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지 마라
다시 볼수 없는 날에는
아픔이더라
그가 옆에 있을때에는
마음은 밖에 있고
그가 떠나고 없을때에는 그리움 뿐이더라
마른 나뭇가지에
푸른 웃음 한번 걸지 못하고
싸늘한 냉소만 등에
꽂던 이율배반적인것은
늘 내마음이더라
2003년 8월 20일
항암제 투여 7일째...
마지막날이다..
아직 아무런 이상없이 잘 버텨 주고 있는 우리 신랑...
일단 오전에 골수 검사를 해서 중간평가를 한다고 한다.
골수검사 결과 암세포가 많이 죽은거 같음 오늘로서 항암제 투여를
끝내고, 생각보다 많이 안죽어 있음 3일정도 연장해서 더 항암제를
투여한다고 한다.
항암제 색깔이 분홍색이다..
앞에 학생은 23살인데...항암만 6차란다.
홍건이는 환타도 안먹는다는데....항암제 색깔하고 똑같다고....
우리 신랑은 투명한 관을 타고 흘러 내리는 항암제를 보더니
꽃뱀 같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골수검사가 잘나와서 오빠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었음 좋겠다..
항암제 투여 3일 후부터 힘들다고 하는데...이번주말과 다음주가
고비일꺼 같다.
아침부터 샤워를 하고, 히크만 소독을 하고, 침상에 누워
골수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남편...
어느새 잠이 들었네...
진통제 안맞고 잠이라도 편하게 자는 날이 내겐 무지 행복하고,
기쁜 날이다....
이렇게 행복이란 단어가 내 가까이에 존재하는지 몰랐다.
오빠가 밥만 많이 먹어 줘도 내겐 행복이고,
오빠가 물만 많이 마셔줘도 내겐 행복이고,
오빠가 웃어만 줘도 내겐 행복이고,
오빠가 놀고만 있어도 내겐 행복이고,
오빠가 고통스러워 하지 않으면 내겐 행복이고.
오빠가 평온하게 잠만 자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이고,
오빠가 온전하게 숨만 쉬어 주어도 내겐 행복이고,
오빠가 소변통에 소변을 누워 주는 것도 행복이고,
오빠가............................
행복이라는게 이렇게 사소한 것인가 싶다..
아무리 사소한거지만 내겐 가장 큰 행복이요, 기쁨이다...
나의 소원도 바뀌었다..
오빠가 고통스러움 없이 음식물을 삼켜 주는게 나의 소원이고,
오빠가 고통없이 음식물을 소화해서 배출될수 있는게 나의 소원이고,
오빠가 제발 더 많은 아픔 없이 모든 치료가 진행 될수 있는게
나의 소원이고...
마지막 나의 소원은 우리 가족 단란 스럽게 오래 오래
살수 있는게 소원이다....
더 어떤 것도 바라고 싶지 않다.
어떠한 행복도 갖고 싶지 않다.
단지......오빠만 건강해 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소원도 없어 질꺼 같다.
예전처럼만...예전으로만 돌아 간다면.....
병원에 와서 골수검사를 2번째 했다.
며칠전 앞에 있는 환자가 골수 검사 할땐, 병동 전체가 장난이
아니었다.
어찌나 소리를 고래 고래 질러 대는지...쩝...
골수검사를 하기 위해 인턴이 들어 온다.
오빠는 배에 베개를 대고 엎드려 눕는다.
주치의는 바지를 내리고, 골반뼈 여기 저기를 눌러 골수를 뽑을
마땅한 곳을 핀셋으로 찌른후 주위를 알콜솜으로 소독을 한다.
소독후 주사기에 마취제를 넣고, 마취 주사를 골수 뽑을 부분 주위를
모두 마취를 한다.
피가 흐른다..
쇠꼬챙이 처럼 생긴 날까로운 쇠를 원하는 부위에 무작위로
쑤셔 넣는다.
그 쇠꼬챙이에는 가운데로 구멍이 뚤어져 있다.
주치의는 온갖 힘을 다 주어 그 20cm가 넘는 쇠꼬챙이를
거의 억지로 골반뼈에 쑤셔 넣는다.
그리고는 손잡이 부분을 빼고,
손잡이 부분에 주사기를 넣어, 원하는 만큼의 골수를 뺀다.
주사기 7개정도의 검붉은 피가 골수에서 나온다..
원하는 양을 채취한 다음...
온갖 힘을 다해 그넘의 쇠꼬챙이를 빼낸다.
빼내기 전에 한번 돌려 또 무언가를 체취한다..조직인가...
넣는것도 힘들어 보이지만, 뺄때도 장난 아니게 뺀다..
하긴 생뼈에 구멍을 뚫었으니........
골반뼈에 쇠꼬챙이가 들어 가는 순간....
가슴이 메어왔다.
그 뽀죡하고 날까로운 쇠꼬챙이는 오빠의 뼈를 뚫음과 동시에
내가슴도 함께 뚫나 보다..
훌쩍 훌쩍 대는 소리가 들렸는지...
울신랑 한마디 한다..
그 와중에..
"선생님...기술이 무지 좋으신가봐여...허허허...한개도
안아프네여...."
안아프긴....머리속이며, 얼굴엔 구슬땀이 맺히다 못해 흘러 내리는데
...
