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글을 쓰게 되는 결혼 1년차 헌댁입니다.
남편도 톡을 자꾸 보고 내 글이냐 아니냐를 묻고
또 시댁이나 자기한테 불리한 내용있음 그걸로 꼬투리를 잡아서
다신 시친결 글 안쓰려 했는데 여전히 힘들면 기댈 곳은 여기 뿐이네요.
그 동안 아줌마닷컴도 이용해 봤는데 여기만큼 후련하진 않은 듯 ^^ㅋ
간만에 글을 쭉 읽다보니 여전히 대한민국 며느리들 사는 건 다 똑같군요.
1년 동안 점점 남편이랑 싸우는 횟수도 늘고 싸우고 난 후 냉전기간도 길어져서
급기야는 두달 넘게 각방에 말 한마디 없이 하루를 버팅기고 있습니다.
마지막 싸울 때 둘다 서로 이혼 얘기 꺼내고 이혼하자고 합의까지 했는데
아직은 한집에 살고 있네요.
최근 들어 정겨운 대화는 아니지만 한두마디 오가긴 하는데
이제는 제가 결혼 생활이 슬슬 겁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도 애기들 좋아하는 저였는데 지금은 애낳는게 무엇보다 두려워요.
결혼하고 인생의 쓴맛 철저하게 맛보고 결혼하고 나서야 결혼이 싫어졌고
결혼으로 한번 뺏긴 내 인생, 애 낳고 나면 복구불능이 될 거 같다는 피해의식만 잔뜩
생겨버렸습니다.
남편이랑 싸우면 별별 생각 다 하잖아요?
옛날에 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그 오빠네 집도 이럴까?
그 사람도 결혼하면 변할까?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어도 이렇게 살고 있을까?
그런 생각 하다가도 솔직히 답도 없고 어느 순간,
결혼은 무슨 결혼..
어느샌가 지금 기억 고스란히 간직하고 시간을 되돌린다면
절대 결혼 안 하고 살겠다는 다짐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가끔 여기 글 올리는 미혼 여성들보면 이것도 따지고 저것도 따지던데
난 왜 그렇게 현실감각이 없었나? 하는 생각만 드네요.
물론 제 나름대로는 그래도 다 따져본건데 말이죠.
시댁이 어떻고 돈이 어떻고 보단,
사람만 좋고 서로 사랑만 하면 다 극복되리라 믿었거든요.
하지만 제 기대가 컸던 건지 판단미스였던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어요.
근본적인 문제부터 따져보면 결국은 사랑인거 같은데 ..
우리 부부 결혼의 목적이 '사랑'이었고
연애할 때 조금더 같이 있고 싶고 같이 팔베개하고 한침대서 자고 싶고
같이 밥차려 먹고 힘든 일 이겨내고 ..
이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행복은 작고 소소한 데서 오는 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들은 결혼하면 사랑하던 연인은 그냥 아내-마누라로 변하고
아이의 엄마, 시댁의 며느리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나 봐요.
그냥 놔두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할텐데
뭐가 그리 부족한지 이래라 저래라 ..
정말 짜증나고 싫고 도망가고만 싶죠.
여자의 의무는 주장하면서 왜 자신의 의무는 제대로 지키지 않는건지
그것도 참 의문입니다.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법도 남녀평등을 따지고 든지 오랜데,
법이야 말로 사회의 가장 보수적인 부분 중 하나 아닙니까?
가족법 바뀌고 상속법 바뀐지가 언젠데
여자들은 맞벌이 해가면서 집안일까지 떠맡으며 고생만 하고 있네요.
언젠가 말다툼 중에
그럼 우리가 아들 말고 딸 낳아도 지금처럼 이렇게 살아야 하냐고?
그 애도 결혼하면 시집가서 출가외인으로 살아야 하냐고..
물었더니 이 남자는 그래야 한답니다.
뭐 이런 얘기에까지도 곰곰히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렇다 말하는 남자랑
내가 과연 남은 생을 같이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여전히 한랭전선에 큰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무미건조하게라도 같이 살자고
말하는 남편에게 웃는 얼굴로 그러자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생각 좀 해 본다고 말은 했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냥 생각자체를 하기가 싫어요.
이성적으로는 솔직히 계속 같이 살 수가 없습니다.
'같이 살고 싶지 않다'가 아니라 '살 수가 없다'가 맞겠네요.
지금껏 싸웠던 이유들과 동일한 이유들로 또 싸울 일이 생길텐데
그 일들을 견딜 수가 없고, 남편과 시댁을 바꿔놓을 자신도 없고
그렇다고 제가 조선시대 사상을 가진 순종적인 열녀로 거듭날 자신은 더더욱 없습니다.
물론 남편도 아직 아이 가질 생각은 없겠지만
아이까지 낳으면 나중엔 정말 막다른 골목에서조차
떠나지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아이가지기도 싫구요.
시부모 얼굴보기도 싫구요.
맞벌이하면서 남편이 가사 분담 안해준다고 혼자 열받아서 짜증내는 것도 지칩니다.
시친결에 지독하고 상식없는 시부모 레벨은 아니지만
사람맘이란게 한번 돌아서고 나니 다시금 되돌리기가 힘드네요.
싸우고 냉전기간 중에 서로 말한마디없이 각방쓰고 밥이건 빨래건 다 따로했는데
첨엔 우울증에 빠지고 마음이 불편하고 머리 아프고 미치겠고 했지만
많이 생각하고 스스로 버티고 견디고 일어서면서 점점 이 생활이 편해지더군요.
그냥 정말 혼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
주말에도 남편은 시부모들이랑 놀러다니니 시부모들도 좋았겠죠.
그냥 이혼하는게 나도 행복하고 저쪽 집도 행복한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기에 옛날 생각하면 찡하고 마음 아프고
둘다 싸우면서 맘고생하고 살이 쏙 빠져서 퀭한 눈보면 맛난 밥도 해 먹이고 싶지만
이제는 결혼생활이 두렵고 남편도 무서워요.
애증이라고들 하죠?
사랑하는만큼 상대에게 그 마음 다 못얻으면 미움으로 변하잖아요?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미운 정 드는것도 정도가 있는 것 같네요.
이런저런 얘기들이 가슴에만 쌓여있지 남편이랑 대화하는 건 힘들구요.
부부상담이런걸 생각안해본 건 아니지만 남편이 펄펄 뛸거 같기도 하고
뭐 그런 걸 해야하냐고 막 비웃을 거 같기도 하고 ..
무슨 얘길 꺼내볼까 하다가도 거절 당할까봐,
또 싸우게 될까봐 아예 입을 닫게 되네요.
결혼생활이, 남편이 두렵고 겁나네요 ..
뭐라 제 심정을 정확히 표현할 말이 없어 유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