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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解原 |2008.02.02 17:52
조회 337 |추천 0

서른 하나 먹은 총각입니다.

무한도전이나 지피지기라든가, 뭐 그런 쇼오락 프로그램은 잘 안 보는 편입니다.

싫어서가 아닙니다. 텔레비전이 없어서입니다.-_-;;

 

다운받아서 보믄 된다 하시지만 직업상, 공유 사이트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올라오는 족족 옴팡지게 다운로드 받아 볼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보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근자에 무한도전에 대해 어떤 신부님인가요? 무슨 주교님이라고 한 것 같던데,

무한도전이 저질이라지요? 아까도 보니 어떤 총각이 무한도전을 향해서

강렬하게 비판하셨던데. 에너지 낭비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박명수가

자판기 안에 들어가 커피를 타 주는 걸 하더라며, 주제는 시사적인 걸 해놓고

내용은 쌩뚱맞게 개그로만 간다며 뭐라 합디다. 그 외에도 많았겠지요.

가끔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상천외한 짓들 합디다.

 

뭐 좀 이상하게 생각들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왜 저런 짓을...

나이 먹을만큼 먹은 것들이 뭔 짓이람...<===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하나 물어봅시다.

시사적인 주제를 내세웠으면, 내용까지 묵직해서 꼭 빤쓰에 똥싼 것 같은 느낌을

줘야만 하는 겁니까? 조금이라도 더 생각해볼만한 내용이라니요?

무한도전처럼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프로그램도 드물 겁니다.

비판하고 비난하기 전에 프로그램을 1차적으로만 바라보고 "우리는 수용자"라고만

생각하는 그 정신머리부터 바꾸시지요.

 

시청자는 프로그램의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 소비자"입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의 "정서를 소비"합니다.

시사적인 주제들, 좋습니다.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개선되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좋습니다. 그런데요,

요즘 이 나라에는 지적하고 제시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대한민국 5천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죄다 정치인인가 싶을만큼 말입니다. 그것을 시민정신이라며

마치 자유민주주의와 복리후생이 실현된 정의사회 구현을 위한 진정한 우리의 자세라고

목젖이 부어터지게 외치는 분들께 묻습니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많은 학습을 하고, 분석하여 자신의 것으로 완전하게 만들었습니까?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들이, 대한민국의 5천만까지 갈 것도 없이,

조그마한 지방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보편타당성을

갖추었는지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시사적인 것들은 기본적으로 골치가 아픕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살면서

골치아픈 일들을 몹시 많이 겪습니다. "무한도전"은 기본적으로 "오락프로"입니다.

아니, 직장에서 담배보다 해롭고 폭탄주보다 속쓰리게 만드는 사람들만 봐도

정신이 산란한데, 오락프로 보면서까지 세상 걱정 해야겠습니까?????

우리가 듣기만 해도 움찔움찔하는 단어들, 이를테면 "이데올로기", "구조", "체제"

따위에 대해서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까지 생각해야겠습니까????

 

또, 무한도전이 어째서 시사성이 부족하다는 겁니까?

앞서도 슬쩍 이야기했지만, 무한도전을 향해 시사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시청자의 능동성을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과하신 겝니다. 당신들이 진정으로

"비판적인" 정신을 갖고 있다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이

어떤 변화를 겪을 수 있는지, 그들의 마음과 감각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생각해보셔야 함이 마땅하리라 여겨집니다. 기상천외한 발상을 통해

시사적인 주제 속에서 감각적인 콘텐츠를 이끌어낸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정서의 화학반응을 느낍니다. 이런 화학반응이

크면 클수록 그 정서적 더듬이는 예민하게 갈고 닦입니다. 이렇게 다듬어진

정서적 더듬이가 훗날 우리나라의 문화적 바탕을 풍요롭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지요.

일본의 쇼오락 프로그램을 보신 분들은 이렇게 느낄 법합니다. "아, 유치해~"

"대체 저 나이 먹고 뭐 하는 짓이야~" "저게 웃겨???"

 

일본에선 나이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만화를 읽고, 피규어 인형을 수집하며

(물론 나이대에 따라 그런 물건들을 수집하는 차이는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에 열광합니다. 뿐만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소설을 읽고,

우리가 소위 "예술"이라고 부르는, 대문자 A가 붙는 Arts를 접하며, 나름의 해석을

붙이고 나름의 감동을 말하고 표현합니다. 물론 축적된 지식에 따라 그 해석과

감동의 적합성(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보고 욕정을 느끼는 건 좀 적합하지 않겠지요)에는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누구나가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고, 정서를 소비하는 데

익숙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가리켜 나는 그들 문화의 "다양성"과 "감각성"이라 부릅니다.

 

그 유치함과 말초적인 내용의 기저에 자리하고 있는 것들이 바로

예민하게 다듬어진 정서적 더듬이란 것을 아셔야 합니다. 시사적인 주제로부터

때론 황당스럽기까지 한 콘텐츠를 끌어내는 무한도전에 대해, 그래서 저는 박수를

보내는 편입니다. 평이함을 뒤집어 엎고 상식의 옆구리를 쑤셔 생채기를 내는

파격적 발상은 어쩌면 굳어가는 사람들의 뇌를 야들야들하게 만들어줄 지도 모를 일입니다.

 

프로그램의 내용이 말초적이고 감각적이란 이유로 표피적 해석을 통해,

"가벼운 내용으로 일관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시사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끔 해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관하여 저는 답답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무한도전에 부정적인 비판의 메스를 들이대는 분들께 감히 단언컨대, 당신들의

그런 "진지함"이 정서와 사고의 경직을 가져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당신들이 진정으로 현재를 걱정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지향한다면,

그런 마음으로 "무한도전"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자 하신다면,

당신들의 눈으로 "무한도전"을 바라보지 말고, 먼저 "무한도전"의 눈으로

세상을 한 번 바라본 뒤 비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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