혼란이 뭔지.. 이 감정이 뭔지... 정말.. 힘들었어요..
그 사람이 간뒤 제겐 아쉬움이 남았죠..
전화 목소리만 들려도 전 너무나도 떨렸죠...
그리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한다는걸 내색하지 않으려 했답니다..
그러면서도 우린 매일 메일을 주고 받았어요...
그리고 라이코스에 있는 동창 모임방에 제 글도 많이 올렸죠..
그러다... 숨기고 있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었답니다..
또다시 지금의 남편이 절 만나러 올라오고.. 어차피 졸업논문 발표만 남았기에..
설 집에서 있으면서 절 만나러 왔죠..
그리고 결심한듯 말하더군요.. 지금의 여친과 헤어지겠다구요..
지금의 여친은 자기가 살면서 이제까지 사귄 여자중 세번째 여자란 말을 하더군요..
두번째여자는 자기가 지방에서 공부해서 어쩌다 오니까 다른 남자에게로 가버렸구..
그리고 나서 학교 미팅에 세번째 여친을 알게되었는데.. 지금의 제 남편을 너무 좋아해서
사귀자고 먼저 했다는 군요..그래서 자기도 사귀게 된 여자라고 했어요..
그래서.. 두살 어린 그녀에게 숙제도 해주고.. 그냥.. 그렇게 사귀다 결혼할 생각이였다는
군요...
맞아요... 제가 몇달만 늦게 만났어도.. 지금의 제 남편은 아마 그녀의 남편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답니다...
2월에 상견례를 가지려고 했다는데... 어찌나 다행이던지...
저역시.. 2년 연하의 남친을 사귀고 있었는데.. 그 남친이 절 엄청 사랑했었죠..
먼저 사귀자고 했고.. 전에 제게 상처만 주고 헤어진 남친을 잊게 해주려고
너무나도 헌신적으로 해주었죠..
하지만... 전 결혼생각이 없었어요..
독신주의라고나 할까.. 하지만 나이가 한살씩 먹으면서.. 결혼을 하게된다면
그냥 그 남친이랑 하리라 그렇게 마음먹고 수동적인 결혼생활을 꿈꾸곤 했죠..
그런데.. 지금의 남편도 그당시 저처럼 그 여친에 대해 수동적인 사랑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냥 이 여자랑 결혼해야하나보다..
그런 그가.. 그리고 그랬던 제가...
서로를 만난뒤.. 서로의 반쪽임을 너무나도 강하게 확신하고...
끌렸고.. 또 사랑했기에.. 결국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였기에 힘들었고..
그러나..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이였기에 빠른 결단을 내렸답니다.
역시 남자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결단력이 있어서일까요..
먼저 여친과 헤어지더군요..
그리고 나서 저도 호주에 있는 남친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여서 저희에게 오히려 행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여친이 제게 메일을 보내왔는데.. 자긴 너무 힘들고 아프지만.. 울 오빠 잘해주라고
그렇게 보내왔더군요.. 제 마음은 너무 아팠고 그분께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답멜을 보내지 말라던 그 여친분
말대로 상처가 될까해서 제 마음을 전하진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전 남친... 호주에서 전화왔을때.. 이야기 했습니다..
혹시나 매달릴까.. 마음아파할까.. 미련가질까.. 일부러 제가 매몰차게 이야기했습니다...
"나.. 다른 사람 생겼어.."
그랬더니.. "이번 크리스마스때 한국 가려고 했는데.. 그럼 가면 안되는 거네.."
목소리는 떨렸고... 슬펐습니다..
저는 제 마음이 약해질까봐 일부러 또 차갑게 말했습니다.. "응"
그는 물었죠.. 지금의 남편에 대해서...그래서 다 말해주었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생이라고.. 대학원생이라고.. 6학년때 나를 무척 좋아했던 사람이라구요..
그는 마지막 이렇게 묻더군요.. "결혼 전까지 연락해도 돼?"
차마 "아니"란 말은 못하고 "응"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연락은 안왔죠.. 오히려 그게 다행인지도..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였기에.. 다만 결혼할 인연이 아니였기에..
전 그렇게 그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몇달을 보내고 우린 9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말하듯.. "결혼은 현실이다.."
-그건 사랑이 현실속에선 퇴색해질 수도 있다는 그런 말로 들리는 말을
확인할 상황이 오고 말았죠.. 나도 남들처럼 1-2년 뒤엔 애정이 식을까 염려하면서..
그.. 러.. 나..
전 아직도 그말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결혼이 현실은 현실이죠..
하지만.. 우린 왜 아직도 닭살부부인지.....
헤어짐을 선사하고만 그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린 잘 살자고 다짐했는데..
그래서일까요...
첨엔.. 맞벌이 하면서 제 회식자리 땜에 많이 다투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친구와 술로인해 남편에게 상처주는 제가 싫어서 고민하다
회사를 그만두었죠..
남편은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이였거든요.. 그래서 마찰이 있었던거죠..