멍청이, 밥팅이, 꿀돼지...
아픔 소리 지르래두.........
그리곤 또 한마디 한다..
"아 이사람이..왜 울고 그래....나가 있어....왜 그래?"
그 와중에도 나를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있는 오빨 생각하니...
가슴이 메어 온다...
십여분의 시간이 끝나고, 지금 우리 신랑은 모래 주머니를 등에
기댄채 2시간동안 지혈을 시켜야 한다...
앞에 할머니 보호자가 내가 울고 있으니, 걱정스런 눈빛으로
울신랑한테 물어 본다..
"그것이 아픈것이우?"
"아녀...시원해여....아....시원해......"
시원하긴..개뿔....땀이 흐르고 있는데...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구먼....
왜...우리에게...이런 고통을..................................
오빠...고맙다..
잘 참아 줘서...
어여 어여...하고 가자..
집에 가자...
집에...
세계여행이고 모고...다 필요 없다..
병원만 탈출하면 우리의 소원이다.....
썅...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겨...
골수 검사 결과 관해가 안되었단다..
3일더 항암을 치자구 하네..
우리 신랑 힘들어서 어쩌나...
앞에 병상에 계신 할아버지도 얼른 나가서 치료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63살이시라는데, 만성 백혈병이시다.
할머니가 간호를 하는데, 보기가 무지 않좋다.
조금 지저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간호 하시려는 할머니가 무지 귀여워 보인다.
이것 저것 나한테 물어 보시는데, 친절하게 가르켜 주니 좋으신가 부다.
오늘은 집에 가신다구 나한테 할아버지 식판좀 받아 달라길래, 받아 드렸다.
첨엔 맘에 안들었지만, 할머니 옆에 가서 함께 티비도 보고, 할머니랑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한다.
그 앞에 병상에 있는 총각은 32살이랜다. 장가도 안간 총각인데, 급성백혈병이랜다.
형제가 5명이나 있는데, 맞는 골수가 한개도 없단다, 현재 한국골수은행에도
일본골수은행에도, 미국골수 은행에도 맞는 골수가 없어 항암 4차제인데, 아직두
골수이식을 못하고 있다. 거긴 70이 다 되신 어머니가 간호를 하는데, 매일 매일 싸운다.
할머니는 아들의 병을 보며, 마음 아파 하시고, 아들이 모라 하실라면, 밖에 나와
고혈압 약을 한주먹씩 드신다. 애꿎은 빨래를 하시고, 하루에도 여러번 샤워를 하신다.
답답하시단다.
그옆에 병상에 있는 총각인지 아저씨인지 모르겠지만 나이는 34살이다.
방송국조명기사라고 한다. 현재 항암 3차제인데, 결혼여부를 다들 애매모호한다.
친구라는 남자가 와서 간호를 한다고 하는데, 낮엔 없고, 새벽에 와서 자다가 오후에
다시 나간다...환자는 여기 저기 피를 묻혀 대고 있지만, 간호하는 사람이 없어
무지 지저분하다..첨엔 무지 맘에 안들었지만, 지금은 내가 다 닦아 준다.
그 옆에 병상에는 14살 짜리 사내 아이가 입원해 있다. 악성림프성이란다.
왼쪽 턱과 볼 사이에 바위만한 덩어리가 넣어져 있는것처럼 한쪽이 턱이 없다.
딱딱한 악성종양이란다. 항암 6차 째란다...아버지가 유전학을 전공하는 교수라는데
어쩔수 없나 부더라..아침 저녁으로 숨을 제대로 못쉬어 마음이 아프다.
어제는 컨디션이 좋았는지, 무선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더라.
나를 보면서 한면 운전해 보라고 하길래, 하지도 못하는 자동차를 움직여 봤다.
무지 잘한다고 했더니 좋은가 부더라...목구멍을 그 종양이 막고 잇어 말도 못하고
음식물도 못삼키고, 숨도 못쉰다. 그 아이의 엄마는 대단해 보인다.
그옆에 병상에 있는 사내아이는 23살 이다. 군대 가려고 신체검사할때,
백혈병을 알았단다. 남동생과 골수가 맞지만 이 사내아이는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급성림프성백혈병 중간의 백혈병이란다.
그래서 현재 항암 5차인데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앞병실 아저씨는 8년동안 재생불량성빈혈를 숨겨왔단다. 부인이 수간호사인데도 몰랐단다.
어떤이의 골수는 한국에서만 같은 사람이 27명이나 된다구 하고,
어떤이의 골수는 세계어디에서도 찾지 못한다구 하구...
누구는 항암치다 죽었다고 하고, 누구는 이식하려다 합병증이 와서 죽었다고 하고,
누구는 이식하고도 죽었다고 하고.........................
가슴이 메어온다.
세상을 태어날땐 분명 선,후 에 의하여 태어 나는데
주검 앞에선 선,후가 없음을 어찌 통탄하지 않겠는가..
내가흘린 눈물의량이 얼마쯤이면
내가흘린 눈물의횟수가 얼마쯤이면
오빠가 건강하게 나아서 내곁으로 돌아올까?
오빠가 건강해질수 있는것과
눈물의량과 횟수가 정해져 있다면
얼마나 얼마나 좋을까?
......................................................침상에 누워 하늘를 보고 있는 신랑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