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얼굴
나는 어느덧 강남의 댄스 교습소 앞에 와 있었다.
오늘은 갑자기 진선 언니에 대해 궁금해졌다.
진선언니를 만나야만 이제 현수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샵에서 댄스를 하다가 그녀는 바로 뒤 창 밖을 응시 하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이 바람처럼 나의 얼굴에 맞다았다.
"진선 언니!"
"으나구나...."
마치 그녀는 나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사람처럼,나를 편안하게 맞아주었다.
"시간 있으면 .우리 호수에 갈까?"
그녀는 나를 차에 태우고는 호수 공원으로 데려갔다.
폴발레리의 아름다운 외지의 여인처럼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혹은? 센느강 강변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같은 그녀, 그녀의 모습이 포근하고 여유로워 보여 매혹적이었다.
"사실 내가 현수씨를 짝사랑 한 것만은 아니었어, 처음엔 그가 날 더 많이 좋아 했으니까."
그리고 그녀 지갑속에서 사진 한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내 사진이야!"
당황했다. 사진속의 한 여인은 풀밭에서 v자를 하고 있는 모습, 그 모습이 그녀이리라곤 믿겨지지 않았다. 그것은 흡사 나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뚱뚱하고 조금은 넙적한 얼굴.
"언니....이게 언니의 얼굴이에요?"
"믿기지 않겠지만, 난 성형을 했어, 으나야!"
"헉.. 정말요?"
"생긴 것은 물론 중요한 게 아니란 건 알지만, 얼굴 때문에 무척 많이 힘들었었지."
"...."
"그래서 작은 코에 찢어진 눈을 고쳤어."
그리고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변하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했다. 살을 빼기 위해 댄스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강사자리에 이르르게 되었다고.
"언니 너무 슬퍼요."
갑자기 눈물이 왈칵 흐를 것만 같았다.
현수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예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끝내 그 사실을 숨겼다고 했다. 그러나, 그 사진은 뜻밖의 사람에게 전해져 그에게 들어갔다고 했다.
"그 후엔,왜 그랬는지 서로 연락을 기피하게 되더라."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사랑하면 예전의 모습도 다 커버 해주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녀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묻는 듯 했다.
난 순간 현수에 대해 실망감을 금치 못했지만, 메모 밑의 진선 언니의 사진을 간직하는 걸로 봐선 현수 역시 외모 때문에 그녀를 피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총무 오빤 아직 언니를 좋아해요...그리고 진심은 그대로 통할거에요."
"글쎄, 잘 모르겠다."
한동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보여지는 것이 전부 현실은 아닌가 궁금해졌다.
내가 맞게 이야기를 한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진하는 엄마를 많이 닮아서 예쁘긴 하지만, 걔 역시 중학교 때 턱 수술을 했어."
역시 뜻밖의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 대해서, 난 오히려 진선언니 속에서 진하에 대한 측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으나야! 너도 자신감을 갖어!"
"언니.. 전... 자신감 많아요.."
라고 돌아섰지만, 그녀의 말에 힘을 얻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의 모습, 하지만 진정한 나의 모습은 나도 찾을 수가 없는 듯 했다.
# 그녀, 조폭이 되다.
흔들리는 인파 속에서 한참이나 전광판을 바라보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난 문득 수능 시험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마음이 답답해져 난 진우를 불렀다.
"진우야! 나 여기 '코X 몰'인데, 잠깐 나올래? 50일이라 기분 꿀꿀 해."
진우는 한참 후에 나타나 반가운 기색으로 나를 불렀다.
"니가 꿀꿀하다고 하니까, 진짜 돼지가 꿀꿀 거리는 것 같잖아!하핫."
"너 오늘 죽어볼텨?"
"아앗, 미안! 참, 오는 길에 보니까 저 앞에서 영화 촬영 하던데, 우리 엑스트라로 지나가볼래? 빨리" 하고
그가 나의 손을 잡아 끄는 것이었다.
그 옆에는 조직 폭력배 내 주변에 떼거지로 몰려 있었다.
그 안에 선량하게 생긴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몸으로 저지하고 있었다.
"사채를 썼으면 값아야 할 것 아냐!"
"그래도 이 여자는 건드리지마."
"아앗! 살려주세요!"
그 남자와 폭력배들 작당은 한판 현란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많은 폭력배들이 그 사람의 발길질 한 방에 다 나뒹굴었다.
그 주변을 황급히 지나가는 행인 1, 2
그것이 바로 진우와 나였다.
"캇!!"
"아 문디 자식들! 미치것네! 저기 뚱뚱한 여자분, 좀 비켜주세요!"
"거봐 이게 뭔 개망신이야!!"
"그래도 재밌잖아!"
"앗 그 여자분,화면 다 가리네, 거!"
"앗 PD 님! 저 사람 전에 '도전 청춘'인가에서 엽기적인 춤 췄던 학생 인거 같은데요?"
"아아! 저도 봤는데 빅 히트였어요! 한 몸매도 하죠!"
스테프들이 PD 에게 나의 존재를 그렇게 고발하고 있었다.
그들은 진정 시사 프로그램 취재진이었던가?
그 말을 유심히 듣던 pd가 곧 나를 불러 세운다.
"여봐요! 뚱뚱이 아가씨!"
애써 무시하고 진우와 자리를 피하려는 찰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 있었다.
"으으ㅡ읏"
"으나야! 너 부른다."
"난 뚱뚱이 아가씨가 아니므로 무효!"
난 도망치듯 PD 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 갔다.
"쳇!"
"단역인데 한번 출연 해 볼테요?"