술도 잘 안마시고 담배는 원래부터 피지도 않았구..
컴퓨터와 오락기계.. 야구등 스포츠만 있음.. 그냥 그걸로 만족하는 사람이니까요..
공대출신이라 그 흔한 여자동창도 없었고.. 그냥 알고 지내는 여자친구도 물론 없었죠..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였기에...
그래서.. O형에 활발한 저와는 다른 면이 많은 남자였어요..
저는 여자와 남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라고 믿는 사람이였거든요..
그렇게.. 회사를 관두고 나자 울 부부는 언제그랬냐는듯 너무나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로 다시 돌아와있었어요..
제가 회사를 관둠과 동시에 다툴만한 일이 없어진거죠...
술자리를 좋아하는 저로인해 걱정도 많이했었는데 제가 집에 있으니 말이에요..
(저에 대한 그 사람의 사랑이 너무 커서일까요...? 질투도 하는 것 같았구요..)
아침이면 출근전에 제게 뽀뽀를 해줘요.. 그리고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오죠..
하루에도 몇번씩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하구요...
울 친정에요? 그건 말도 할 것 없죠.. 너무 잘해요.. 컴퓨터를 잘 만지니
장인어른 사업장 (약국)에 컴퓨터가 문제가 생기면 얼렁 가서 고쳐주죠..
툭하면 친정에 놀러가자 그럽니다... 너무 자주 가자고 해서 때론 제가 말리죠..
부부는 닮는다고 그러나요....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해지고 얼굴도 닮아가는 것 같아요...
전 못먹던 회를 배워서 먹게 되었고.. 울 자갸는 곱창도 먹을줄 알게 되었죠..
함께 오락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장난도 칩니다.
명절때 시댁에서 일이라도 하고 온날엔 안마도 해주고 수고했다란 말도 잊지
않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이 되면 함께 외식도 하며 정성껏 손으로 쓴 카드도 주고
받구요...
마음의 상처를 받기라도 하면 제 말을 들어주며 위로해줍니다..
집안일요? 맞벌이때도 잘 도왔지만.. 회사를 그만둔 지금도 청소며 강아지 목욕이며
밥차리기를 잘 도와준답니다..
지금.. 제가 임신중이거든요..
그저 자연피임을 했을뿐인데.. 직장 다닐때는 생기지도 않던 아기가..
7월에 회사를 그만두니 바로 임신이 되더군요..
임신5주때 임신 사실을 알았는데.. 입덧을 바로 시작해서 냄새때문에
밥을 못차려주니.. 혼자 차려먹고..
제가 나가서 먹자고 하면 나가서 먹고.. 밥을 못먹겠다고 하면.. 과일을 손수
갈아 제게 마시라고 주구요..
수박같은 것 사오면 속을 다 먹기좋게 손질해서 락엔락에 보관도 해주구요...
임신전에도 마늘 까는거나 메추리알 까는 건 그 사람 몫이였죠.. 재밌다나요 ^^
그래서 전 세상 남자들이 다 그런줄 알았는데.. 게시판 이곳저곳의
글을 읽으면서 그런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남편분들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곤 무척 놀랐답니다..
남편이 참 소중한 사람이고 드문 사람이고 특별한 사람이란것을 깨닫게 되기도
했구요...
와이프 약값에 아깝다고 하는 사람이 있질 않나.. 외도를 하는 사람이 있질
않나.. 임신한 와이프를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질않나..
정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더라구요..
남편분 한분만 믿고 부모님 곁을 떠나 결혼을 선택한 아내에게 대하시는 언행이
너무 심한 경우가 많았죠...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루요..
글을 읽을 때면 너무나도 충격적이였고 제 일인양 마음도 아팠습니다.
누구나 결혼전엔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지만..
(아마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위해 그 전에 아픈 이별도 경험하게 하셨나봅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인 걸 깨닫게 하시려구요.. ^^)
결혼후엔.. 결혼을 신성하게 생각하고 서로에게 전념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위해줘야하는 거라 생각하고 살아왔던 저로서는...
세상의 대다수의 남편분께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물론.. 너무나도 좋은 분들도 계실거에요..
아내 자랑을 일삼으시는 분도 있으시고.. 잘 대해주시는 분도 있으시고..
하지만... 이곳에 남편분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당황스럽고.. 그런 남편분들이 황당했던적이
많답니다..
그래서.. 이제 곧 결혼2주년인데.. 울 자갸에게 정말 감사하단말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답니다.
하늘 남편과 바다 아내.. 저희 부부는 죽을때까지 서로를 아끼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또한 남편분들이 읽고 가신다면 아내에게 잘해주시길 바라면서요..
마지막으로...
아직까지도 저의 마음을 설레게... 가슴뛰게하는 그런 남편... 하늘 자갸에게 한마디하죠..
"자갸... 바다도 자갸가 한 말처럼.. 다시 태어나도 하늘이랑 결혼할 거야..
사랑해.. 죽을때까지.. 하늘만큼 땅만큼 바다만큼 우주만큼..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