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오붓하게 TV를 보고 있는데 작은놈이 안 보였다.
항상 그 시간대면 케이블 방송 투니버스를 보던 녀석인데..
없다? 그렇다면..
스타를 하나 작은방을 봐도..
없다! 어라?
혹시나 싶어 공부방을 들여다보았더니..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끄적이고 있었다.
"호~오 웬일이니? 니가 이 시간에 공부를 다하고!"
뒤에서 들려 오는 아내의 목소리
"개학이 얼마 안 남았잖아~~"
그럼 그렇지! 가만히 보니 밀린 일기를 끄적이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엔 그림 숙제를 하다 말았는지 도화지에 크레파스와 색연필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있었고..
자슥~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서.. <== 여기서 누구는 아빠가 아닌 엄마 ^^;
아무튼!
무척 오랜만에 보는 크레파스와 색연필!
새 학기나 방학이 시작되면 하곤 했던-단 삼일도 지켜지지 않았지만, 하루 일과표를 그리는데 사용했던 그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처럼 키보드와 마우스 몇 번 클릭하는 것으로 표든, 그림이든, 글씨든 못하는 게 없는 시절이야 크레파스와 색연필은 흔하다 못해 아예 쳐다 도 안 보겠지만, 그 땐 정말 닳을까 봐 아껴 쓰고 또 아껴 써야만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손에 색연필을 쥐어 본 게 꽤나 오래된 것 같다. 크레파스야 더 하고.. (그나마 애들 어렸을 적엔 아빠 노릇 한다며 잠시잠깐 그림공부 가르치면서 몇 번 만져 본 적은 있었다.)
어릴 적 난 색연필보다는 크레파스를 더 좋아하고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색깔도 그렇고 칠해지는 면적이 커 내 딴엔 좋았었나 보다.
하얀 도화지에 내 상상의 것들을 그려 넣고, 그 위에 좋아하는 색들을 입히곤 했었지.
내가 가장 좋아했던 색은 노랑 색이었다.
그래서 유독 노란색 크레파스만 빨리 닳아 없어져 속상해 했었다. 새 크레파스를 사야만 했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그 땐 지금처럼 리필도.. 낱개 판매도 없었던 고리적 시절이었으니까)
그럴 때면 난 머리를 썼다.
유독 노란색을 싫어하는 반 친구를 기어코 찾아내(아니면 다른 반에서라도) 녀석의 크레파스를 맘껏 썼다.
중학교 땐 크레파스 대신 물감을 썼다.(당시 교육이 그랬어)
그 땐 파란색 물감이 자주 내 손에 애용됐지.(유치하게 노란색은.. 애들이나 그런 색 좋아하지)
그때도 다 떨어지면 위 방법대로 했냐구?
아니, 물감은 낱개 판매 했었어. ㅎㅎ
그리고 고등학교 땐 연필을 다시 들었지.
그 땐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어! 아주 잠깐이지만. 그래서 데생을 하고 틈만 나면 스케치를 하곤 했지.
산으로 들로, 고궁으로 것두 뭣하면 옥상으로..
......
그 때가 그립다!
무언가를 꿈꾸고 하고픈 걸 하려고 했던 그 때가.
그리고 픈 꿈이 있고, 그 위에 좋아하는 색을 칠할 수 있었던 시절이.
.
.
.
"그래? 그럼 숙제 좀 도와주지 그려서~~"
"앗! 비디오 반납하러 가야겠다. 연체료 물라.."
후다닥 =3 =3 =3![]()