"뜨엇"
갑자기 그때의 악몽이 등궐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 이 사채 청부업자들이 남자만 있어서 비주얼이 좀 안 사니까, 여자 괴롭히는 사람으로 한번 출연 해 줄 수 있어요? 보니까, 끼도 있어 보이고 해서!"
"옛? 저요? 제가요?"
"대사도 한 줄 이니 쉬워요! "돈 값아라!,응?니 곱창으로 줄넘기 하기 전에!!" 니까! "
"하하하핫!"
옆에 있던 진우가 배꼽이 터져라 웃으며 좋아하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비웃던 녀석도 덕분에 조직폭력배로 출연할 수 있었다.'눈깔을 확 파버릴라!'라는 대사와 함께!
한동안 인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그런데, 그 인파속에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영진이와 진하도 있었다.
지나가다가 촬영 때문에 멈춰선 것이었다.
조직폭력배의 액션을 취하며 다릴 떨다가 그들을 보고 난 너무나 놀랐다.
그런 나에게 OK SIGN 이 떨어지기 무섭게 진하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유치해서 못봐주겠다!"
진우는 한참을 놀란듯, 진하와 영진이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응, 나 잠깐 지나가는 길에 뭐 살려고 왔는데 영진이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났지 뭐야. 그치?"
"응"
"그래 우리 이렇게 만났으니 같이 식사나 하자!"
진우는 그들의 뻔한 거짓말에도 속아주며 다소 음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진하는 갑자기 영진이 쪽에 있다가 진우쪽으로 달려와선 팔장을 꼭 끼었다.
"진우야! 촬영하느냐 힘들었지?너 액션 진짜 죽이드라!! 까후!"
그런 모습을 보고 답답했는지 영진이가 "술먹으러 가자!" 고 말했다.
"너 술 먹어?" 라고 묻자! 그가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넌 여태 술도 안 먹고 뭐 했냐는 듯한 얼굴로.
어쩌다 그가 그렇게 달라졌을까, 아연질색하는 표정으로 왜 날 바라보는 걸까, 예전에 그의 순수한 듯한
모습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난, 그의 변화된 모습조차 새로웠다.
넌 언제까지나 나와는 정 반대니까.
"그러지 말고 그럼, 우리 독서실에 먹을거 사가지고 가서 수능 50일 기념으로 우리 샴페인 먹는거, 어때?"
그렇게 우리 넷은 독서실로 향하고 있었다.
독서실의 휴게실문을 열자 갑자기 음악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상에 빠졌다.
총무가 혹시 저기서 자고 있진 않을까, 남 다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떡볶이와 과자, 그리고 케잌과 샴페인을 사이에 두었는데 그 뒤로 영진이가 술을 꺼냈다.
"너 아주! 단단히 준비를 했구나!"
소주였다. 당황한 우리들이었지만 아무도 마다하진 않았다. 한 잔 씩 따라 마셔 보았다. 처음 술을 맛 본 나는 정신이 까마득해져 아이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을 뿐이었다.
말 없는 진우 역시, 진하와 영진의 얘기만을 듣고 있었다.
"술이란 게 이런거구나! 알딸딸 한 게"
"총무가 우리 술 먹는 거 보면 지랄하겠지?"
"걔 지금 자리에 없던데?!"
"얼마 전엔 내 뒷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거야, 그러더니 공부 좀 열심히 하래! 짜증나게."
"너한테 흑심이라도 있는거 아냐?!"
"흑심은 얼어 죽을. 우리 언니가 왜 저런 사람을 좋아 했었는지 모르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총무랑 우리 언니 대학 동기라는데, 우리언니가 저 사람을 짝사랑 했나봐.
저 사람이 우리 언니 좀 가지고 놀았거든."
"진짜야? 그놈 웃긴 놈이네, 거?!"
"그래 놓고 선, 지금은 으나를 아주 아주 좋아하지!"
"대리 만족인가?!"
갑자기 난 이야기를 듣다 무척 놀랐다.
"뭐?"
"아.. 아니야!"
영진이가 나에게 물었다.
"너 총무 어떻게 생각해?"라고.
"글쎄, 몰라!"
"에이 그러지 말고 솔직히 얘기 해 봐!, 우리 끼린데 어때, 뭐!"
영진이의 그런 모습이 무척 날설게 느껴졌다. 예전에 난, 너에게 솔직한 무언가라도 다 얘기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아닌 듯 했다.'영진아, 넌 내가 생각하는 영진이가 아닌 것 같아' 라는 말만 머릿속에 맴돌 뿐.그러다 문득 진선 언니의 슬픈 표정이 어리어 왔다.갑자기 현수에 대한 반감이 밀려왔다.
"총무 싫어!이, 현, 수, 싫어! 싫다고!" 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왜?"
"그 사람은, 날 가지고, 노는 거거든, 전에는 나한테 일방적으로 키스도 하더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살이 찌면 만만해 보이나? 쉬워 보이나? "
나 자신도 모르는 말을 하고 말았다.
"진... 짜야?"
모두들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살을 빼야겠어. 누가 날 함부로 할 수 없도록"
진우가 말했다.
"넌 그대로 멋있어. 그리고 그 형, 널 함부로 대해서 아닐거야! 널 진심으로 좋아할거야!"
영진인,익숙하게 담배를 물며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 라고 이야기 했다.
진우는 말했다. "담배연기 싫다!" 그는 휴게실 베란다 문을 조용히 다가가 열고 있었다.
술김에 진실게임을 하고, 술김에 화를 내고, 조용히도 있어 봤지만 기억에 남는 건
음악 소리 뿐이었다. 음악이 들리는 듯 했다. 내가 취해서 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